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에 올인하는 대구<주>민영산업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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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4 07:59  |  수정 2015-11-24 07:59  |  발행일 2015-11-24 제17면
車 핵심부품 ‘성형’ 독보적…獨·日 이어 ‘연속주조몰드’ 개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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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 입주한 민영산업 본사 전경(위쪽)과 자동차 단조 부품 및 특수동합금주조 공장 내부. <민영산업 제공>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은 스포츠맨이 지녀야 하는 바람직한 정신 자세를 말한다. 공명정대하게 상대의 처지를 존중하며, 규칙을 지키고 명랑하게 게임을 함으로써 최선을 다하는 정신이다.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가진 선수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고,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비정상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불의한 일을 행하지 않으며, 항상 상대편을 향해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승패를 떠나 결과에 승복한다. 스포츠맨십의 원천은 19세기 중반 영국의 사립 중등 교육기관인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의 스포츠 활동에서 유래됐으며, 중세 기사도의 덕목에서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그 당시 시민사회의 덕이었던 젠틀맨십(Gentlemanship)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스포츠맨십은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넓게 통용되는 훌륭한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단조 및 특수동합금주조 전문업체 <주>민영산업(대표이사 차영규)은 이러한 ‘스포츠맨십’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성공을 이뤄낸 대표적인 지역 강소기업이다.

콘로드·DCT 포크 등 만들어
현대·기아에 1천㏄엔진用 납품

신소재 사업에도 꾸준히 투자
세계최초 동합금 기술 개발 성과

◆엔진·변속기 핵심 단조부품 생산

1989년 민영단조로 출발한 민영산업의 주력 사업모델은 자동차용 단조 부품이다. 단조는 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필요한 형체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단조는 재료를 가열하는 정도에 따라 열간단조와 온간단조·냉간단조로 나뉜다.

단조는 재료를 성형하는 목적 외에도 재료의 입자를 미세하게 함과 동시에 조직을 균일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계적인 성질이 향상된다.

민영산업은 열간단조와 냉간단조의 장점을 접목한 복합단조 기술을 통해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생산,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1000㏄급 엔진에 들어가는 콘로드(CON-ROD)와 7속 DCT(듀얼클러치미션)의 포크를 생산하고 있다.

콘로드는 엔진의 피스톤과 크랭크축을 연결하는 봉으로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크랭크축의 회전운동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분당 수천회에 이르는 왕복운동을 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상당히 중요한 제품이다. DCT 포크는 변속기 안에서 기어를 물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높은 내구성과 정밀도가 요구되는 부품이다.

차영규 대표이사는 “엔진과 변속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내구성과 고강도, 고정밀을 동시에 만족하는 높은 성형기술을 요구한다”며 “한 차원 높은 금형설계와 치밀한 공정설계·복합단조 기술을 통해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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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산업 차영규 대표 <민영산업 제공>

◆세계 셋째로 연속주조몰드 개발

민영산업은 자동차 단조 부품 외에 특수 동합금 주조 기술 등 신소재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소재 사업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향후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년간의 꾸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우수한 기술력도 확보했다.

민영산업은 포스코 등 국내 제강업체에서 사용하는 ‘연속주조몰드’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세계적으로 독일과 일본에 이어 셋째다. 특수 동합금 소재로 만든 연속주조몰드는 철광석을 녹여 얻은 쇳물을 사각슬라브에 응고시키는 제품이다. 제조공정의 어려움과 천문학적인 제조설비 투자가 뒷받침돼야 해 그동안 국내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현재 연속주조몰드 제품을 국내 철강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로 원심주조 공법을 이용한 동합금 대형판제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 밖에도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망간동과 로켓 엔진 추진체 및 핵융합 원자로, 고속열차 모터 등에 들어가는 각종 동합금 제품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차 대표는 “고강도와 고전도성을 가진 동합금 소재는 철강과 전기전자, 우주항공 등 특수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꾸준한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를 통해 각종 동합금 제품을 국산화해 국내 소재기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투자로 미래 먹거리 창출

“직원들이 먼저 ‘그만하자’고 말릴 정도였어요.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조 제품으로 출발한 민영산업이 신소재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운동선수 출신인 차영규 대표의 뚝심과 끈기,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차 대표는 고교시절 사이클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김천고 1호 사이클 선수로 도 체육대회 5관왕 등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현재 대구시 사이클연맹 회장도 맡고 있다.

차 대표는 “고교시절 길가다 우연히 본 사이클의 매력에 빠져 모교 최초의 사이클 선수가 됐지만 가르쳐줄 선배도 없고 코치도 없어 혼자 운동을 해야 했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추풍령에서 페달을 밟은 결과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교시절부터 스포츠맨십이 몸에 배여서일까. 차 대표의 끈기와 도전정신은 남다르다. 처음 신소재 분야에 뛰어들었을 당시 70억원을 투자했는데 수년간 성과물이 나오지 않자 직원들이 먼저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차 대표는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회사의 미래 먹거리인 동합금 제품 및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관련 특허도 보유하게 됐다.

그는 “연구개발은 당장 투자를 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지금 투자를 멈추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을 믿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공을 들인 결과, 앞으로 회사를 먹여살릴 신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로 지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으로 자리잡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페달을 멈추면 자전거는 쓰러집니다. 달리는 순간은 힘들어도 꾸준히 페달을 밟으면 언젠가는 결승점에 닿을 수 있습니다. 민영산업이 그동안 연구개발과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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