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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경북도내 각급 학교에서 노로바이러스와 식중독으로 보이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학교는 학생들의 식중독 증세를 사전에 감지했음에도 신고를 미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해 식중독 유사사고 이미 3건
원인균·감염경로 파악하기 위해
보건당국에 즉시 신고해야 하지만
학교장 등 불이익 탓에 신고 꺼려
◆구미 식중독 유사사고 잇따라
지난달 21일 구미여고에서 학생 40여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9일 구미보건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저녁부터 구미여고 학생들이 설사와 복통 증세를 보였고 일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전교생 1천51명이 단체급식을 하는 이 학교의 이날 저녁 반찬은 매운 등심 커틀릿(일명 돈가스)이었다. 저녁을 먹은 뒤 설사 증세를 보인 학생이 다수 발생하자 학교 영양사가 보건소와 교육청에 신고했다. 보건당국은 학생 37명, 조리종사자 15명 등 52명의 가검물을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학생 5명에게서 장출혈성대장균과 장병원성대장균이 검출됐다.
앞서 지난 3월10일 구미 인동초등에서도 급식한 학생 40여명이 집단으로 식중독 의심증세를 보여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로타바이러스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구미지역 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유사 사고는 총 3건이며, 식중독 증세를 보인 학생은 모두 123명이다. 경북도교육청과 구미교육지원청은 식중독 유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최근 조리실이 설치된 구미지역 89개 학교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식중독 사고는 예방이 중요한 만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집단 식중독 쉬쉬하는 학교들
잇단 식중독 사고도 문제지만 일선 학교의 안일한 대응은 학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면 해당 학교장과 급식담당자(영양교사 또는 조리책임자)는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신고 자체를 꺼린다는 지적도 있다. 전교생이 1천24명인 구미 형곡고의 경우 지난달 7일부터 학생 38명이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들 중 11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16명은 지난달 10~11일 식중독 증세로 학교 보건실을 찾았지만 학교 측은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더욱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일부 학생과 학부모에게 입단속을 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에 따르면 학교는 식중독 유사증세가 2인 이상에게서 동시에 발생할 경우 인지 즉시 교육청과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12일 퇴근시간 무렵이 돼서야 신고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식중독 의심 환자 발생 일주일 만인 13일이 되어서야 학생 34명과 조리종사자 14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할 수 있었다. 학부모 A씨는 “식중독 사고는 즉시 신고해야 원인균과 감염경로를 찾을 수 있지만 학교 측은 일주일이나 신고를 미뤘다”면서 “역학조사는 학생들이 병원 진료와 설사 등으로 바이러스가 배출된 후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예상대로 역학조사 결과 학생에게서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고, 조리원 1명에게서만 장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이에 대해 형곡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보건실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단순 장염증세로 판단해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증가하고 있는 학교 식중독
경북도가 집계한 ‘학교 식중독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 경북도내 학교 식중독 사고는 모두 23건(환자 수 759명)이 발생했다. 2012년 5건이던 도내 학교 식중독 사고는 2013년 1건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4·2015년 각 4건, 지난해 6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식중독 유사사고가 이미 3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구미가 8건(환자 수 328명)으로 가장 많았고, 포항 6건(환자 수 154명), 칠곡 3건(환자 수 78명), 안동 2건(환자 수 27명), 경주·김천·영주·청송이 각 1건이다. 주목할 점은 전체 식중독 사고(23건)의 약 70%(16건)가 고교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통상 유치원·초·중학교는 지역교육지원청이, 고교는 도교육청이 관리한다. 고교생의 경우 초·중학생보다 학교급식을 많이 하는 데다 입시 스트레스 등으로 식중독 유사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많다는 게 도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경북지역 학교의 식중독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가벼운 징계에 그치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식중독 사고로 징계를 받은 학교장은 경고가 8명, 주의가 7명 등 모두 15명이다. 나머지는 ‘위생관리 철저 지시’ 조치로 마무리됐다. 경북 한 위생 전문가는 “집단 발병의 원인에서 봄철의 심한 일교차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인재(人災)에서 비롯됐는지도 철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이 하루에 2~3식을 하는 고등학교의 경우 식재료와 조리도구에 대한 세척과 소독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각별한 안전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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