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김천우 홍보계장
K-pop, K-드라마, K-푸드, K-뷰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이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아이돌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볼 때면 우리 문화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 같아 무척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개최된 CES(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전시회)에서 한국의 한 자동차 회사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뛰어난 기술력에 세계인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첨단 과학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 강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훌륭한 문화콘텐츠와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통문화 현주소는 어떠한가. 한국을 동경하며 찾아온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도로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인도를 점령한 불법 주차 차량에, 사람을 보고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들, 신호를 무시하고 인도 위를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면허도 없이 위험천만하게 거리를 누비는 PM(개인형 이동장치)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안전에 위협을 느끼며 큰 실망감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지난해 거리를 산책하던 외국인들이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사건이 해외 언론에 보도됐을 때 우리는 참담한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필자는 과거 독일 연수 시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독일에 처음 도착한 날 기차역을 나와 신호등이 없는 작은 횡단보도를 지나가게 됐다. 늘 그래왔듯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려고 했는데, 도로를 주행 중이던 승용차 한 대가 나를 멀리서 보고는 정지선에 멈춰 섰다. 내가 횡단보도에 채 가까이 다가서기도 전이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띄엄띄엄 횡단보도를 건너갔지만, 수십 대의 차량 운전자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사람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줬다. 그 긴 시간 동안 경적을 울린 운전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 후에도 독일에서 지내는 내내 운전자들은 나를 존중하고, 배려해 줬다. 차가 아닌 보행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독일인들의 몸에 밴 질서 의식과 항상 타인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에 부러움을 넘어 존경심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세계 최고의 교통문화 선진국이 될 수는 없을까. 물론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열심히 단속하고, 교통사고 취약지역의 시설물을 개선하며, 각종 홍보 캠페인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식 개선과 동참 없이 경찰의 활동만으로는 교통질서가 지금보다 결코 나아질 수 없다.
늘 차보다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사람이 보이면 바로 멈추거나 속도를 낮춰야 한다. 음주운전을 비롯해 각종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일은 더욱 없어야 한다. 길거리에서 보행자가 가장 소중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질서를 지키는 것은 결코 나 자신만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안전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시민들의 교통문화 수준이 높아져 K-교통문화가 전 세계의 찬사를 받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시민들이 참여해준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저력을 믿는다.
김천우 <대구경찰청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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