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포 명맥 끊길라…·“대중화·명품화·관광자원화 적극 추진”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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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7 07:33  |  수정 2017-06-07 08:30  |  발행일 2017-06-07 제12면
안동시 ‘위기의 안동포 살리기’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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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복인 안동포짜기 기능보유자(오른쪽)가 안동포를 짜기 전에 삼베 올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예로부터 안동에서 재배한 대마로 짠 베(布)를 다른 지역에서 만든 베와 구별하기 위해 ‘안동포’라 한다. 이 같은 명성은 안동 임하·서후면 일대의 기후와 토질이 대마 재배에 적합한 데다 우수한 인력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싼 가격, 대체 섬유 등장, 제조과정의 복잡성, 대마재배 기피 등으로 인해 전통 특산품임에도 경제성이 낮아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전문인력을 배출해내기 힘들 뿐 아니라 기존 전문인력의 고령화로 인해 생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안동시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안동포의 현실

조선시대 진상품으로 쓸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 비싼 가격에 팔리던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 안동포가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우선 안동포 원료인 대마의 재배 면적이 급감했다. 2008년 38.2㏊에서 2011년 19㏊, 2012년 5.69㏊로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임하·서후면 일대 1.48㏊에만 재배될 정도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마 재배면적이 급감한 것은 안동포 가격이 너무 비싼 데다 인기도 예전만 못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질 좋은 화학섬유가 쏟아져 나온 것도 한 요인이되고 있다.


현실은
재배·가공 까다롭고 가격 비싸
원료 대마 생산량 해마다 감소
길쌈기술 전수자 찾기도 힘들어


대책은
지원 늘려 대마 생산기반 확충
기술전수 인력 양성에 힘 쏟아
전시·판매·체험공간 조성나서



특히 복잡하고 힘든 생산과정에 비해 상품이 다양하지 못하고 경제성이 낮은 점도 안동포 인기를 시들게 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농민은 3월 말 대마를 파종한 뒤 6월 하순부터 삼을 수확해 껍질을 벗긴 뒤 복잡한 가공을 거쳐 안동포를 만든다. 수작업으로 삼 껍질을 째고 삼 올 끝과 끝을 이어 실로 만드는 삼삼기 작업을 한 다음, 베틀에서 베를 짜고 상 괴내기(염색)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경제성은 높지 않다. 이러다 보니 안동포 짜기(길쌈)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무료로 교육하고 식사비·교통비 등을 지급해야 겨우 교육생을 모을 수 있을 정도다.

최근 들어 바뀐 장례문화도 안동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매장에 의존하던 시절에는 안동포가 수의(壽衣)로 가장 많이 사용됐으나 화장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안동포 소비도 급감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음력 윤 5월의 경우 수의 장만이 급격히 증가하는 달임에도 불구하고 예년처럼 수의를 장만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윤달이면 으레 수요가 급증해 안동포 구하기가 힘들고, 그만큼 가격도 올랐지만 올해는 그런 기대는 물 건너 간 상태라는 게 상인의 이야기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동포 소비가 감소하고 있지만 근래 불고 있는 웰빙바람이 안동포를 되살릴 절호의 기회라는 전문가의 이야기도 적지 않다. 웰빙시대를 맞아 여름철 시원한 느낌이 뛰어난 안동포에 쪽빛처럼 시원한 색으로 염색하게 되면 최고의 의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동포를 물들여 입는 수요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대중화로 위기 극복 나선다

안동시는 안동포 명품화에 나서기로 하고 각종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우선 대마 생산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올해 4억7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대마 생산기반을 확충한다. 이에 따라 재배농가에 종자대와 비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다른 위기의 요인인 안동포 기술자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안동포전시관을 위탁·운영하는 동안동농협(조합장 임낙현)과 함께 20∼50대 여성을 대상으로 안동포 길쌈기술 전승은 물론 무삼 길쌈기술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또한 안동포를 널리 알리는 방안으로 무삼공예 활성화와 대중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동시는 <사>안동규방과 함께 무삼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무삼을 활용한 공예품 개발, 천연염색, 그림, 자수, 규방공예, 작품 전시회 등을 열고 있다. 안동포를 활용한 ‘안동포 직녀 베틀방 행사’라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반인과 안동포의 접점을 찾고 있다. <사>안동포생산자조합과 함께 삼삼기 및 베짜기, 안동포·베틀노래 공연, 향주머니·민화부채 등 공예체험, 견우와 직녀 마당극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전시·판매 기능을 하는 안동포타운과 함께 안동포 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 디자인, 전시·체험 기능을 담당할 ‘전통빛타래길쌈마을 조성사업’도 올 연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79억원을 들여 임하면 금소리에 조성하는 전통빛타래길쌈마을에는 안동포전승교육관(1천9㎡)을 비롯해 디자인하우스(400㎡), 대마체험장(389㎡), 대마건조장(169㎡), 대마경작 체험농장, 길쌈광장, 편의시설 등 안동포 전승을 위한 복합공간이 마련된다.

이밖에도 전통문화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동대와 협력해 안동포 및 무삼 총람을 편찬한다. 김문년 안동시 한방산업팀장은 “대마재배 생산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안동포 길쌈기술 전승과 대중화를 위해 안동포와 무삼기능인력을 구분해 양성하고 있다”며 “전통 안동포를 명품화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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