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문화- 진정한 리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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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2   |  발행일 2016-09-02 제22면   |  수정 2016-09-02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봉건적 권위주의 오래 지속
한국의 리더들은 일탈 심해
권력자는 국민의 심부름꾼
탐욕과 권력욕망은 버리고
명예와 자부심으로 채워야
[경제와 세상] 문화- 진정한 리더가 필요하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현재 우리 국민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리더들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최근 정계와 재계 등 각계 리더 상당수가 대다수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면서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한 고위관료가 국민을 ‘먹을 것만 주면 순종하는 개돼지’라고 표현했듯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든 아랑곳할 필요 없다는 오만이 지도층에 퍼져있고, 문제가 터지면 언어도단의 궤변을 늘어놓는 풍경이 익숙하다.

그렇다고 우리 리더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역량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선진국 리더들은 철저한 윤리의식이 기본일 뿐 아니라 그 역량도 누가 봐도 탁월한 경우가 많다. 1960년대 근대화 초기까지는 오랜 봉건사회와 일제강점기, 6·25전쟁의 영향으로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대다수 우리 국민보다 소수 리더가 뛰어난 역량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 아니다. 우리 국민은 역량과 태도 양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다. 그동안 몇몇 대통령, 기업가의 초인적 리더십으로 짧은 기간에 세계사에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영웅신화를 당연시해왔으나, 실제로 결정적으로 기여한 진짜 주인공은 박봉에 건강을 해쳐가며 밤낮없이 일한 성실한 근로자와 무서운 군부독재에 맞서 거리에 나선 이름 없는 국민이다.

선진국에서는 설사 의견이 다르더라도 리더를 따른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선진국일수록 리더의 윤리나 역량에 문제가 있으면 프랑스혁명 때 국민이 왕의 목을 잘랐듯 가차없이 리더를 교체한다. 우리 역사의 한 가지 한계는 국민이 부패하고 무능한 왕을 직접 교체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송복 교수가 쓴 류성룡과 임진왜란에 대한 책을 보면 선조는 국란극복에 기여하기는커녕 혼자 살겠다고 틈만 나면 압록강 건너 명나라로 망명하려 했고, 실제로 절체절명의 조선을 구한 것은 왕명을 거부하고 바다를 지킨 이순신과 수많은 의병이었다. 그러나 선조는 적반하장으로 진짜 영웅인 의병들을 대부분 처형하고 이순신마저 처형하려고 호시탐탐 노렸다. 지금도 이런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왜 한국 리더들의 일탈이 유독 심할까. 봉건적 권위주의체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오래 지속된 결과, 아직도 시대착오적 권위주의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실제로 권력을 행사한 왕조 중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됐다. 중국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왕조가 100년 내외로 단명했고 200년을 넘긴 왕조는 한, 당, 청 셋뿐인 데 비해 조선은 500년 이상 이어졌다. 조선 멸망 후에도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억눌렸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사회인 현재까지도 뿌리 깊은 권위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 국민이 스스로 나라의 주인이라는 민주적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복’이라는 말이 표현하듯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 권력자는 실제로는 공동체를 위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므로 문제가 있을 때는 주인인 국민이 언제라도 갈아치울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이란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나라다.

리더의 소임을 맡은 사람은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데서 오는 명예와 자부심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지도층의 사명감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얼마 전 끝난 리우올림픽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제치고 금메달 순위 2위를 기록한 영국은 메달리스트들에게 포상금을 일절 지급하지 않아 화제가 됐는데 나라를 대표하는 지위 자체가 주는 명예와 자부심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2차대전 때 명문가의 자제로 징병연령이 안됐지만 나이를 속이고 입대해 최전선에서 싸우다 일본군의 대공포에 격추되기도 했던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공동체에 대한 봉사의 명예와 자부심”이 자신의 일생을 움직인 힘이었다고 말했다. 진정한 리더는 명예와 자부심으로 움직인다. 탐욕과 권력욕이 아닌 명예와 자부심으로 공동체에 헌신하는 새로운 리더가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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