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판가] 노진화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그림자도 떼어 놓고’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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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8 16:55  |  발행일 2026-01-18
남아 있는 날들은 그림자도 떼어 놓고/노진화 지음/이um/132쪽/1만2천원

남아 있는 날들은 그림자도 떼어 놓고/노진화 지음/이um/132쪽/1만2천원

노진화 시인이 새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그림자도 떼어 놓고'를 펴냈다. 자연의 장면에서 출발해 가족의 시간과 삶의 진실로 깊게 들어가는 시편들이 담겼다. 푸른 빛이 햇살이 사그라진 뒤에야 숨을 뿜어내듯, 시인은 '늘 빛나는 것들'이 잠시 물러설 때 비로소 드러나는 작고 약한 존재들의 빛을 발견한다.


"강렬한 태양이 펼쳐놓은 갯벌 속 구멍들은/ 무한한 생명의 집인가/ 뻘을 뒤집어쓴 채 칠게 짱뚱어 갯지렁이들은/ 먹이와 집을 두고도 다투지 않고/ 집이 길인 줄 알고 뱅뱅 제 집에서 산다/ 그런 집은 얼마나 깊어 안전한 것인지/ 타오르는 햇빛 속에서/ 아직 떠나지 못하는 슬픔이 갯벌에 눕는다" ('갯벌' 중에서)


시집에는 갯벌이 자주 등장한다. 시인의 모태인 갯벌은 구멍과 구멍 사이의 간격에서 무한한 생명이 태어나는 공간이다. 이 풍경을 통해 시인은 아버지의 이상과 어머니의 헌신, 그리고 가족을 지탱한 희망을 선명하게 불러낸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되 슬픔에 잠기지 않는 언어, 생태의 이미지로 삶을 환기시키는 서사가 만나 읽는 이의 기억까지 따뜻하다.


이밖에도 총 5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아침 바다에서' '삼천포' '순교자들의 바다-갈매못' 등 바다 풍경이 담긴 시편이 담겼다. 안상학 시인은 "(노진화 시인은) 슬픔을 사랑으로 환치하는 길을 한땀 한땀 걸어가는 보무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시집은) 그 길 끝에 사랑이 존재하고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몸과 마음의 움직임"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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