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미공개 정보 이용…‘개미지옥’ 만드는 그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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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6-10-08  |  발행일 2016-10-08 제면
‘손실줄이기’ 매도 나서는 기업 대표
단기간에 차익 챙기는 메뚜기조작단
4년간 주가조작의심사건만 700여건
진입장벽 낮은 코넥스시장 잇단 사고
“거래량 적고 변동폭 큰 종목은 의심을”
20161008

최근 한미약품이 악재성 정보를 뒤늦게 공시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와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더욱이 한미약품은 악재 공시에 앞서 호재 정보를 먼저 알려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뿐 아니라 시세조종(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최영은 전 한진해운 회장도 회사가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하기 전 본인과 두 자녀가 보유 중이던 주식 97만주 전량을 30여억원에 매각해 10여억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주가조작의 그림자

한미약품 늑장공시 의혹이 확산되자 애당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던 금융감독원은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까지 그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금감원은 우선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취소 공시를 미리 알고 주식 매도에 나선 한미약품 임직원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의 계좌를 조사할 계획이다. 내부자거래 혐의 입증을 위해서다. 우선 지난달 30일 주식시장이 열린 오전 9시부터 공시가 나온 9시29분 사이에 주식을 대량 매도한 이들이 조사 대상이다. 개장 직후 한미약품 주가는 호재성 공시인 제넨텍 계약 소식에 전날보다 5.48% 올랐지만, 계약 취소 공시 이후 급락해 결국 전날보다 17.74% 떨어졌다. 만약 누군가가 이를 알고 공시 전 주식을 팔았다면 5% 이상의 수익을 냈거나 최대 24%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셈이 된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사항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부정한 수단을 사용해 시장에 혼란을 불러온 행위 등에 폭넓게 적용되는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여부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조사할 방침이다. 장 마감 이후에 공시했다면 혼란이 적었을 수 있는데 계약 취소를 통보받은 뒤 14시간 뒤인 다음날 장중에 공시를 한 이유를 캐고 있는 것이다.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전 주식을 매도한 최 전 회장도 삼일회계법인 측과 전화를 한 이후 주식을 매각해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작꾼의 무대가 된 코넥스

금감원이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의 하나로 최근 공개한 올 상반기 단속한 자본시장 주요 불공정거래 사건 내용을 보면, 최근 4년간 금감원에 접수된 주가조작 의심사건은 700여건에 달한다.

사례별로 보면, 상장기업 오너나 경영자들이 미공개된 호재성 정보를 근거로 미리 주식을 사서 이득을 올린 사례보다 악재가 터지기 전에 주식을 팔아 손실을 모면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것으로 분류되는 코넥스시장 상장기업의 주가조작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2013년 7월 문을 연 코넥스(KONEX)시장은 박근혜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초기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 창조경제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개설된 중소기업 전용 시장이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너무 낮은 데다 거래량과 거래규모가 작아 소규모 자금이나 매매 주문만으로도 시세조종이 가능, 주가조작꾼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유통 물량이 적은 이른바 ‘품절주’의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사례를 코넥스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코데즈컴바인의 경우 올 1월4일 1만6천880주 거래량에도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적은 거래물량으로 쉽게 주가가 급등, 두 달 만인 3월16일 10배 이상인 18만4천원까지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코넥스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거래량에도 쉽게 상한가를 기록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코넥스 상장사 A회사의 대표이사와 누나, 조카 등을 주가조작 혐의로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코스닥시장에 빨리 상장되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모두 117차례의 시세조종 주문을 넣어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렸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되려면 일평균 시가총액이 300억원 이상 돼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주가조작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본래 취지와 달리 코넥스에 상장된 기업이 코스닥 이전 상장을 서두르면서 인위적으로 주가관리에 나서는 바람에 주가조작 등의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86건이던 주가조작의심사례는 2014년 178건, 2015년 151건으로 점차 줄어들었지만 올 들어 8월 현재 150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득보다 손실 줄이기

주가조작 사례를 보면, 호재 정보로 이득을 보기보다 악재 공시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호재 공시의 경우 주가 관리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악재는 알려진 사실만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의 최 전 회장과 비슷한 방법으로 수억원대의 손실을 줄인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20년 이상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차명으로 가지고 있던 김 회장은 2014년 말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그 직전에 일부 주식을 처분해 수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금감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한 코스닥 상장회사 재무팀장도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다는 사실을 알고 보유 중이던 회사 주식을 매도해 1천3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또 코스닥 상장사 M사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와 이사도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도를 앞두고 보유 주식을 사들여 수천만원씩의 부당이익을 챙겼고, 코스피 상장사 P사 대표는 지난해 9월 인기 탤런트 고현정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와 합병 전 주식을 미리 사들여 1천200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이처럼 금감원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밝혀내 검찰에 통보한 기업 경영진은 올해에만 12명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유동성 위기가 4명, 경영실적 악화가 3명, M&A 추진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각각 2명, 관리종목 지정이 1명 등이었다. 악재성 정보를 미리 안 뒤 손실을 줄인 경영진은 8명으로,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4명)보다 2배 많았다.

이처럼 기업 대표가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허위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메뚜기 조작단’도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전업투자자 B씨는 주가조작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한 뒤 직원 5명을 고용해 2012년 12월부터 작년 8월까지 30여개 기업의 주가를 조작해 49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최근 검찰에 구속됐고, 모 증권사 임원인 C씨도 B씨로부터 1억여원을 받고 B씨가 시세를 조종한 7개 종목에 대해 13차례 상한가 주문을 내는 식으로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구속됐다. 이들이 시세조종에 나선 7개 종목의 경우 시세조종 후 주가 변동폭이 적게는 14.3%에서 최고 66.5%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당 가격이 낮고 거래량이 적으면서 변동폭이 큰 종목의 경우 주가조작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해볼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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