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폐암 최신 치료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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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22 07:57  |  수정 2016-03-22 07:58  |  발행일 2016-03-22 제20면
기존 항암치료제보다 효과적인 ‘면역관문차단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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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판정을 받은 후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재발할 경우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최근에는 표적항암제가 개발이 되면서 항암치료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칠곡 경북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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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경북대병원 호흡기센터 유승수 교수

폐암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암으로 인한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조기 발견이 힘들고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많은 경우 재발하기 때문이다.


1차 항암치료 이어 2차 치료때 권해
표적항암제는 부작용 적고 효과 탁월
EGFR억제제 내성 가진 약제도 개발


폐암의 치료는 크게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로 구분된다. 전체 폐암의 85% 정도를 차지하는 비소세포 폐암은 1~2기에서는 수술로, 3기에서는 항암·방사선 동시 치료로, 4기에서는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일부 3기 환자에서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폐암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소세포폐암은 제한병기와 확장병기로 나뉘며, 제한병기의 소세포폐암은 항암과 방사선 동시 치료를, 확장병기의 소세포 폐암은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그러나 실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폐암 환자는 전체 환자 중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게 되는데 최근 표적항암제가 개발되면서 항암치료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표적항암제란 암세포에 많이 발현이 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변화를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항암제를 말한다. 이는 기존에 사용되던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적을 뿐만 아니라 치료 효과는 더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모든 환자들이 표적항암제의 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표적항암제의 표적을 가진 일부 환자만 표적항암제의 치료 대상이 된다.

먼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의 경우 비소세포 폐암 중 가장 흔한 선암에서 주로 발견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 폐암환자에서 많이 발견이 되는데, 비흡연자·여성의 경우에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질 확률이 50% 이상 된다. 이처럼 EGFR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그 치료제인 EGFR 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3명 중 2명의 환자에서 종양이 줄어드는 효과를 본다.

그러나 이러한 표적항암제로 폐암을 완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보통 10~12개월을 복용하면 암세포가 표적항암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어 줄어들던 암이 다시 커지게 된다. 다행히 앞에서 언급된 EGFR 억제제에 내성을 가진 암을 치료하는 약제도 최근 개발이 됐으며, 국내에서도 올해는 이 약제를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치료 가능한 유전자 돌연변이로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 이외에도 ALK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 역시 선암에서 주로 발견이 되며, 3~5%의 환자에서 돌연변이가 확인된다.

ALK 유전자 돌연변이의 치료 표적 항암제인 잴코리도 복용하였을 때, 60~70%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잴코리도 계속 복용하였을 때 암세포가 내성을 가지게 되고 암이 다시 나빠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도 개발이 되었으며, 현재 자이카디아는 국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폐암 치료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치료는 면역관문차단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다. 작년 8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미 간과 머리로 전이가 된 흑색종으로 진단받았지만 새로운 약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그리고 불과 4개월 뒤인 작년 12월에는 신약 치료 후 머리로 전이되었던 암이 사라졌다.

과거에도 폐암에서 면역력을 높임으로써 암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있어 왔다. 그러나 단순히 면역력을 높이거나 면역세포를 몸 안에 주입하는 것만으로는 치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암세포가 이미 몸 안의 면역체계를 빠져나가는 시그널을 발현해 면역세포가 자기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과학자들은 이 시그널을 차단하여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약제를 개발했고, 이러한 면역관문차단제의 개발 이후 면역치료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최근 폐암에서도 면역관문차단제로 치료한 결과 기존의 항암 치료보다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도 작년에 면역관문차단제를 폐암의 치료에 승인하였으며, 1차 항암치료에도 진행하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의 2차치료로 면역관문차단제가 먼저 권고되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 많은 면역치료제들이 개발 중이며, 2차 치료뿐만이 아니라 1차 치료로 면역치료를 시행하거나, 소세포폐암에서도 면역치료를 적용하는 임상 시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진행된 폐암의 경우 생존율은 10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폐암치료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일부 환자는 폐암 4기로 진단받더라도 표적항암제 등의 치료로 30개월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다른 암에 비해서 폐암의 생존율은 많이 낮지만 현재처럼 많은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된다면 폐암도 언젠가는 정복할 날이 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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