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응원하는 팀을 위해 자비를 들여서 전국에서 몰려 온다.<임 원장 제공>
일본은 년말, 신년 연휴가 가장 큰 명절이다. 이때 가족이 모여서 신사에 가서 신년 인사를 하고 집에서TV를 보면서 보낸다. 1월 2-3일 하코네 에키덴(驛傳) 마라톤 경주는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행사이다. TV 시청률이 30%를 넘는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 지방 대학교만 출전을 한다. 역사는 105년 되었다.
도쿄에서 온천이 있는 하코네까지 100km거리를 왕복한다. 각 대학마다 10명이 출전해서 하루에 5명, 한명이 20km를 뛰고, 다음 날 5명이 뛰는 계주 경기이다. 경기의 핵심은 바통 역할을 하는 몸에 두르는 "타스키"가 있다. 타스키는 단순 바통이 아니라 동료를 이어서 자기가 열심히 달림으로서 팀의 명예를 잇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하코네 에키덴이 일본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문화적, 정서적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팀을 위해 한계를 넘어 달리는 모습, 탈진해 쓰러지면서도 다음 주자에게 타스키를 넘기는 장면 등은 일본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와(和, 조화)'와 '근성'이라는 가치를 나타낸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20개 팀이 경주를 하면 상위10개팀이 다음해에도 참가할 수 있고 나머지 10개팀은 예선으로 뽑는다. 예선은 더 어렵다. 프로 선수가 아닌 대학생들의 순수함에 국민은 열광하고 선수는 참가 자체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올해 대회는 전통의 강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이 우승했다. 대회 3연패이다. 거리 응원은 어마어마했다. 각 학교마다 응원단도 있지만 일반인들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국에서도 이 경기에 관심을 가지고 매년 오는 매니아들이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대학의 경기도 응원하고 경기 후 뒷자리에서 같이 아쉬움을 말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부러웠다. 경기 결과가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의 축제로서 선수들, 응원단이 즐기고 있었다. 자기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저절로 생길 것 같았다.
거리에는 수많은 관중들이 나와서 지켜보고, 집에서는 수천만명이 TV로 시청한다. 전국적인 새해 행사이다.<임 원장 제공>
마라톤은 육상 경기의 꽃이고 올림픽에서도 제일 마지막 경기로 열린다. 밀림이 많은 가나, 나이지리아의 서 아프리카는 단거리 경주에 강하고, 초원이 많은 케냐, 에디오피아의 동 아프리카는 장거리에 강하다. 그런데 동 아프리카를 빼면 마라톤은 일본이 절대 강자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나오기 전인 1960-1970년대는 일본이 세계 마라톤을 지배했다.
올림픽 마라톤은 기준 기록을 통과한 선수로 한나라에서 3명만 참가할 수 있다. 기준 기록을 통과한 선수가 수백명인 에디오피아, 케냐를 빼면 일본은 60여명을 가진 압도적인 1등이다. 참고로 한국은 여자 선수가 1명 있고 남자 선수는 없다.
일본은 2시간 8분 안에 들어가는 남자선수가 40명이상인데, 한국은 2시간 10-12분대 선수 몇 명이 대표 선수이다. 일본은 유전적 요인도 없고 체격 조건이 좋지도 않은데 어떻게 이런 성적이 가능한가? 오래전부터 전국민이 마라톤에 관심이 많았고 시스템적으로 저변을 확대한 결과이다.
도쿄 하코네 역전 대회는 역사가 105년 되었다. 중계 방송사인 니혼TV는 선수 개개인의 가족사, 좌절과 극복 스토리 등을 1년 내내 수집하여 2일간의 경기 중에 풀어내면서 단순한 기록 경기가 아니라 거대한 스포츠 드라마로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국민들은 이러한 이야기에 감동하고 같이 눈물 흘리고 박수치고 거리에 나와서 응원을 하고 6,500만명이 TV를 시청한다. 신년 몇일은 온 국민이 하코네 에키덴에 대한 얘기가 화제이다. 참가한 학교의 응원팀은 한 뭉치가 되어서 만나고, 의견을 교환하고 애교심을 한층 가지게 된다.
마라톤 경기와 중계 방송의 잘 짜여진 시스템이 행사를 주도하고, 참가하는 선수들이 발바닥이 까지고 넘어지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거리의 구경꾼들도 웃고 울며 응원하며, 온 국민은 TV를 통해서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니, 일본의 마라톤이 왜 그렇게 강한지 이해가 된다.
임재양(임재양외과 원장, 게이오대학 법정대학 방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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