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우유, 어찌하오리까?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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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7   |  발행일 2017-06-07 제30면   |  수정 2017-06-07
최근 제기된 우유 유해론
학계선 먹어도 좋다지만
국민 불안 잠재우지 못해
문재인정부가 적극 나서
국민식단 표준안 만들길
[동대구로에서] 우유, 어찌하오리까?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충격이었다.

‘나쁜 우유론’ 때문이다. 그동안 ‘착한 우유론’이 득세했다. 하루에 우유 한 잔은 불문율. 우린 그렇게 살아야 된다고 교육 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유 유해론’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유해론의 논조는 대충 이렇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칼 미캘슨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여성 6만1천명, 11년간 남성 4만5천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하루에 3잔 이상의 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2014년 1월 EBS가 ‘하나뿐인 지구-소젖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우유가 보약이라는 소비자들의 통념과는 달리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최근에는 인천의 한 초등 4학년 학생이 우유 알레르기로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자문의인 존 맥두걸은 유제품을 먹지 말라고 경고했고, 콜린 캠벨 코넬대 교수도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대퇴부 경부 골절 발생률이 오히려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긍정론 흐름은 대충 이렇다.

2014년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우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 공식 입장을 냈다. 경기대 교육대학원 영양교육 전공 이정희 교수는 “우유를 많이 마시면 암에 걸린다는 일부의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또 “우유를 3잔 이상 마시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스웨덴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한국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배재대 가정교육과 김정현 교수는 “한국인의 우유 섭취는 아직 너무 부족하다”며 “우유를 우리보다 세 배 이상 많이 마시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소비자가 과민 반응할 이유가 없으며 미디어도 이를 보도하는 데 신중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팩트추적’은 우유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보류를 내렸다.

우유 유해론은 해외 학계의 중요한 연구결과다. 학회 차원에서 우유가 괜찮다고 하면 안심하고 먹어도 괜찮은 건지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예전과 달리 특정 식품 유해론 관련 인터넷을 통해 다국적 연구결과를 국민들도 검색해 볼 수 있다. 과연 우유가 어떤 사람에겐 괜찮고 어떤 사람에겐 덜 좋은 건지 소상히 알려줘야 된다.

이제 잘 먹을 권리, 즉 ‘식권(食權)’도 또 다른 주권이다. 그러니 우린 정부를 향해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식권을 요구해야 된다. 전문가 연구의 한계가 어딘지도 똑똑히 알아야 된다. 학회지 정보여선 안 된다. 공중파 정규 뉴스를 통해 대국민 발표해야 된다.

종합해 보면 우유는 불완전한 식품이란 걸 가늠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우유가 있을까. 예전에는 ‘무조건 좋다’였는데 이제 우유에도 제약조건을 주는 게 ‘식품민주주의’의 요체다. 하지만 현행 정부 시스템으로는 백년하청이다.

문제는 검정해봐야 할 식품이 우유뿐만 아니란 점이다. 정수기 안전성, 화학조미료의 유해성, 장류의 유통기한, 채식과 육식의 단점, 소금의 섭취 한계, 프라이드치킨 등 패스트푸드와 기능성 음료의 유해성…. 우리의 현실은 의사와 한의사, 영양사와 임상영양사 등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 신경외과 전문의 황성수 박사의 경우 한식 최고의 건강식 김치를 발암물질로 분류할 정도다. 아직 합의된 환자식에 대한 표준안도 없다. 그런 와중에 정체불명의 기능성식품이 국민한테 ‘만병통치약’으로 군림하고 있다. 국민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른다. 이제 문재인정부가 나서 불량식품 퇴치를 위한 ‘국민식단 표준안’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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