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흑인 노예부부의 자유 위한 탈출기 ‘주인 노예 남편 아내’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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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5 18:15  |  발행일 2026-01-15
주인 노예 남편 아내/우일연 지음/강동혁 옮김/드롬/688쪽/2만2천원

주인 노예 남편 아내/우일연 지음/강동혁 옮김/드롬/688쪽/2만2천원

1848년 12월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자유를 갈망하던 흑인 노예 부부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탈출을 감행한다. 피부색이 밝은 아내 엘렌은 머리를 자르고 녹색 안경을 써서 '병약한 백인 남성 주인'으로 변장한다. 남편 윌리엄은 그를 보필하는 '충직한 흑인 노예'로 위장한다. 그들은 당당히 기차와 증기선, 최고급 역마차에 올라타 가장 대담하게, 가장 백인답게 행동한다.


하지만 위기는 수없이 찾아온다. 기차 출발을 앞둔 그들 앞에 그들을 소유했던 실제 주인이 나타나고, 달리는 기차 안 두 사람을 의심하기도 하며, 악명 높은 노예 상인까지 맞닥뜨린다. 숱한 위기와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으며, 목숨을 건 여행을 한 두 사람. 자유가 있는 북부 필라델피아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 몇 킬로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그들을 불러 세우는데….


크래프트 부부의 탈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주인 노예 남편 아내'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그동안 미국 역사·문학계에서 노예제 문제는 백인 주류 역사학자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우일연이 집필한 이례적인 책이다. 2024년 한국계 최초로 도서 부문 퓰리처상을 거머쥔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는 피부색, 인종, 계급 등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를 제3의 시선으로 해부한다.


엘렌 크래프트와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 1848년 백인 귀족 남자와 하인 남자를 연기하며 예속 가해자로부터 탈출했다. <윌리엄 앤 엘렌 크래프트 재단 제공>

엘렌 크래프트와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 1848년 백인 귀족 남자와 하인 남자를 연기하며 '예속 가해자'로부터 탈출했다. <윌리엄 앤 엘렌 크래프트 재단 제공>

소설은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이어진다. 온갖 의심의 눈을 피해 숨죽이며 나아가는 두 사람의 여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다만 저자는 부부의 이야기만 전하지 않는다. 엄격한 역사적 고증을 결합해 당시 제도의 일상도 함께 묘사한다. 탈출 전 여러 자녀 중 누구를 데려갈지 선택해야 했던 어머니의 사연, 인간이 인간을 사고파는 경매장 풍경, 노예제의 잔혹함이 구체적 장면으로 재현된다.


배경은 미국이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는 미국 이상의 무언가를 다룬다"고 말한다. 한국인 등도 공감할 만한 보편적 주제, '불의에 대한 투쟁'이라는 것. 가장 미국적인 주제를 한국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특별하게 보일 수 있으나, 결국 어떤 역사를 경험하는가와 무관하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혐오와 차별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21세기에, 약 200년 전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두 사람의 사랑과 연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여정은 진정한 '연대'와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2024년 퓰리처상 위원회는 이 작품을 선정할 때 "인종 계급 차별을 이용한 풍부하고 놀라운 서사"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후 '뉴욕 타임스'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 등 30여 개 주요 언론 매체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출간된 2023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 작가인 김주혜도 "19세기 미국의 정치, 역사, 그리고 죄악을 장대한 파노라마로 펼쳐낸다. 그러나 그 화폭 한가운데 가장 밝게 비추어지는 것은 신앙, 잔인함, 위선,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이라며 책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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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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