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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공포의 대상이다. 더불어 호기심을 일으키는 존재이기도 해서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다. 그 중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영화는 2006년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괴물’이다. 1천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의 인기 비결은 괴물을 가장 괴물스럽게 그려낸 것이리라.
현실감을 살린 것도 강점이다. 한강에 살던 물고기가 인간이 버린 독극물을 먹고 거대한 괴물로 변해, 복수하듯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그럴듯하다. 특히 괴물의 출현은 결국 인재(人災)라는 점과 우리 사회에 괴물보다 더 무서운 인간이 많다는 암시가 돋보인다. 이 영화에서 ‘물고기괴물’은 불에 타 사라졌지만, 요즘 현실에서 남 등쳐먹는 ‘인간괴물’은 갈수록 기세등등한 것 같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세상이 어지럽기 때문인 것만은 확실하다. 역사적으로 봐도 ‘난세’에는 영웅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괴물’이 출몰하지 않았던가.
힘있는 괴물들이 득세하면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지 우리는 몸소 체험하고 있다.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정의가 실종되고 인간성이 파괴되면서, 돈과 권력만이 추앙받고 있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편법과 술수, 탐욕과 위선, 좌절과 불신이 우리 사회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관용과 배려, 희생과 나눔의 휴머니티는 설자리를 잃고 있다. 더욱 문제는 진화한 괴물들의 교묘한 위장술이다. 특히 수괴급은 ‘잔챙이’나 ‘아바타’급과는 달리 추악한 실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이성과 상식이 부정 당하고, 힘과 권력이 모든 것을 짓누르는 세태는 이제 학교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만연한 학교폭력과 도를 넘은 집단 따돌림이 그 증거다. 최근 들려오는 학교폭력 소식을 접하다 보면 학교가 배움의 장소인지 투쟁과 약탈의 장소인지 헷갈릴 정도다.
특히 학교폭력의 정점에 있는 ‘일진회’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최근 현직 중학교 교사의 증언에 따르면, 여러 학교의 일진회 조직이 지역연합까지 결성해 온갖 못된 짓을 일삼는다고 한다. 만만한 애들을 상대로 돈 뜯고, 괴롭히고, 때리는 것은 기본이고, 학교내에 ‘왕따 놀이’ ‘기절 놀이’ ‘강간 놀이’ 등도 퍼뜨린다고 한다. 또 선배가 후배에게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고, 단합대회라는 명목으로 ‘섹스파티’도 종종 연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 말이 과장되지 않았다면) 이들은 ‘조폭’과 다를 게 없다.
더욱 문제는 일진회가 학교폭력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대구 중학생들의 잇단 자살사건에서 드러났듯, 평범하게 보이는 학생도 괴물이 돼가고 있다. 여러명이 작당해 동료를 괴롭히는 방법이 상상을 초월한다. 개처럼 끌고 다니거나 자빠트린 뒤 집단으로 오줌을 누는 경우도 있다.
요즘 청소년들의 폭력성과 가학성이 지나친 것은 맞지만,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다. 사회가 온통 오염됐는데, 그들만 예외이기를 바라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가 아닌가. 그리고 지금보다는 덜했지만 학교폭력은 과거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더불어 윌리엄 골딩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소설 ‘파리대왕’에서 보듯, 인간의 권력욕과 폭력성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결코 약하지 않다. 사회가 변한 만큼 ‘때묻지 않은 동심’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접어야 한다는 말이다.
학교폭력의 비극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학교내의 ‘괴물’을 퇴치해야 할 것이다. 학교차원의 훈육과 제재로는 손 쓸 방도가 없는 ‘일진괴물’들은 격리시켜 치유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 이진·삼진급 괴물에게는 제대로된 인성교육이 해답이다. 그들이 마음속의 괴물을 제어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관심과 사랑을 쏟아야 한다. 사실 인간의 마음속에는 괴물(악)과 천사(선)가 공존한다. 괴물을 물리쳤거나 제압한 사람은 성인(聖人) 혹은 ‘된사람’으로 불린다. ‘난사람’만 지향하는 삭막한 교육풍토 속에서, 우리 청소년이 남 괴롭히며 쾌감을 느끼는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허석윤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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