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의 전부인 엄마를 지켜주세요” 열두살 지후의 간절한 호소

  • 김호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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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1   |  발행일 2016-12-21 제15면   |  수정 2016-12-21
건강 나쁜 아빠 대신 생계 책임
청전벽력같은 골수섬유증 진단
비용 3천만원 마련못해 수술포기
“우리 집안의 전부인 엄마를 지켜주세요” 열두살 지후의 간절한 호소
골수섬유증으로 투병 중인 지후 엄마가 가족사진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건강할 때는 택시운전을 했습니다. 퇴근해 집에 올 때면 술을 먹었고, 취하면 괜히 심술이 났습니다. 걸핏하면 울화통이 치밀었습니다. 일하는 아내에게 시비 걸고 욕설에 폭행까지 하고, 눈치 보며 우는 아이들을 혁대나 고무호스로 때렸습니다. 어릴적 아버지에게 매일 얻어터지는 게 일상이었던 저는 누구를 사랑할 줄도 모르고, 부모 자격도 없는 형편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지후(가명·12)는 엄마(40), 아빠(42), 큰형(17), 작은형(14)과 10평(33㎡) 남짓의 작은 집에 살고 있다. 지후아빠는 최근 10년 사이 좌절을 여러 번 겪으면서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 기관지가 좁아져 숨쉬기가 어렵고 목·허리 디스크로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문에 경제적 책임은 지후엄마의 몫이었다. 낮에는 직장 일을, 밤에는 가사와 양육을 도맡아 했다. 막내 지후는 생후 18개월부터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 등에 혹처럼 매달려 있었다. 어린애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를 반길 고용주는 사실상 없었다. 결국 지후는 심신이 건강하지 못한 아빠에게 맡겨졌다. 따뜻한 엄마 품이 절실했지만, 혼자 지내는 일이 많아진 지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극도로 회피하고 꺼려했다. 결국 학교생활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자, 지후는 엄마와 상담센터를 찾기에 이르렀다.

상담 결과, 지후는 애착관계가 불안정하고 대인 관계에 회피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매일을 힘겹게 버티고 있던 지후엄마마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2년간, 지후는 엄마 손을 잡고 지속적으로 놀이치료를 받았다. ‘이제라도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지후엄마는 직장과 가사로 바쁜 와중에도 부모교육과 심리상담을 병행하며 무던히 노력했다. 지후를 닦달하지 않고 지켜봐 주고 이해해 주니 지후는 조금씩 활동적으로 바뀌고 질문도 많아졌다. 지후의 상태가 호전되자, 지후엄마도 약을 먹지 않아도 될만큼 정상 생활이 가능해졌다.

상담과 교육 덕분에 부부관계도 많이 개선되었다. 지후 엄마는 이혼하자는 말 대신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남편이 어린애처럼 징징대도 잘 대해줬다. 남편이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폭력 당하고 사랑을 못 받아 생긴 병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웠지만, 상담사가 시키는 대로 하니 효과가 좋았다. 남편은 아내에게 미안해하며,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

이렇게 지후네 가족이 따뜻한 사랑으로 회복해가던 중, 지후엄마가 쓰러졌다. 조금씩 보이는 희망을 누군가가 시샘하는 듯했다. 지난 6월부터 지후엄마는 빈혈이나 현기증, 숨이 차고 출혈이 계속되는 증세 등으로 직장에서 자주 쓰러졌다. 정밀 검사결과 ‘골수섬유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골수섬유증 치료를 위해서는 골수이식이 필요하며, 수술비만 3천만원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가족에게 전해졌다.

골수섬유증은 말랑한 형태를 가진 골수조직이 단단하게 굳어가는 병이다. 혈액을 생산해야 할 골수가 딱딱하게 변하면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지후엄마는 “골수이식 수술비를 감당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수술을 포기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이 긍정적으로 변화해나가던 모습을 체감하던 지후의 실망과 충격도 너무나 컸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아빠가 밥을 해주고 설거지에 마늘까지 깠다. 엄마와 병원도 함께 다녔다. 지후는 “우리 집안의 전부인 엄마를 지켜 주세요. 가난하지만 엄마가 해 주는 따뜻한 밥에 삼겹살 구워 된장찌개 먹고 싶어요. 엄마가 수술해서 건강해진다면, 가족 모두 제주도 겨울바다를 보러 가는 게 소원”이라고 두 손을 모았다.

지후네 가족의 실질적 가장이자 버팀목인 엄마가 없어진다면, 갈 곳 없는 가족들은 해체될 상황에 놓일 지도 모른다. 지후가 행복한 가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사랑과 도움 주실 분은 후원계좌나 해피빈 사연 링크를 참고하면 동참할 수 있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400-553824 홀트아동복지회/ 계좌 오픈기간: 2016년 12월21일~2017년 1월31일/ 해피빈 사연 링크 주소(http://happylog.naver.com/holt.do)/ 문의: 김원태 사회복지사(010-5393-0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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