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페셜] 대구 젊음의 분출구를 가다

  • 노진실 백경열 최우석 손동욱 이현덕 황인무
  • |
  • 입력 2013-06-01   |  발행일 2013-06-01 제2면   |  수정 2013-06-01
술 마시고 놀고?…“이제는 광장문화의 꽃 피운다”

침체된 도시 대구를 역동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선 젊음의 분출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대구엔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이의 해방구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최근엔 전통적인 동성로와 대학가를 벗어나 신흥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테마가 있는 새로운 젊음의 해방구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여기다 단순히 먹고 마시며 흥청거리는 모습에서 나아가, 건전한 광장문화를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대구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젊음의 광장을 살펴봤다.


[y스페셜] 대구 젊음의 분출구를 가다
경북대 북문 주변은 서울의 홍대거리처럼 늘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북문 주변은 앞으로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거리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동성로 주말저녁 곳곳 거리공연 ‘버스킹’즐겨

대학가 “서울 대학로처럼…” “젊음 특화거리로…”

# 동성로·대학가의 변화

지난달 25일 오후 8시쯤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 광장에 아름다운 기타 선율이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가까이 다가서자 20~3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이 간이 의자에 앉은 채 감미로운 음색으로 가요를 부르고 있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30여명의 젊은 남녀가 음악소리에 중독된 듯 병풍처럼 서 있었다.

거리공연을 자주 즐긴다는 이정수씨(27·대구시 수성구 황금동)는 “몇 년 전, 방송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한 이후부터 이른바 ‘버스킹(거리공연)’을 벌이는 사람이 늘었다”며 “예전 동성로가 쇼핑을 위주로 한 공간이었다면 이젠 문화를 공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바뀌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활짝 웃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젊음의 공간인 동성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거리공연 열풍이 동성로에도 몰아치고 있다. 주말 저녁이면 동성로 곳곳에서 버스킹을 즐기는 젊은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초부터 동성로에서 거리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비글스’ 소속 김준환씨(35)는 “구미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을 많이 벌였지만 대구시민의 호응도가 가장 뜨겁다. 특히 동성로는 젊은층의 에너지가 충만하다”고 했다.

현재 동성로 일대에서 김씨처럼 버스킹을 벌이는 팀은 5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로의 변화에 관할 행정기관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중구청은 2010년부터 동성로 일대에서 ‘로드아트(ROAD ART)’ 공연을 벌이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4~6시 진행되며 연극, 마임, 마술, 무용, 댄스 등 매회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시민이 단순한 관객이 아닌, 공연에 직접 참여하고 배우와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참여형 공연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음의 대명사인 대학가를 명물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북구 산격동 경북대 일대와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성서캠퍼스 일대를 ‘대구판 홍대거리’로 만드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신호탄은 북구청이 먼저 쏘아올렸다. 북구청은 지난해 10월말 당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공모사업으로 뽑힌 ‘산격로·대학로 주변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올해부터 추진 중이다.

북구청은 경북대 일대를 서울의 대학로처럼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거리로 꾸민다는 복안이다.

‘성서의 허브’라 불리는 계명대 성서캠퍼스의 변화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달서구청은 계명대 동문 일대를 ‘젊음의 특화거리’(가칭)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5월초 국토해양부 공모사업인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이 사업에 선정될 경우, 현재 도시철도 2호선 계명대역부터 계명문화대 맞은편에 이르는 860m 구간과 대학로 2곳(로데오거리·대학로)은 팔색조 거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y스페셜] 대구 젊음의 분출구를 가다
수성구 신매광장은 노점상 대신 실개천과 바닥분수, 야간경관 조명시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젊음의 해방구로 떠오르고 있다.


시지 신매광장 맛집도 줄지어 나들이 제격

칠곡3지구는 ‘북구의 동성로’명성 북적북적

# 새로 떠오르는 곳

△신매광장= 지난달 29일 오후 7시 대구시 수성구 신매광장. 다정하게 손을 잡거나 팔짱을 낀 연인이 하나 둘씩 모습을 보였다. 무리를 지어 활기차게 거닐고 있는 남녀 대학생에 이어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대구 수성구 시지지역의 최대 번화가인 신매광장의 평일 저녁 모습이다. 이곳이 젊은 연인의 데이트, 가족 나들이 코스로 각광 받으면서 새로운 젊음의 광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매광장을 찾는 젊은이는 ‘접근성’과 ‘다채로움’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지하철 신매역과 인접해 있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도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자가용 운전자는 신매광장의 넓은 주차공간에 만족감을 표시한다. 아파트 밀집지역에 위치해 가족단위 나들이객도 즐겨 찾는다.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엔 다양한 맛집이 들어서 있다. 치킨, 막창 등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주점은 물론, 데이트에 제격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 있는 커피숍 등 없는 게 없다.

직장인 장수진씨(29·대구시 수성구 지산동)는 “신매광장은 남자친구와 자주 찾는 데이트 장소다. 열정적인 분위기에 맛있는 치킨집까지,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칠곡3지구= 예전 칠곡읍이었던 강북지역은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특히 젊음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은 ‘칠곡3지구’. 이곳을 찾는 젊은이는 ‘북구의 동성로’라고 부른다.

주말인 지난달 25일 오후에 찾은 칠곡3지구는 20~30대 젊은층으로 붐볐다. 커피숍 테라스에는 연인, 친구와 함께 찾은 젊은이로 가득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들이를 나온 젊은 신혼부부도 쉽게 눈에 띄었다. 최근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속속 들어서, 이곳이 젊음의 거리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음식점도 젊은층으로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식당 곳곳에선 ‘소개팅’에 나온 젊은 남·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김성훈씨(29)는 “최근 유명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 소개팅 장소를 칠곡3지구로 정했다. 굳이 강을 건너 대구 도심까지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곳에선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칠곡3지구는 최근 급속히 늘어나는 통신·의류매장에 힘입어 지금은 점포 2천여곳의 상권을 자랑한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접목한 테마가 부족해 젊음의 에너지를 도시 역동성으로 승화시키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y스페셜] 대구 젊음의 분출구를 가다
대구도시철도 반월당 환승역 지하상가인 메트로센터는 인근 백화점과 맞물려 젊은 여성의 쇼핑 천국이 됐다.


지하철 타고 오면 반월당 쇼핑의 천국으로…

서울·부산까지 입소문…평일에도 활기 넘쳐

# 쇼핑문화 욕구 발산


주말인 지난달 25일 저녁, 대구시 중구 대구도시철도 반월당 환승역 지하상가인 메트로센터. 중·고교생에서부터 대학생, 20~30대 직장인 여성과 젊은 주부까지 쇼핑에 나선 여성으로 북적였다.

최신 유행 옷을 쇼윈도에 전시해 놓은 보세 의류점마다 여성 쇼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신발과 액세서리, 화장품 매장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지하상가와 에스컬레이터로 이어진 반월당역에선 지하철이 도착하자 한무리의 젊은이가 물밀듯이 이곳으로 들어왔다.

한 액세서리 가게 앞에서 만난 안은지씨(21·대구시 달서구 용산동)는 “반월당 지하상가는 지하철을 타고 오면 바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학생에겐 무척 편리하다”고 했다.

반월당 지하상가는 이미 젊은이의 ‘핫(HOT)’ 쇼핑 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사실 반월당 지하상가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데다 대구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이라는 최고의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활기를 띠지 못했다. 노인의 피서 공간 정도로 인식됐던 반월당 지하는 이제 젊은층이 쇼핑·문화욕구를 발산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곳이 인기를 누리는 데는 지하상가와 바로 연결된 현대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의 영향도 크다. 이곳을 즐겨 찾는 이들은 지하상가에선 보세의류 쇼핑을, 백화점에선 브랜드나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 지하상가에서 몇 계단만 올라가면 대형서점이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반월당 지하상가는 타 지역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 부산 등지에서 대구를 찾은 쇼핑객의 필수코스가 됐다.

직장인 고지선씨(28·부산시 해운대구)는 “친구의 권유로 반월당 지하상가에 들렀는데 볼거리와 살거리가 너무 많다. 주변 공간이 넓어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부산의 서면 지하상가를 압도한다”면서 “마음에 드는 것은 품목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월당 지하상가 합동사업단 관계자는 “반월당 지하상가는 대구를 대표하는 쇼핑 공간으로 거듭났다. 주로 젊은 여성이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쇼핑을 위해 이곳을 찾으면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글=노진실기자·백경열기자·최우석기자, 사진=손동욱기자·이현덕기자·황인무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