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법부가 다루는 윤 전 대통령 관련 8개 재판 중 첫 번째 판결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남용해 국가기관을 사병화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지난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징역 10년의 절반 수준이다.
재판부는 기소된 혐의 중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쟁점이던 체포 방해혐의에 대해선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내란 혐의는 직접 관련성이 인정돼 공수처의 수사 및 영장 집행은 적법했다"고 판시했다. 또 관저 영장 집행을 경호 인력을 동원해 차단한 행위는 대통령의 영향력을 남용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 △일부 국무위원을 소집에서 누락해 심의권을 침해한 행위 △작성 일자가 실제와 다른 사후 계엄선포문을 작성하고 이를 폐기한 행위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지시 등도 유죄로 판시했다. 다만, 외신 대변인을 통한 허위 공보 지시 및 허위 선포문 행사 혐의 등은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아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다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6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1심 선고 소식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사법 판단을 내렸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항소 방침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국가 원수의 지위와 통치 행위의 특수성을 삭제한 채 형사 책임을 물은 결정"이라며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법리 적용"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 가능성도 제기하며 재판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를 예고했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재판부가 '초범' 등을 이유로 형량을 감경한 것에 대해 "중대 범죄에 부적절한 양형 기준"이라며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채 사법부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번 선고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 앞에는 7개 재판이 놓여 있다. 당장 오는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방조 혐의 선고가 예정돼 있다. 한 전 총리의 경우 윤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로 묶인 내란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유죄 여부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관련 선고 결과를 가늠해볼 잣대로 여겨진다.
정국의 최대 분수령은 다음달 19일 열리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선고다. 앞서 특검은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외환죄, 수사외압 의혹 등 여러 재판이 대기 중이어서 윤 전 대통령은 올 상반기 내내 매주 법정에 출석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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