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구 .6] 삼성이 밀고 대구가 당기고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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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4   |  발행일 2014-11-24 제3면   |  수정 2014-11-24
대구시가 닦은 기반에 삼성이 책임지고 ‘창업 성공모델’ 만들어낸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구 .6]  삼성이 밀고 대구가 당기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구 .6]  삼성이 밀고 대구가 당기고
삼성그룹은 빈터로 남아있는 옛 제일모직 자리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건립한다. 면적 4만1천930㎡ 정도인 이 부지에는 내년 말까지 창업보육센터, 소호, 예술창작센터 등 19개 동의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영남일보 DB>



지난 21일 대구시 동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삼성벤처 파트너스 데이’가 열렸다.

삼성벤처투자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사물인터넷(IoT)·정보통신기술(ICT), 부품소재·디스플레이, 패션·콘텐츠 등 3개 분야 18개 기업이 참가해 사업 비전 및 주요 내용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삼성그룹이 대구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뒤 처음으로 우수 창업·벤처기업 선발과 지원에 나선 것이다.

삼성그룹의 대구 투자가 현실화되면서 지역민의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삼성상용차 퇴출 등으로 최악까지 치달았던 삼성그룹에 대한 시민 불만은 이미 사라졌고, 오히려 삼성그룹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특혜에 가까운 혜택을 줘도 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대구 투자를 위해 필요하다면 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구는 삼성의 대구 재진출을 재도약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시민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기반을 만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전제돼야 삼성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 거점
매년 40여 개 팀 선발…밀착 지원
공모전·인턴십 통해 인재 발굴도

대구 차세대-삼성 신수종 산업
에너지·의료·물 등 거의 같아
市 인프라 구축안 마련에 적극적


◆삼성, 대구에 투자하다

지난 9월15일 대구시는 삼성과 옛 제일모직 대구공장 본관 터에다 대구창조경제단지를 만드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따라 삼성은 9만3천여㎡에 이르는 터에 내년 말까지 창업단지를 조성하고 ICT분야 창업을 비롯해 관련 인재 육성에도 나선다.

연면적 4만1천930㎡ 규모로 조성되는 창조경제단지에는 스마트업 지원센터, 문화예술창작센터,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 주민문화센터와 공방, 상업시설 등 총 19개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삼성 창업관을 신축하고 그룹의 시초가 됐던 삼성상회 건물도 복원한다.

지난달 31일 대구시와 정부, 삼성그룹은 업무협약 체결 후 처음으로 운영위원회 회의를 갖고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역경제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이 책임지고 창업 성공모델을 창출해 내기로 했다.

삼성의 벤처·창업 지원 프로그램 노하우를 바탕으로 6개월 내에 창업에서 해외진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C-랩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매년 40여개팀을 선발한 뒤 팀마다 멘토를 붙여 밀착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분야는 IoT 융복합기술, 차세대 SW융복합기술, 3D 프린팅 융복합기술, 웨어러블 융복합 솔루션, 디자인 창의과제, 스마트카 융복합기술, 융복합 문화기술 등이다.

대구시와 삼성이 각각 100억원씩 출자해 총 200억원 규모의 펀도를 조성, 팀당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한다. 또 삼성의 노하우와 미국 현지 창업·벤처지원 프로그램인 OIC(Open Innovation Center) 액셀러레이터 등을 활용해 해외진출까지 지원한다.

삼성은 이와 별도로 대구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해 5년간 총 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매월 ‘삼성 벤처 파트너스 데이’를 개최해 경쟁력 있는 창업·벤처기업을 선발하고 이들 기업에 시장 정착 자금으로 최대 2억원씩 지원한다.

삼성은 현재 스마트TV용 앱 개발 벤처기업인 부싯돌·에이투텍과 기술협력을 진행 중이며 다음 달에는 카메라 부품업체인 티피에스, 전자제품 금형부품 제조업체 성진포머 등에 지분투자를 추진한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의류·섬유, 기계·금속, 자동차부품 등 대구지역 전통산업의 창조산업화를 적극 지원해 지역산업 발전을 견인한다. 특히 대구지역 산업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의류·섬유, 기계·금속, 자동차부품 산업과 관련해 R&D기획, 기술이전, 판로개척 등 다각적인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구 경제를 이끌었던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삼성이 2016년까지 조성하는 창조경제 단지에 C-패션 디자인 캠퍼스를 구축, 신진디자이너 발굴 육성과 창업 지원에 나선다. 기계·금속은 창의적 연구개발 기획 및 사업화 전략 자문을 지원하고, 자동차부품은 무인운전·스마트제어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연계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2017년 ‘튜닝 전문지원 서비스센터’ 완공에 맞춰 대구 남산동 자동차부속골목을 자동차 튜닝 신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과 연계해 우수한 창의인재를 육성하는 SW교육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하고, 공모전과 인턴십 등을 통해 지역인재 발굴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 삼성 대구투자 측면 지원

정부는 창조경제 기반 조성에 대기업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벤처·창업기업을 지원하는 대기업에는 세액공제, 동반성장지수 평가 반영,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시 가점 부여 등 다양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미국의 기업가정신대사(PAGE)와 창조경제혁신센터 간 협력 체계도 구축된다.

지난 4월 구성된 PAGE는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라지브 샤 국제개발처장 등 3명의 위원장단과 11명의 창업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차세대 기업가 양성 자문역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PAGE와 함께 국내 창업 인재를 대상으로 강연·멘토링 행사를 열고 협력성과 연례보고서를 발간하는 등의 공동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한미산업협력위원회에 창조경제분과를 설치해 양측 헙력의 가교 역할을 맡길 방침이다.

◆대구,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

삼성의 대구 재진출은 대구 이미지 제고과 경제활성화를 이끌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크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 삼성이 가져다 줄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은 계량화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삼성 계열사를 유치하기 위해 전쟁과도 같은 유치전을 벌인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삼성과 지역 경제활성화 연관성은 역사가 증명해 준다. 1954년 제일모직이 대구에 둥지를 튼 뒤 이후 20여년간 삼성그룹의 주력 기업 역할을 할 때 대구는 우리나라 섬유 산업의 메카였다. 지역 경제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어느 대도시보다 소위 ‘잘나가는 곳’이었다.

삼성에 있어 대구는 늘 우군이었다. 위기에 빠진 삼성을 다시 살린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은 1936년 마산에서 정미소 사업을 시작해 운수·부동산업까지 확대했다가 결국 망했다. 이후 재기에 성공한 곳이 바로 대구시 중구 ‘삼성상회’다. 인근의 사과와 동해의 수산물 등을 만주에 내다 팔면서 크게 성공했다. 이후 서울로 옮겨 삼성물산을 설립했지만, 6·25전쟁으로 전 재산을 날렸다.

호암이 또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곳이 대구다. 바로 북구 침산동 ‘제일모직’. 사계절의 기온 차가 심한 대구는 모직공장으로는 불리한 지역이었지만, 호암은 1954년 당시 대한민국 단일 공장 규모로는 가장 큰 공장을 세웠다. 이후 삼성도 대구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대구시는 삼성상용차 이후 10여년 만에 이뤄진 삼성의 대구재투자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공을 들일 계획이다. 대구에는 삼성과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구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산업과 삼성의 신수종 산업이 거의 동일하다. 에너지산업, 의료산업, 물산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대구시는 이들 산업을 키우기 위한 인프라 구축안을 마련했거나 마련하고 있으며 삼성은 이들 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적지를 찾고 있다.

대구시는 올 하반기부터 2017년까지 5천564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구시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일대에 100% 청정에너지 생산기반을 조성하는 ‘분산원형 에너지자족도시’를 만든다. 이 사업에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삼성SDI가 참여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높힐 수 있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분석이다.

또 대구가 강점인 의료기기 제조 및 물산업 클러스터 기반에 삼성의 힘이 보태질 경우 관련 산업은 10년 안에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삼성의 이번 투자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일모직 터 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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