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신경병증성 통증

  • 임호,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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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5 08:06  |  수정 2014-11-25 08:06  |  발행일 2014-11-25 제21면
대상포진, 피부과外 마취통증의학 치료도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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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를 찾아가 신경병증성통증 초기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술, 고주파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상당 부분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동산통증의학과 박석 원장이 신경병증성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신경차단술을 시술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직장인 이명훈씨(55)는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인해 사는 것이 싫다. 통증이 어찌나 심한지 옷이 몸에 닿기만 해도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기 일쑤였다.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이 닿기만 해도 아파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씨는 “대상포진후신경통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를 것”이라며 “치료방법을 몰라 많이 힘들었는데, 최근 통증의학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당뇨병성말초신경염 등
상상못할 정도로 고통 극심
일상생활마저 하기 힘들어

약물·신경차단술 등 치료
척수신경 자극기 사용하기도


통증은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인 동시에 더 큰 상처를 막는 방어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통증의 원인이 불명확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더 이상 증상이 아닌 질병으로 봐야 한다.

이씨처럼 각종 통증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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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통증의학과 박석 원장

동산통증의학과 박석 원장은 “통증 중에서도 신경병증성 통증처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드물다”며 “대표적 질환으로 대상포진후신경통, 당뇨병성말초신경염, 복합부위통증 증후군을 꼽았다. 공통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라고 말했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은 말 그대로 대상포진에 걸린 후에 생기는 신경통증이다. 어릴 때 수두를 앓은 후 완쾌되었다고 해도 수두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와는 달리 바이러스가 재발해서 생기는 대상포진의 경우 몸통, 팔, 다리, 얼굴 등의 특정 부위에 국한해서 수포(작은 물집)와 통증, 가려움증 등을 동반하게 된다.

대상포진이 발생했을 때 초기에 치료하면 후유증 없이 낫는다. 하지만 치료를 늦게 시작했거나, 대상포진이 생긴 후 증상이 심한 경우, 고령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서 대상포진후신경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 바이러스가 신경뿌리를 파괴시킬 수 있는데, 이 망가진 신경으로 인해서 극심하고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즉 대상포진이 걸려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 받으면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죽어서 없어지지만, 망가진 신경은 계속 남아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70대 이상에서는 많은 수의 환자에서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대상포진이 발생했을 경우 피부과뿐만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대상포진뿐만 아니라 말초신경염도 극한의 통증을 유발한다.

당뇨나 신장병환자, 항암치료를 받은 암환자,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중 일부는 손과 발끝이 저린 말초신경염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증상은 얼얼하거나 타는 듯한 느낌, 경련, 감각저하 등이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생기고, 심하면 보행장애가 오기도 한다.

박 원장은 “당뇨환자나 만성 신부전증 환자는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말초신경에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당뇨환자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궤양까지 나타날 수 있으며, 체중감소 요실금 증상까지 동반한다” 고 말했다.

복합부위 통증증후군도 엄청난 고통을 안긴다.

가만히 있어도 마치 망치로 얻어맞거나 칼이나 송곳으로 찔리는 듯 아프고, 전기로 고문하는 듯한 아픔, 스치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손 색깔이 검붉게 변하거나 심하게 붓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기도 한다.

원인으로 가장 많은 것이 외상(골절상이 가장 많음)을 입거나 수술과 관련해 발생, 뚜렷한 원인 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손상을 받은 부위뿐만 아니라 인접 부위로 점점 통증 범위가 넓어지고, 일부 환자의 경우 손상 부위와 정반대쪽 같은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외상이나 수술 등 손상을 입은 뒤 어느 정도 상처가 회복됐는 데도 1~4개월가량 진통제로도 통증 조절이 안 되고, 오히려 더 아프고 통증 부위가 주위로 퍼진다면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며 “체열 검사, 뼈 검사, 자율신경 검사, 신경근 전기생리 검사를 통해 최종 진단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신경병증성통증이란 진단이 내려질 경우 약물치료(항경련제나 항우울제 등)와 함께 신경차단술, 고주파치료, 척수신경자극기(SCS)를 몸에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신경차단술은 신경에 약물을 투여해 손상 받은 신경을 치료하고, 더불어 통증 전달 경로를 일시적으로 막는 방법이다. 이에 비해 고주파 치료는 일반 전류의 주파수를 라디오 주파수만큼 증폭시켰을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원하는 부위의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극심한 통증이 지속될 때는 척수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주는 척수신경 자극기를 심어 통증 전달 신호를 다른 신호로 바꿔주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척수는 말초신경에서 느낀 통증 등의 감각을 뇌에 전달한다. 따라서 이런 통증 신호를 다른 자극 신호로 바꿔주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굵기 2㎜, 길이 20~30㎝ 정도의 SCS는 국소마취 후 주삿바늘에 실어 통증 유발 신경 부위로 삽입한다. SCS는 체내에 삽입된 후 우리 몸의 통증 신호 전달 체계에서 통증을 느끼는 신경을 억제함은 물론 신경계 고유의 통증 억제 기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박 원장은 “신경병증성 통증 증상이 시작된 초기에만 와도 신경차단술과 먹는 약 복용으로 80% 이상의 환자에게서 통증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며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겠지만, 발병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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