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민의 생명을 담보로…가짜 병원의 탐욕, 건보 특사경으로 끊어내야

  • 박창석<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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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1 11:28  |  발행일 2026-01-21
박창석<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박창석<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이라면, 의사의 존재 이유 또한 환자와 국민이어야 합니다."


의정 활동을 하며 늘 가슴에 새기는 원칙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의료인의 숭고한 사명 대신 오직 '돈'만을 좇으며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국가 재정을 약탈하는 불법개설의료기관,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암세포처럼 퍼지고 있다.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으로서 현장에서 마주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취약계층 어르신과 장애인들이 이용하던 요양병원이나 의원이 알고 보니 비 의료인이 운영하는 영리 수단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복지 안전망에 대한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다.


불법개설의료기관의 폐해는 결코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은 국민 모두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대구 한 병원에서는 의사 면허를 빌려 제대로 된 의료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채 환자를 유치하고, 경미한 무좀 환자에게 불법 레이저 시술을 시행해 상처를 악화시킨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험모집인과 결탁해 실손보험 한도를 파악한 뒤 금액에 맞춰 치료행위를 조작하고 허위 시술을 한 사례까지 드러났다. 또 경북 한 약국에서는 비의료인이 지인의 약사 면허를 빌려 약국을 개설·운영하며 8년간 불법 조제와 판매로 30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사무장 병원은 영리에 눈이 멀어 과잉진료와 불법 시술을 일삼으며 시민의 생명권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리가 성실히 납부한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을 조직적으로 빼돌리고 있다. 2009년부터 2025년 11월까지 이들이 편취한 금액은 무려 2조 8천849억 원에 달하지만, 환수율은 고작 8.84%(2천549억 원)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속이 어려운 이유는 현행 수사 체계의 한계에 있다. 의료 전문 지식이 부족한 일반 수사 인력이 사무장 병원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데 평균 11개월이 소요된다. 그 사이 범죄자들은 재산을 은닉하고 폐업하며 법망을 빠져나간다.


해답은 분명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 즉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이다. 공단은 이미 보건의료 전문성과 빅데이터 기반 분석 시스템, 풍부한 행정조사 경험을 갖추고 있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수사 기간은 3개월 이내로 단축되고, 연간 2천억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지킬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을 위한 더 두터운 복지로 환원될 수 있는 자산이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오남용을 우려하지만, 특사경 권한은 법령에 따라 엄격히 제한될 것이다.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선량한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대구시는 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 광역철도망 구축 등 거대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 복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제 국회가 응답해야 할 때다. 정쟁을 뒤로하고 오직 민생과 시민의 건강만을 생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특사경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앞으로도 시민의 소중한 혈세가 단 한 푼도 범죄자의 주머니로 흘러가지 않도록, 원칙과 상식이 살아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갈 것이다.


박창석<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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