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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화가를 만나면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남자화가만큼 치열하게 작업하는 데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못합니다. 남자처럼 생계를 책임져야 할 이유가 없고 남편이 벌어주는 돈이 있으니 여유롭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입니다. 절박함이 없으니 좋은 그림이 안 나온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작품의 가격도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남자작가만큼 화단, 언론 등의 조명도 잘 받지 못한다는 푸념이다. 이들은 현재 우리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가의 그림 판매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말을 쏟아낸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화랑이 그림을 팔아야 하는데 화가가 컬렉터에게 직접 그림을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이 때문에 화가들은 컬렉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이들과 종종 만나 술이나 차를 마시며 유대감을 돈독히 한다.
이런 데서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한 여성화가는 “남자화가가 컬렉터들과 술 마시는 것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여성화가가 남성컬렉터와 술을 마시면 이런저런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저렇게까지 해서 그림을 팔아야 하느냐는 지적”이라며 “요즘은 작가가 가만히 앉아서 그림만 그린다고 팔리는 것이 아니다. 화가를 아는 사람이 그림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이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그림도 잘 팔린다”고 말한다.
물론 화가가 직접 그림 판매에 나서지 않고 화랑이 알아서 판매해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가는 그렇지 못하다. 매년 대학에서 엄청난 수의 화가지망생이 배출되고 이들을 다 소화할 수 없는 것이 지역화단의 현실이다. 작가가 그림을 판매하는 것이 비정상적이고 그래서 고쳐져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지만, 여러 상황이 맞물려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치열하고 비정상적인 생존경쟁 속에서 아직도 남성을 내조하는 여성을 최고의 현모양처로 바라보는 풍토는 여성작가의 설 자리를 점점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든든한 경제적 후원자인 남편을 둔 여성이 저평가받는 이유도 있기는 하다. 한 여성 전업작가는 “미대를 나와 자식 다 키우고 시간,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그림 그리는 선배들도 있다. 물론 이들도 치열하게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여성작가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곤 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일이 비단 미술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능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2%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2011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처음으로 남학생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은 82.4%, 남학생은 81.6%였다. 반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2%로 절반을 넘지못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2005년 50.1%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전 나탈리 포트먼 주연의 영화 ‘블랙 스완’을 봤다. 완벽한 춤에 대한 갈망으로 정신분열증에 빠지는 발레리나를 소재로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 니나가 죽어가면서 던진 말이다.
‘나는 완벽했어요’였다. 과장된 면이 많은 영화였지만 자신이 맡은 일,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예술가의 모습에서 여성, 남성이란 성구분은 필요없었다. 맡은 일에 대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치열성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김수영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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