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아직도 공부할 체력과 의지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작년 9월부터 서울대 경영대학이 개설한 최고경영자과정(AMP)에 100기로 입학하여 다녔다. 매주 두 번 저녁에 수업 들으러 다녔는데, 수료식을 목전에 두고 있다. 환갑이 넘은 나이를 주경야독하게 만든 것은 현재 맡고 있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경영의 세계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법률용어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법조인으로서 평생을 살았던지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하여 새로이 접하게 된 경영 관련 용어는 마치 낯선 외국어 같았다. 영어가 많은 것도 힘든데 온통 약자를 사용하니 처음에는 회의 중간중간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느라 바빴다. 조금씩 용어에 익숙해지니 경영의 흐름을 파악하며 업무를 더욱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최고 전문가인 교수들로부터 경영의 최신 트렌드를 배우는 매시간이 흥미로웠다. 강의 후 다양한 경력을 가진 동기들과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이면서 또 다른 세상을 접하는 시간이 행복하였다. 울산과 광주 등 멀리에서 통학하며 공부하는 동기들의 열정에 깊이 감동받았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현재의 자리에 오른 리더들의 능력과 성실함을 배웠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읋는다"고 수료가 임박하면 경영의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 같았는데 아직도 망망대해에서 헤매고 있는 심정이다. 대신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거나 이를 목전에서 준비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하여야 할지를 정리할 수 있었다.
배운 건 빨리 활용해야 자기 것이 된다는 말이 있다. 마침 지난 토요일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이렇게 정리된 내용을 가지고 신임 사장단 앞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기업의 리더인 최고경영자에게 필요한 세 가지로 △비전의 제시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생존과 성장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을 들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하고 폭넓은 소통을 조언하였다.
리더가 되는 길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한때는 남들보다 탁월한 암기력과 성실함이, 어떤 시대에는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그 길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평생 암기한 모든 지식과 정보의 수백 배를 AI가 순식간에 제공하는 미래의 리더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융합하는 능력을 가져야 함을 강의하면서, 마지막에 시대를 관통하여 리더의 덕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임을 강조했다.
최고경영자는 중요한 결정마다 자신의 판단이 성공하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 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성공의 오만이 한순간에 그 자리를 빼앗고 조직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시가행진할 때 뒤에서 노예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외치게 하였다고 한다. 이는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로서, 영광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당신도 인간으로서 반드시 죽으니 겸손하라는 의미이다.
최고경영자로서 퇴임 후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으려면 일시적인 권력과 성과에 취하지 말고, 다양하고 폭넓게 소통하면서 미래 지향적 경영을 하여야 한다. 성공한 리더에게 겸손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겸손하지 않고는 성공을 유지하지 못한다. 최고경영자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경영 문외한과 함께 공부하고 소통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AMP 동기들에게 지난 주말 삼성 신임 사장단 강의에서 강조한 '메멘토 모리'의 의미를 이 글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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