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 딜레마, 시간 끈다고 해결되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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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6   |  발행일 2016-08-26 제23면   |  수정 2016-08-26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과 미래창조과학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가 그제(24일) 구글이 요청한 국내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승인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협의체는 구글 측과 안보, 공간정보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오는 11월23일까지 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2007년부터 우리 정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올 6월에 재신청을 했는데, 이번 결정 연기로 우리 정부와 구글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게 됐다.

초정밀 지도 해외 반출은 안보와 산업, 외교, 통상 등 여러 분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어서 찬반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도 반출에 찬성하는 쪽은 세계에서 한국만 구글맵 사용이 제한된다면 글로벌 정보산업계에서 외톨이 신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자율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위치기반 서비스를 기초로 하고 있는 첨단 IT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을 찾는 연간 1천3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구글맵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기술 쇄국주의’가 낳은 현실이라고 꼬집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측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군 부대와 국가 중요시설 위치가 담긴 정밀지도 반출은 국가 안보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도 반출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휴전국인 한국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구글 측의 태도도 문제다. 정부는 국가 중요시설에 대해 보안처리를 하면 반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글은 이를 거절했다. 또 구글이 지도 데이터 보관 서버를 한국에 두지 않으려는 것도 정부의 감독이나 규제를 피하고, 나아가 법인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당장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지도 반출 승인 심사를 90일이나 연장한 것은 한가한 대응으로 보인다. 구글이 지도 반출을 요청한 지가 10년가까이 지났는데 계속 시간만 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머뭇거릴수록 소모적인 논란만 확산될 뿐이다. 국민 여론을 최대한 수렴해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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