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선의 심심한 이야기] 햇살은 얼마나 따뜻한가!

  •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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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1 06:00  |  발행일 2026-01-21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두텁게 눈이 쌓인 길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햇살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된다. 그늘진 곳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 단단한 성벽처럼 얼어붙어 있었지만 햇살이 드는 곳은 금세 녹아내린다. 오래 전 읽었던 해와 나그네에 관한 동화가 생각났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서 큰 바람을 일으켰지만 그는 옷깃을 더욱 꽁꽁 여미었고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자 나그네는 두꺼운 옷을 벗더라는 이야기. 차가운 바람보다 따뜻한 햇살이 나그네의 꽁꽁 여민 옷을 벗게 만든다는 동화를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동화가 아니고 동화 같은 걸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사내 아이의 시신을 보게 되었다. 시신에 피하 출혈의 흔적이 많아서 짐작은 했지만 그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심각한 폭행을 당해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해자는 친척 남성이었고 자신의 아들을 때려 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아이 엄마였다.


요즘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가 좀 빨라진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많다. 혼자 아들을 키우던 이 여성은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이 버거웠던 것 같다. 젊은 남성 친지에게 훈육을 부탁했고, 사랑의 매(?)도 허용한 것 같았다. 몇 차례에 걸쳐 폭력적인 훈육이 거듭되었고 결국 불행한 일이 생겨버렸다.


아이 엄마는 혼자 아들을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마트의 계산원으로 밤늦게까지 일하고 틈이 날 때마다 설거지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했다. 식탁에 마주앉을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밥이 해결되지 못하는 삶에서 사랑은 얼마나 초라해지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오직 사랑만으로 감쌌어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이 시대의 삶이 그리 녹록치 않다.


우리 가정은, 우리 사회는 서로에게 햇살 같은 존재가 되라고 가르쳤는가? 내 기억으로는 그렇지 않다. 사랑하고 포용하고 서로 격려하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라고 내몰았었다. 죽음을 공부하고, 죽은 이들을 자주 보게 되는 일을 하다 보면 죽음보다는 우리 삶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나는 죽음을 보면서 햇살처럼 따스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곤 했다!


매서운 추위가 닥친 아침에 노숙인들이 신을 두툼한 양말을 준비했다. 백 켤레만큼의 따스함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무것도 나눌 수 없을 때에는 미소 짓는 얼굴도 선물이 된다고 했다. 끝까지 읽으셨으니 이제 미소 지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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