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가 2개의 특별검사 도입(통일교·민주당 공천 뇌물 특검)을 요구하며 8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국민의힘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장동혁 대표의 단식은 보수 결집이란 희망을 보여준 동시에 당 안팎의 난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2·3비상계엄 이후 당의 정체성을 재정비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가올 6·3 지방선거의 암울함만 더할 뿐이다.
장 대표의 단식은 '범보수의 정치적 정서와 공간'를 확장시킨 효과가 있다. 단적인 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년만에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단식장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보수의 한 축을 형성한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도 장 대표를 찾아 위로했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윤석열 정권에서 아웃사이드로 개혁보수의 상징이다. 장 대표로서는 외연 확장의 정치적 자원을 얻은 셈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장 대표를 만나 단식을 응원했다. 이 전 대표는 '현직 대통령(윤석열)의 압박'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에서 쫓겨난 바 있다.
문제는 단식 이후 당 운영과 체제 정비의 방향성이다. 국민 전체, 좁게는 보수 지지자들의 가치와 희망을 담아낼 수 있는냐의 여부다. 국민의힘 내부 구성원들은 보수진영 결집이란 큰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여러 분란의 장애물을 치우지 못하고 있다. 당장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제명 논란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한 전 대표 지지자 수만명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전직 당 대표를 내쫓아낸다는 것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국민의힘은 깊게 생각해야 한다. 국내 정치 역사상 이런 파동을 격은 당이 선거에서 이긴 전례가 없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철폐를 주장했고, 탄핵에도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고통스럽겠지만 이게 합리적 정치 선택이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
장 대표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당의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정체되거나 내려갔다는 수치는 예사롭지 않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뒤진 20%대 지지율이 감지됐다. 핵심은 합리적 보수 지지층은 계엄과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정황에 정서적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말로만 당의 노선을 혁신하겠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실질적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 미래 집권을 아예 포기한 정당이 아니라면, 국민의힘은 뺄셈이 아닌 덧셈 정치를 향한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보수의 건강성과 합리성 회복이다. 장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며 내던진 "더 길고 더 큰 싸움"이 무엇인지 국민의힘은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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