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위대한 나라를 향한 5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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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4   |  발행일 2017-04-14 제22면   |  수정 2017-04-14
쏟아내는 무수한 공약이 국가 발전 5단계 가운데
어느 단계 지향하고 있나 대선 주자 심사숙고해야
[경제와 세상] 위대한 나라를 향한 5단계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대통령 선거철이 왔다. 겨울에 시행되던 이전 대선과 달리 올해는 계절의 여왕 5월에 열리는 장미대선이다. 교과서에 실렸던 이양하의 명문 ‘신록예찬’은 다음과 같이 5월을 희망의 계절로 묘사한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그래서인지 매서운 추위에 움츠리던 과거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뭔가 획기적 발전의 기대를 가져봄 직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후보들은 승패에 집착해 상호비방에 열을 올릴 뿐 신록예찬처럼 가슴 뛰는 희망의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무수한 공약이 쏟아져 나오나 대한민국이 위대한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명확한 비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광복 직후의 혼란 속에서도 백범 김구가 ‘아름답고 풍성한 문화로 세계를 평화롭게 만드는 나라를 꿈꾼다’며 문화강국 비전을 제시한 데 비하면 현 대선 후보들의 그릇이 많이 아쉽다. 아마 후보들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꿈꾸기보다는 당장의 득표전략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대한 나라는 무엇일까. 동양의 제자백가와 서양의 플라톤에서부터 현대 정치학까지 이상적 국가에 대해 나름대로의 설명을 제시했으나 가장 와닿는 것은 엉뚱하게 심리학의 욕구 5단계론인 것 같다.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매슬로는 바람직한 삶의 발전과정을 5단계로 나누어 단계마다 핵심 욕구를 제시했다. 생존이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므로 처음에는 살아남는 것에 몰두하는데 어느 정도 생존이 확보되면 다음으로 안정과 안전을 추구하게 된다. 안정과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으로 타인들과의 소속감과 사회적 관계를 원하게 된다. 관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은 타인들로부터 존경받고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자 하는 존경의 욕구를 추구한다. 존경의 욕구가 충족되면 마지막으로 최상의 단계인 자신이 타고난 모든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

5단계 발전론은 국가발전 단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라의 기본 요건은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다. 기본적 의식주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엉뚱한 데 자원을 낭비하는 나라는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둘째 단계는 압도적 국방력과 경찰력으로 국민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전쟁이나 학살 같은 비극은 국가가 안정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때 발생하므로 안보는 보수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나라의 기본적 조건이다. 다음 단계로 모든 국민이 소외되는 사람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제공해야 한다. 과도한 양극화나 소외계층의 급증으로 나타나는 공동체의 붕괴는 좋은 나라의 기본 요건을 갖추는 데 실패한 결과다. 넷째 단계로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소탐대실하거나 기본적인 윤리와 예의조차 지키지 않아 글로벌공동체에서 무시당하는 나라는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전체 국가는 물론 모든 국민이 자신이 타고난 잠재력을 다 실현하여 세상을 더 선하고 정의로우며 아름답고 풍요하게 만드는 데 노력해서 세계사에 남는 나라가 되는 것이 위대한 나라의 최종 단계다.

나라의 리더가 되겠다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모든 대선주자들은 이 5단계 중 현재 우리나라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평가해봐야 할 것이다. 혹시 가장 낮은 단계인 생존이나 안전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는 아닌지도 냉정하게 반성해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제시하고 있는 무수한 공약이 국가발전의 5단계에서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심사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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