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오지마을서 ‘레디 고’…감동을 찍는 농장 아저씨

  • 글·사진=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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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4   |  발행일 2016-08-24 제14면   |  수정 2016-08-24
상주 황령리 낙농가 박동일씨
농촌 애환 담은 다큐영화 제작
주민들 배우로 참여 삶에 활력
산골 오지마을서 ‘레디 고’…감동을 찍는 농장 아저씨
영화 찍는 낙농가 박동일씨가 자신의 작업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골 오지마을인 상주시 은척면 황령리가 어느 날 갑자기 영화 찍는 마을로 소문이 났다. 그 중심에 낙농가 박동일씨(53)가 있다.

꿈은 환경에 의해 변한다고 했던가. 100여 마리의 젖소를 키우는 박씨의 어릴적 꿈은 소설가였다. 바쁜 농사일과 농장(산울타리 농장) 경영으로 소설가가 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꿈에 불과했다. 하지만 생활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숨겨져 있던 그의 끼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소설 대신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것이 영화를 찍게 된 동기가 됐다.

영화를 잘 모르던 그는 딸의 권유로 스마트폰을 사면서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촬영했다. 이를 타지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주자, 고향이 그리웠던 친구가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동네를 배경으로 한 부모님 세대의 삶과 고향의 정을 담은 영화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 ‘초황령’을 제작하게 됐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큰어머니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큰어머니의 삶이 은근과 끈기, 그리고 고독한 한국의 여성상이라 생각돼 영화화했다. 박씨는 “어린 시절 큰집과 한집에 살았을 때,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부모님 같은 존재였다”며 현대인들에게 잊혀가는 가족 간 따뜻하고 정감 어린 정서를 느끼게 하고 싶은 심정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고 했다.

박씨는 큰어머니 황계월씨(81)가 2013년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병시중하는 모습과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병마와 싸우는 모습, 자식들의 지극정성으로 건강을 되찾아 시골로 귀향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담아냈다. 내레이션은 아내 권순자씨(48)가 맡았고, 노래는 딸 서진양(18)이 불러 감동을 선사했다.

2015년에는 ‘초황령’이라는 70분짜리 영화를 만들었다. 초황령은 황령리의 옛 지명이다. 22가구 31명 어르신의 평균 나이 70세, 최고령자는 95세로 영화를 촬영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수많은 NG로 울고 웃으면서 영화를 완성하고 난 후부터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다고 한다.

박씨는 셋째 작품으로 ‘오이꽃 사랑’을 준비 중이다. 이 영화는 상주시 화동면 반곡리에서 오이 하우스 재배를 하는 젊은 귀농 부부가 주인공이다. 귀농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삶을 그려냈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농촌의 현실과 잘사는 농촌을 만들어가는 농민들의 애환을 담은 100분짜리 영화다. 오는 10월에 상주시내 영화관에서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며 영화제에도 출품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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