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오렌지 수입, 지역농업에 어떤 일이

  • 입력   |  수정 2012-05-17  |  발행일 2012-05-17 제면
관세 30%로 낮추는 3∼8월 오렌지 수입량 많아져
경북서 생산되는 과수 피해
성주참외 15년차 피해액
600억원 넘어설 듯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어
[기고] 미국 오렌지 수입, 지역농업에 어떤 일이

이제 요란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때가 됐다. 개구리 소리가 시끄럽다고 돌을 던지면, 직접 맞아죽는 개구리도 생길 것이고, 다치는 개구리, 생태계 파괴 등 호수 내 여러가지 파장이 야기될 것이다. 바로 나비효과 같은 것이다. 대구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는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세상의 모든 일이 어떻게든 연결돼 있음을 말해 준다.

FTA는 우리 농업이라는 호수에 돌을 던지는 것과 다름없다. 직접 피해로 농사를 접는 농어업인과, 간접 피해를 보는 농어업인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1978년을 농산물 수입개방의 원년이라 부르고 있다. 이후 계속된 농업개방은 이제 FTA로 진일보했다. 1978년 농업개방이 빗장을 열었다면, 작금의 FTA는 그나마 있던 우리 농업의 보호막을 걷어내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이제 플라이급과 헤비급 체급에 관계없이 FTA라는 링에 올라 죽기살기로 난투극을 벌여야 하는 형국이 됐다. 우리나라 유수 국책연구원들이 15년 동안 농어업 생산감소액이 12조6천683억원이나 된다고 말한 것도 그만큼 우리 농업이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지역의 사정은 어떨까. 경북은 농어업 인구가 약 20%에 달할 정도로 농업 의존도가 높은 농도(農道)다. 물좋고 산좋은 곳에서 사과·포도·복숭아·딸기 등 많은 과일이 생산되고, 질좋은 한우생산 또한 전국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미 FTA 발효는 경북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축산과 과수 분야에 큰 직접적 피해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경제 기여도가 높은 사과·포도 등 과수산업이 위축되고, 한우·돼지·닭을 중심으로 한 축산업 기반의 붕괴가 우려된다.

피해는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타국과의 FTA에서 세이프가드(Safe guard)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특정상품의 수입급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취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다. 그런데 이 좋은(?) 제도가 오히려 경북농업에 피해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과수 중 미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되는 오렌지를 예로 들어보자. 관세가 50%인 오렌지에 대해 우리나라 감귤이 많이 생산되는 9~2월에는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감귤이 생산되지 않는 3~8월에는 관세를 30%로 낮추는 세이프가드를 적용하고 있다. 관세가 낮은 기간에는 오렌지가 많이 들어오게 돼 있다. 문제는 이 기간 경북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수박·참외·자두·복숭아·딸기 등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다. 연간 생산액 4천300억원 규모인 성주참외 한 품목만 하더라도 집중 출하시기인 3~8월에 오렌지의 계절관세 적용으로 피해가 엄청나다. 직·간접적인 피해를 합쳐 15년차 피해액이 6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FTA 체결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작물에 대해 어느 정도 보상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주생산물인 참외·자두·복숭아 등은 직접피해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더군다나 다른 품목의 계절관세로 인한 간접피해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말이 없다. 맞아 죽는 개구리는 중요하고, 더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생태계 파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업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FTA에 따른 수입증가로 피해가 우려되는 농가에 대해 경영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타 작물의 보호장치로 인한 간접피해에 대해서도 피해보전직불제 및 폐업지원제도를 통한 별도의 소득보전대책 도입이 필요하다.

호수의 개구리는 FTA를 맞이하는 우리 농어업과 닮은 꼴이다. 개구리가 던져진 돌멩이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인간인 우리는 노력 여하에 따라서 그 돌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또한 FTA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절한 대책이 요구되지만, 농업인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교육 등을 통해 자기만의 기술·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병규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식품팀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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