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시대정신에 투철한 미래지향적 리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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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7   |  발행일 2017-03-17 제22면   |  수정 2017-03-17
현재 우리나라 경제위기는 50여 년간의 성장모델이
환경의 변화로 역할 못하는 패러다임의 위기
21세기형 모델 재설계해야
[경제와 세상] 시대정신에 투철한 미래지향적 리더가 필요하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우리 경제의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해 대선주자들도 저마다 다양한 경제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각 캠프에서 발표한 경제정책은 대부분 ‘경제민주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가지 화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구체적 내용을 보면 지난 10여년간 이미 논의되어 왔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래 최악이라는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정책대안들은 평이한 수준이다. 단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그 또한 박근혜정권의 ICT중심 창조경제와 차이를 찾기 어렵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유행하는 개념이다. 물론 다보스포럼의 슈밥 회장이 언급했던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 전문가들에게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하면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 위기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유행하는 화두가 아니라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를 고찰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 필요하나, 대선주자들에게서 이런 통찰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 위기에 대한 보편적 해석은 호두까기를 뜻하는 ‘넛크랙커’ 위기론이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을 완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주춤하는 사이 중국을 필두로 한 후발국의 추격으로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 끼어 위기에 빠졌다는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후발국의 추격은 기존 시장의 잠식은 초래할 수 있어도 경쟁력이 있던 경제를 갑자기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위기는 우리가 후발국보다 더 빨리 성장하면 극복된다.

현 위기의 본질은 넛크랙커 위기가 아니라 지난 50여년간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던 우리나라의 독특한 성장모델이 최근 환경변화로 더 이상 역할을 못하게 되면서 발생한 패러다임 위기다. 현 위기는 단순히 노동시장개혁이나 재벌개혁 또는 구조조정 등 이미 발생한 과거 문제의 해결로는 극복할 수 없으며 반드시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성장모델로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강력한 정부의 주도와 소수 대기업집단에 대한 국가 자원의 선택과 집중으로 대표되는 한국형 성장모델은 신속한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했던 1960~70년대 환경에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산업사회의 기반이 거의 전무한 산업공백 상황이었고, 19세기 후반에 산업사회형 경제로 전환을 시작한 선진국에 비해 거의 100년 가까이 뒤떨어진 지각생이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산업화를 주도한 박정희와 이병철, 정주영 등은 절묘한 선택을 했다. 독자적 성장모델을 찾기보다는 앞서 나간 선진국들의 경로를 모방하여 최대한 빨리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형 성장모델은 바로 전체 국가가 한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선진국을 최대한 빨리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에 최적화된 모델이었고,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로 도약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21세기로의 전환기인 2000년을 전후하여 국내의 산업공백이 완전히 소멸되고, 글로벌 경제의 규칙이 대량생산 중심의 산업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남보다 먼저 만들어야 하는 상시 창조적 혁신으로 바뀌면서 기존 한국형 성장모델이 패러다임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과거 빠른 추격자 전략의 ‘성공방정식’이던 한국형 성장모델이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상시 창조적 혁신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성공의 덫’이 된 것이다.

21세기형 환경은 완전히 다른 성장모델을 요구한다. 성장모델과 같은 국가시스템의 재설계는 리더의 역할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과거 문제의 해결이나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유행어에 집착하기보다는 21세기의 시대적 요구에 대한 투철한 미래지향적 역사의식에 기반하여 대한민국호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믿는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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