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귀농열전 .39] 객지생활 40년만에 귀향, 이춘우·이춘희씨 부부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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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1-27 07:32  |  수정 2012-01-27 07:32  |  발행일 2012-01-27 제15면
텃밭 가꾸며 시골인정에 푹 빠져…귀촌후 낭만적 생활만 꿈꿔선 안돼
연금 등 약간의 돈만 있으면 만족…자연 노래…문예인으로 제2 인생
[베이비부머 귀농열전 .39] 객지생활 40년만에 귀향, 이춘우·이춘희씨 부부
어릴적 초가삼간터에 직접 설계하고 지은 시향정 앞에서 나란히 손잡고 선 이춘우·이춘희씨 부부

“귀향은 항상 제 꿈이었고, 제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며 고향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인정과 자연을 통해 도시생활에서는 체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활력을 느낍니다.”

이춘우(59·영덕군 남정면 회리)·이춘희(55) 부부의 말끝에서는 넉넉함과 편안함이 묻어 나왔다. 영덕군의 남쪽관문으로, 푸른 동해바다의 장사해수욕장이 지척이며 청정계곡을 자랑하는 동대산(791m)에 둘러싸인 작은 농촌마을 회리(里)입구. 마을로 들어서면 ‘시향정’(詩香庭)이라고 새겨진 어른키 높이의 정원표지석과 함께 잘 가꾸어진 넓다란 잔디정원이 있는 유럽풍 전원주택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말그대로 ‘시 향기가 있는 뜨락’인 이곳은 2008년 가을 이씨 부부가 도시 전세 수준의 비용만으로 직접 설계하고 꾸민 보금자리다. 이씨가 초·중학교까지 뛰놀며 생활했던 곳으로 당시 초가삼간이었지만 군입대를 기념해 심어둔 35년 된 살구나무가 뿌리를 내린 채 옛 분위기를 그나마 전해주고 있다. 특히 반경 1㎞ 안팎에 이씨의 두 형님이 사과농사를 지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서로 왕래하는 이들을 두고 마을에선‘3형제 한마을 살이’의 두터운 형제애를 부러워하고 있다.

이씨는 무엇보다 자신의 귀향 결심을 말없이 따라준 부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도시생활이 전부였던 부인 이씨는 “처음엔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는데 차츰 집 주위 야산에서 산나물도 뜯고 텃밭을 가꾸며, 가끔은 인근 장날을 구경하면서 도시생활에서 몰랐던 시골인정에 푹 빠졌다”며 맑게 웃었다. 이씨 부부는 “고향의 자연은 정서적으로 안정과 만족감을 준다“며 “종종 우리가 사는 걸 궁금해하며 멀리서 찾아오는 지인들이 있어 이곳 생활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귀향과 귀촌에 대해 이씨는 “낭만적으로만 생각해선 안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배우자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고 작은 텃밭이라도 직접 일구는‘자연과의 대화’는 필수고, 그러다보면 그 재미에 푹 빠져 쉽게 정착할 수 있다”고 들려줬다. 그러면서 “귀향에 꼭 큰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면서 “연금이나 저축 등 약간의 경제적 준비만 된다면 ‘시골살이’로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정년을 마치고 4년전 귀향한 이씨는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문예인으로 제2의 인생을 이곳에서 열었다. 필명이 동천(東川)인 이씨는 지난해 3월 직접 찍은 사진에다 고향의 인정을 소재로 엮은 네번째 시집 ‘그곳에 머물리라’를 출간한 중견작가로, 주로 고향의 풍경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자연의 아름다움을 절제된 시어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틈틈이 자신의 블로그에 영덕의 풍광을 담아 소개하는 등 향토문예인으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 주위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자칭 ‘말초세대’(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며 효도 못 받는 첫 세대)라는 이씨부부는 “베이비부머인 우리 스스로가 자세와 욕심을 낮추고 은퇴 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며 수수한 삶의 여유를 갖는다면 도시생활을 하는 자식(2남)에게도 부담을 덜어주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고교때부터 시작된 객지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어머님의 정취가 고스란히 간직된 이 곳에서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는 나는 행운아”라는 이씨의 말속에는 은퇴후의 욕심없는 여유로움이 듬뿍 담겨 있었다.

영덕=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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