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강주열 대구경북 하늘길살리기 운동본부 집행위원장

  • 손선우,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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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30 08:38  |  수정 2016-07-30 08:42  |  발행일 2016-07-30 제22면
“정부가 대구공항 구체적 로드맵 제시…기대 충족 못하면 안 옮겨야”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과정 검증
백서를 발간하는 것이 우선 과제
돈 안되는 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지역사랑이고 사회환원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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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열 위원장은 2010년부터 밀양 입지를 주장하는 대구·경북·경남·울산 연합 시민단체인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를 맡아 7년째 신공항 유치를 위해 힘써왔다. 강 위원장은 “새 대구공항이 미래 항공수요와 물류를 충족하는 규모와 성격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수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진다면 어떨까.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면 대개 상실감에 젖어 도전을 포기할 것이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추진된 영남권 신공항이 두 번의 정권을 거쳐 또다시 무산되자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실의와 허탈에 빠졌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충격적이고 황당하다’ ‘분노를 느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여전히 탑을 쌓는 이가 있다. 지난 7년간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해 뛰어온 ‘대구·경북 하늘길 살리기 운동본부’ 강주열 집행위원장(55)이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된 지 한 달하고 일주일이 더 지난 27일 강 위원장을 만나 ‘아직 끝나지 않은 대구·경북만의 하늘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시·도민 여론 담긴 대구국제공항 통합이전이 돼야”

강주열 집행위원장을 만나러 대구경북디자인센터 5층 대구·경북 하늘길 살리기 운동본부 사무실을 찾은 지난 27일 낮은 무척 더웠다. 7년째 쓰고 있다는 사무실은 복도 한켠에 칸막이를 세워 만든 ‘임시’ 형태였다. 사무실 안에는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된 각종 문서로 가득했다. 양쪽 벽에는 신공항과 관련된 2010년 말~2013년 신문기사로 도배돼 있고, 바닥에는 신공항 추진위가 결과 발표 전 시민들에게 나눠줬던 홍보전단이 쌓여 있었다. 유리창 칸막이 틈에는 신공항 밀양 유치 선언문과 결의문 등이 줄 맞춰 놓여 있었다. 그간 강 위원장이 어떻게 활동해왔는지 이미 다 알게 된 것 같았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더워서 어쩌누. 여긴 디자인센터에서 행사가 열릴 때만 에어컨 틀어주는데…. 아쉬운 대로 선풍기로 더위 식히고 빨리 얘기합시다.”

낮 최고기온이 36.1℃까지 오른 이날 강 위원장의 설명도 뜨거웠다. 그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말은 끊이지 않았고 목청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졌다. 하지만 말이 끝날 때면 늘 한숨을 내쉬었다.

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된 지난달 21일 오후, 강 위원장은 ‘분노’ ‘좌절’ ‘허탈’ 등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한동안 술을 마시고 방황하다가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국제공항 통합이전 방침을 밝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부 차원의 대구공항과 K2 통합이전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대구시가 정부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는 “정부가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대해 주도해 나가고, 실현가능한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며 “기대에 충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면 공항을 옮기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현 정부의 대구공항·K2 통합 이전이 자칫 ‘선물이 아닌 독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K2 공군기지와 함께 옮겨갈 대구공항의 활주로 등 시설 규모가 전보다 확대되지 않으면 공항 통합이전이 대구경제를 활성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공항을 유치하려고 한 까닭은 국제시대에 아시아권 주요 도시를 연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주·유럽 등 대륙 간 노선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의 공항이 지역의 미래 생존권을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시·도민의 여론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여론과 같은 맥락으로 본다. 그는 “군민들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건 지역민의 의견을 묵살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정부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과정을 생략해버렸다. 그러니 지역민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 신공항 백지화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역민을 고려하지 않고 혼란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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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업가에서 신공항 전문가로

강 위원장은 대구·경북지역의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다. <주>미강이피텍을 운영하기 전에는 제조업체인 <주>대경수지를 운영했다. 그는 2009년에는 네덜란드 필립스, 독일의 오스람과 함께 세계 조명시장과 관련된 의료기기의 생산과 판매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다국적기업인 미국 GE를 김천에 유치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 운영 중인 LED업체 미강이피텍은 회사 내에 디자인 연구소를 두고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의 협력 속에 세계적인 조명디자인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사업가의 길을 가던 그는 2010년 말부터 성공한 사업가가 아닌 신공항 유치를 위한 시민단체의 수장으로 지역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 6년간 신공항 유치는 두 번이나 좌절됐지만, 그는 최근 대구·경북의 ‘새로운 하늘 길’을 열기 위한 민간 차원의 구심점 역할을 할 시민단체가 만들어질 때도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신공항 유치운동을 펼치면서 주변에서 오해를 사기도 했다.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대구연합회장과 대구시당 부위원장을 지내고, 수년째 대구국제재즈축제 조직위원장도 맡은 까닭에 생긴 불편한 시선이었다. 강 위원장은 “수천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고, 무슨 단체에서 상근직원 월급도 주니까 대구시나 경북도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며 “단체 운영자금 대부분을 제 돈으로 충당해왔는데, 의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니까 정말 섭섭했다”고 토로했다.

오해 섞인 시선을 받을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는 그가 또다시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강 위원장은 “신공항 유치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를 이끌게 된 건 지역민의 숙원인 신공항 문제를 정치적인 놀음에 이용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고, 재즈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건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대구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신공항이니, 재즈축제니 돈 안 되는 일만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 모든 게 지역 사랑이고, 나름의 사회 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마다 나오는 자신의 정치 입문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강 위원장은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주변에서 출마 권유를 한다. 대구·경북지역을 위해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나서겠지만, 다 때가 있기 때문에 아직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강 위원장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함께 백서를 발간하는 게 우선이다. 향후 새 대구공항에 대한 시·도민의 의견을 정부와 지자체에 전달하는 공식적인 창구 역할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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