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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이공계열 지원자는 공채로 뽑고 인문계열은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다고 발표, 인문계열 취업 준비생을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대기업 채용시장에서 인문계열 출신자는 찬밥신세다. 최근 수년 새 ‘이공계 우대-인문계 홀대’ 현상이 두드러진 탓이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이공계 채용 비중이 높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의 85%를 이공계 출신으로 채웠다. LG그룹 전자계열 3사의 인문계와 이공계 출신 선발 비율도 2대 8이다. 이러다보니 SKY 인문계열 출신도 취업을 장담 못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반면, 이른바 ‘전·화·기’는 취업시장에서 상종가다. 전기전자·화학공학·기계공학 전공자는 휴대폰, TV,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 분야와 맞닿아 있어 취업률 80~90%를 자랑한다.
덕분에 대기업 취업시장에선 지방대 이공계열이 서울시내의 웬만한 대학 상경계열보다 더 우대를 받는 게 현실이다.
올해 초 전자분야 대기업에 합격한 지역대 이공계열 출신은 “나보다 훨씬 좋은 서울의 대학을 간 인문계 친구들은 취직이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개발과 기술분야 인력이 더 필요한 제조업 특성도 있지만 인문계 출신이 주로 맡던 관리직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여기다 이공계 출신을 대거 선발한 대기업이 지난해부터 인문학 소양 테스트와 어학능력을 정밀 검증하면서, 이들의 인문사회학 소양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전공 지식을 갖춘 이공계 출신자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는 어렵지 않지만, 인문계 출신이 자연과학 지식을 겸비하기는 쉽지 않다는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문계의 고난은 대학입시부터 시작된다. 문·이과 계열별 대학 정원은 비슷하지만, 지원자는 두 배 이상 차이난다. 올 수능시험 응시생의 계열 분포를 보면, 수학 B형(이과)은 27%, A형(문과)은 73%로 문과 계열 응시 선호도가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문계는 대학 입시에서도, 취업 문턱에서도 높은 경쟁을 뚫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문계열 출신은 막상 취업을 해도 임원 승진까지는 험난하기만 하다. 10대 대기업의 경우, 임원 승진까지 70~80%가 이공계 출신이라는 것이다.
사회 현실과 달리 중·고교생과 학부모, 학교는 여전히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년 전만 해도 고교에서의 문·이과 학생 비율은 5대 5에 근접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과 학생의 비율이 훨씬 높다. 대학 진학도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취업전선에선 서러운 약자지만, 문과 편중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학부모의 화이트칼라 선호와 함께 학생의 수학 기피 풍조가 맞물려 빚어지는 현상이다. 중상위권이나 중위권 학생일수록 이과를 기피하는 경향이다.
학교·교사의 귀차니즘도 문과 선호 현상에 한몫을 한다.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적극적인 진로지도보다는 학생의 선택에 맡기는 탓이다. 수학·과학을 멀리하는 쉬운 공부의 결말은 예고돼 있는데, 이를 어린 학생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건 직무유기다.
다행히 현재 초등 6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18년부터 교과과정에서 문·이과의 벽이 없어진다. 이른바 통섭형 교육이 이뤄지면 이런 문제점은 많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렇다고 사회나 기업에서 인문계의 비중이 축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조성은 인간 역사의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다. 복잡다단해진 세상, 단순한 수치상의 정량적인 시각만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변수, 변화를 포괄하는 정성적인 시각으로, 지식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다.
윤철희 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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