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AI 2년전 검출…사전에 막을수 있었다”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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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7 07:57  |  수정 2016-12-07 07:57  |  발행일 2016-12-07 제9면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
이상기후로 4∼5월까지 계속 발생
상시적 일제검사 시스템 구축해야
농가 무리한 사육이 피해 더 키워
“이번 AI 2년전 검출…사전에 막을수 있었다”
“이번 AI 2년전 검출…사전에 막을수 있었다”

[구미] 철새 도래지인 경남 창녕 우포늪의 야생조류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사실이 6일 확인됨에 따라 이제 AI 청정지역은 경북이 유일무이하다. 지난달 16일 최초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후 3주 만에 전국적으로 약 7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2차 전파를 차단하지 못할 경우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 유행하고 있는 H5N6형 AI바이러스를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선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6일 <사>조류생태환경연구소 박희천 소장(68·경북대 생물학과 명예교수)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H5N6형 AI바이러스는 2014년 라오스에서 처음 확인된 후 중국과 베트남, 홍콩에서 발생했다”며 “선제 대응을 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 축산농가들은 당국이 AI 바이러스 유입을 제때 파악해 가금류 사육농장에 조기 출하나 입식 자제를 유도했다면 지금처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시적인 일제검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 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철새 도래 시기인 가을철부터 다음해 2~3월까지를 AI 발생 시기로 보고 대응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늦가을 태풍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따뜻한 4~5월까지 AI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제는 새로운 AI바이러스 유입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환경부 AI대책위원으로도 활동했던 박 소장은 “AI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피할 수 없는 질병이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앞으로의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AI발생 시 농가들이 절대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축산환경도 지적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치맥’이 인기를 끌면서 닭, 오리 등 가금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가금류 농장에서는 적정규모로 사육을 해야 하는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사육하고 있다. AI가 발생하면 결국 닭과 오리를 모두 폐사시켜야 되니까 농민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이제 AI는 독감과 같이 우리나라에 당연히 오는 질병 중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AI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분석과 대응 전략으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체감염 확률 낮지만 치명적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고병원성 AI 유형 중 H5N1, H5N8형이 검출된 사례가 있지만 H5N6형이 확인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방역 당국은 감염 증상과 폐사 속도 를 볼 때 2014~2015년 발생했던 H5N8형에 비해 병원성이 더 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달 28일 국내에서 발생한 H5N6형 AI 바이러스가 기존에 중국, 홍콩 등지에서 유행하던 유형과 일부 다른 ‘변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인체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H5N1은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856명이 감염돼 452명이 사망했고(치사율 52.8%), 또 다른 유형인 H7N9 역시 800명이 감염돼 320명이 사망(치사율 40%)한 적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H5N6형은 2014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사망(치사율 62.5%)했다. 인체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한번 걸리면 치명적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달 30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H5N6형 AI의 유전자를 다른 나라에서 확인된 AI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인체감염 위험성을 높일 만한 추가 변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인체 감염을 막기 위해 가금류 직접 종사자에게 무료 독감백신 접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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