[경북기획]‘철강’의 심장에 ‘혁신’이 자리하다...달라진 포항의 10년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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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3 19:54  |  발행일 2026-01-13
회색 공업도시에서 녹색 생태도시로, 단일 산업 구조에서 미래 신산업 메카로
지진·태풍·팬데믹 이겨낸 50만 시민의 힘, ‘포항 모델’ 대한민국 표준 꿈꾼다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 조감도. <포항시 제공>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 조감도. <포항시 제공>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위치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전경. <포항시 제공>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위치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전경. <포항시 제공>

포항철길숲 우현지구에 조성된 무장애도시숲. <포항시 제공>

포항철길숲 우현지구에 조성된 무장애도시숲. <포항시 제공>

흥해 신청사로 이전한 포항트라우마센터 전경. <포항시 제공>

흥해 신청사로 이전한 포항트라우마센터 전경. <포항시 제공>

이강덕 포항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무색해진 시대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도시의 외형이 바뀌는 격동의 시기 속에서,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경북 포항은 그 어떤 도시보다 극적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포항은 단순히 한 시장의 임기 마무리를 넘어 지난 12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의 설계도를 그려야 하는 중요한 변곡점에 도달했다. 굴뚝 산업의 대명사였던 철강 도시가 어떻게 첨단 산업과 녹색 생태계가 공존하는 미래형 거점으로 탈바꿈했는지, 그 변화의 궤적을 짚어보고 다가올 미래를 전망해 본다.


◆철강의 심장에 흐르기 시작한 새로운 혈류


지난 10여 년간 포항 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산업 구조의 다변화다. 오랜 시간 포항을 지탱해 온 철강 산업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와 공급 과잉이라는 파고 속에서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포항은 주저앉는 대신 체질 개선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단일 산업에 의존하던 경제 지형은 이제 2차전지, 바이오, 수소라는 첨단 신산업의 영토로 확장됐다.


특히 2차전지 분야에서의 성장은 가히 독보적이다. 2016년 에코프로의 대규모 투자를 시작으로 앵커 기업들이 속속 자리를 잡으며 포항은 전국 최대 면적의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 10여 년간 유치한 8조 원 규모의 투자는 포항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배터리 소재 거점으로 밀어올렸다.


바이오와 수소 산업 역시 포항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축으로 안착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연계한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와 세포막 단백질연구소 등은 60여 개의 바이오 기업을 불러 모으는 자석 역할을 했다.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조성과 수소도시 사업 역시 탄소중립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게 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을 결합한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포항의 산업 생태계를 단순 제조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지식 산업으로 전이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제 포항의 공장들은 연기 대신 데이터와 에너지를 생산하며 도시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철강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철강산업 대표도시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정부가 주요 철강도시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도록 이끌고 국회의 K-스틸법 통과 등에도 힘을 보태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의 여건을 마련했다.


◆회색 도시의 편견을 깨뜨린 녹색 혁명, '그린웨이'


공업 도시 포항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크게 변한 지점은 바로 '공간'이다. 기능과 효율만을 강조하던 회색빛 도심은 지난 12년 사이 거대한 녹색 정원으로 변모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던 폐철길이 시민들의 쉼터인 철길숲으로 바뀐 사례는 공간의 혁신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축구장 285개 면적에 달하는 203만㎡의 도심숲 조성은 포항을 '살고 싶은 도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정주 여건의 개선은 자연스럽게 관광과 MICE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제조업 단지였던 영일만 일대는 스페이스워크와 용한서퍼비치 등 해양 레저 명소로 탈바꿈하며 연간 700만 명이 찾는 관광 메카가 됐다. 회색 공장의 실루엣만 가득했던 해안선이 이제 서퍼들과 관광객들의 활기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 건립 중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는 포항이 단순한 산업 도시를 넘어 국제적인 비즈니스와 문화가 교류하는 환동해권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시련 속에서 단단해진 도시의 복원력


포항의 지난 10년은 찬란한 성취만큼이나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기도 했다. 2017년 발생한 11·15 포항촉발지진은 도시 전체에 거대한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 위기는 포항이라는 공동체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시민과 행정은 지진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힘을 모았고, 이는 지진특별법 제정이라는 전무후무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총 10만8천 세대에 4천900억 원 규모의 피해구제금이 지급돼 실질적 피해 회복이 이뤄졌다. 여기에 진앙지로서 가장 피해가 컸던 흥해읍이 복구를 넘어 재난 극복의 세계적 모델로 재건되고 있는 모습은 포항이 가진 놀라운 회복력을 상징한다.


감염병 대유행과 거대 태풍의 위협 앞에서도 포항은 선제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며 안전 도시로서의 역량을 키워왔다. 형산강 정비와 항사댐 건립 등 재난 안전 인프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하는 도시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과정이었다. 숱한 고난을 함께 이겨내며 형성된 시민들 사이의 연대 의식은 그 어떤 첨단 산업보다도 강력한 포항의 무형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인재와 복지가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포항은 지난 10여 년간 교육과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며 '사람 중심'의 성장 기반을 닦아왔다. 포스텍과 한동대가 나란히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고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된 것은 지방 도시가 교육 혁신을 통해 소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지역에서 자란 인재가 지역 대학에서 공부하고 지역 신산업의 주역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 정책 또한 시혜적 차원을 넘어 시민의 일상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체계로 진화했다. 소아응급진료센터 개소와 청소년재단 설립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체계는 시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 특히 지역 내 소비의 마중물이 된 포항사랑상품권은 2조5천억 원의 누적 발행액을 기록하며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포항은 이제 일과 삶, 교육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완성형 도시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청년 주거 정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던 '포항형 천원주택'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 1천원이라는 파격적인 임대료를 제시한 천원주택은 지난해 첫 모집 당시 100호 선발에 854세대가 지원할 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다가올 지방선거, 포항은 어디로 향하는가


2026년 지방선거는 포항에 있어 지난 10여 년의 혁신을 완성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그동안 다져온 신산업의 기반을 공고히 해 글로벌 초격차를 확보하는 일,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생태 도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일은 포항이 마주한 핵심 과제다.


이강덕 시장은 지난 시간들에 대해 "민선 6기 이후 이어진 수많은 도전을 시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돌파해 왔다"고 자평하며, "이제는 포항의 이러한 혁신 사례들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을 이끄는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아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또한 "임기 마지막까지 시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정 기조를 유지하며 미래 성장의 토대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철강 산업으로 대한민국의 부흥을 이끌었던 포항은 이제 첨단 산업과 녹색 환경, 사람 중심의 복지가 어우러진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변화를 일궈낸 포항이 다가올 미래에는 또 어떤 놀라운 혁신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50만 시민과 대한민국의 시선이 이 역동적인 도시의 내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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