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단체 ‘행정통합’ 선점 경쟁 본격화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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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8 17:23  |  발행일 2026-01-18

'5극 3특'.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내세운 핵심 국정과제다. 정부는 지방소멸을 피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로 판단하고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론 5대 초광역권(수도·동남·대경·중부·호남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로 나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행정통합을 이룬 지역에 확실한 인센티브와 그에 상응하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미 전국적으로 행정통합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불붙고 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 광역단체간 통합을 넘어 완주·전주간 통합도 다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행정통합 인센티브안. 연합뉴스

행정통합 인센티브안. 연합뉴스

▲대전·충남 '5극3특 전략'의 시발점 되나


이 같은 정부의 행정통합장려 기조 속에 가장 앞선 곳은 대전·충남이다. 지난달 18일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같은 달 5일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도 대전·충남 통합론을 꺼낸 바 있다.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의 시작점으로 대전·충남이 낙점된 셈이다.


대전·충남 통합은 지난해부터 가시화됐다.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지난해 9월30일 국회에서 발의했다. 200여개 조항으로 구성된 특별법은 지방자치 30년간 구조적 한계로 지적돼 온 '권한·재정의 중앙집권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내용들이 담겼다.


특히 충청권이 타 지역과 비교되는 건 특정 진영에 대한 지지세가 약하다는 점이다.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도 국민의힘 주도로 발의됐다. 그만큼 여·야 협의 가능성도 높다. 실제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은 정부와 여당의 통합 추진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충남도는 지난 15일 '행정통합 특별법 특례 원안 반영 테스크 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재정 특례에 따른 예산 추가 확보 등 상황을 공유했다. 다만 최근 정부의 '통합 인센티브'와 관련해선 실망감을 드러냈다. 권한·재정 이양 중심의 특례 조항과 정부 정책의 결이 다른데다, 양도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이양 등 재정 지원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광주·전남도 통합 특별법 제정 '박차'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지난 1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안 검토를 위해 열린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지난 1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안 검토를 위해 열린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정부 재정 지원(4년간 최대 20조원) 발표에 가장 들뜬 곳은 광주·전남이다. 여당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정부 정책에 기대감이 크다. 단체장들도 환영일색이다.


지난 16일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번 지원은 단순한 재정 투자를 넘어 광주·전남이 하나의 생활권이자, 하나의 경제권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장미빛 전망을 내놨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통합되면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지역난방공사, 환경관리공단, 한국공항공사 등이 우리 지역에 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향후 공공기관 유치에 박차를 가할 것을 시사했다.


정부 지원 발표 전날에도 광주·전남은 똘똘 뭉쳐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 을 위한 국회의원 조찬 간담회가 진행된 것. 김 도지사와 강 시장을 비롯해 박지원·신정훈·이개호·서삼석·주철현·조계원·문금주·권향엽·김문수·민형배·조인철·정진욱·안도걸·박균택·전진숙·정준호 의원 등이 참가했다. 통합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강한 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은 8편·23장·312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에너지·첨단전략산업 등 핵심 성장동력 육성을 비롯해 농산어촌 특례, 청년·소상공인 지원 등 제도 개선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도 이같은 지원안을 담은 특별법안을 6·3 지방선거 전에 처리할 방침이다. 입법 예고와 각종 영향 평가, 차관·국무회의 심의 등 3개월 넘게 걸리는 입법 절차를 건너뛰고 법안을 여당 의원 명의로 발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가급적 이달 중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다음 달 국회 통과를 목표로 잡았다.


▲ 부산·경남은 '신중론'…전북·완주 통합 논의 '재점화'


부산·경남 통합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2024년 11월 행정통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대구·경북이 먼저 2026년 7월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고 발표하자 즉각 대응에 나선 것. 이후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꾸준히 통합 논의를 해왔다.


지난달 23일~31일 진행한 주민 여론조사에선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찬성 의견이 과반(53.7%)을 넘은 것. 2023년 조사에서 반대(45.6%)가 찬성(35.6%)보다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하지만 공론화위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행정통합)방향성엔 공감하나 성급하게 추진돼서는 안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날 최학범 공론화위원회 의장은 "정치적 속도전이 아니라 주민 동의를 토대로 충분한 공론화와 절차를 거쳐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혹평을 했다. 경남도는 "과거 기초자치단체 통합 시 제시됐던 지원 내용과 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일시적·단편적 특례를 넘어선 포괄적인 권한 이양과 실질적 자치권의 법적·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답보 상태였던 전북 완주·전주 통합 논의도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정부 주도로 광역통합 바람이 거세게 불자, 김관영 전북지사가 결단을 내린 것.


김 지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의 미래 100년을 여는 3대 핵심 전략으로 △완주·전주 통합 △재생에너지 기반 반도체 확장 거점 △군산조선소 완전 재가동을 제시했다. 그는 "이제 전북이 어떤 속도로,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간 통합을 반대해온 완주지역 정치권의 대의적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통합 추진 방식을 주민투표가 아닌 완주군의회 의결로 선회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앞서 우범기 전주시장도 지난 14일 "최근 대전·충남은 물론이고 광주·전남, 부산·경남에서 통합 바람이 거세게 분다"며 "국가의 인센티브 재원을 윗동네·아랫동네에 뺏길 위기에 처해진 게 사실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며 통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완주군 여론은 통합 반대쪽으로 기울어 있다. 군의회가 반대 여론을 주도해 온 만큼, 스스로 통합 건의안을 발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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