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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끈 ‘태양의 후예’
정치까지 업그레이드시켜
문화의 힘 다시 한번 입증
교육문화체육관광委 역할
한류 이어가는 데 매우 중요
대한민국 20대 총선의 선거운동 기간 중 우리의 드라마 한 편이 지구촌을 들썩거리게 했다. ‘태양의 후예’가 그것. 그 사실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지게 되는 자부심이 이렇게나 큰가? 나 자신이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국민들이 선거에 쏟는 관심보다 이 드라마에 쏟는 관심이 더 컸다고 말하면 정치권에서 매우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일부에선 사실이었다. ‘태양의 후예’ 앞에서 선거는 그다음 순위였다.
정치가 문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문화예술은 정치를 문화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 문화를 끌고 가지는 못해도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는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한국 정치가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는 정치처럼 요란스럽지 않지만 조용히 세계를 움직인다. 우리의 한류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치권이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문화예술인은 정치를 모른다. 꼭 알아야 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예술인이 정치인 되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니고, 예술인이 정치에 참여해서 문화예술계에 바람직한 일을 할 수도 있다. 19대 국회에서 시인 도종환이 국회의원이 되어 ‘문학진흥법’을 발의, 제정한 경우가 적절한 예가 된다.
우리 정치권의 모든 정당들이 문화가 중요하다고 하고, 앞으로의 세계는 문화 없이 그 무엇도 할 수 없다고 말은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은 진정으로 문화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단적인 예가 있다. 20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추천한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소리를 밥 먹듯이 하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정당도 비례대표 명단에 문화예술계 인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당선권 밖에 한 사람이 고작이었다. 말과는 너무 다른 현실 아닌가?
비례대표 의원 명부에 문화예술계 인사가 없다고 문화가 없는 정치권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정치에 나가는 것을 꺼려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가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리고 총선 기간 중 우리 드라마 한 편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문화예술인은 왜 기피하는가?
1990년대 초 W이론을 전파하던 이면우 교수가,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3대 공적을 무식한 사람이 전문직에 앉는 경우, 무식한 사람이 소신이 있는 경우, 무식한 사람이 부지런한 경우라고 했다. 그리고 이미자가 유행시킨 ‘황포돛대’라는 대중가요를 빌려 ‘황포돛대이론’이라며 “어디로 가는 배인지 모를 때에는 절대로 노를 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크게 공감한다. 문화의 경우는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한 분야다.
R. L. B. 스티븐슨의 ‘인물과 작품에 관한 연구’에서 “정치는 준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직업일 것이다”라고 썼고, S. 클라크는 “선거에 당선되자마자 어떻게 하면 다음 선거에 또 당선될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사람을 정치가가 아닌 정치장이”라고 했다. 그럴 리 없지만 행여 준비 안 된 정치장이가 우리 국회에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참으로 두렵다.
지금 20대 국회에 문화예술계 인사를 진출시킬 방법은 없다. 대안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 위원회가 전국의 문화계 인사들을 폭넓게, 또는 정기적으로 만나서 문화계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문을 해야 한다. 국회에는 없어도 국회 밖에는 문화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많이 있다 “말입니다.” 그들의 전문성을 국회의원의 활동성과 연계하면 한류는 그 흐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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