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새벽의 도시 거리는 왜 더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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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01


거리에 쓰레기통을 없애서

쓰레기를 못버리게 하는 건

지극히 권위주의적인 발상

선진국은 국민 편의적 정책

거리에 많은 쓰레기통 배치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교수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자신들이 가 본 세계 주요 도시들 중 새벽 거리가 가장 더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 앞이나 강남역 주변, 이태원 등에 새벽에 나가보면 곳곳에 나뒹구는 쓰레기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객관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지는 몰라도 선진 대도시들에 비해 가히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더러운 편에 속하는 것은 틀림 없다.

왜 그럴까? 흔히 자기 이익만 챙기고 공중도덕을 등한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낮은 시민의식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외국 언론들이 100만명이 넘는 인파에도 어떤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던 촛불집회를 보며 한국인을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국민이라고 극찬했듯이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근거 없는 편견이다.

진짜 원인은 국민들이 아니라 공공행정과 조직경영을 맡고 있는 리더들의 무능과 권위주의다. 우리나라 도시들이 더러운 이유는 간단하다.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어디를 가봐도 우리나라만큼 쓰레기통을 찾기 힘든 곳은 없다. 선진국일수록 몇 걸음 걷지 않아도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어서 손쉽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최근 쓰레기통이 폭탄테러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없애기는커녕 외부에서도 손쉽게 관찰할 수 있게 투명한 쓰레기통을 개발해 오히려 도시 미관이 더 세련되게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지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몇 군데 문의해본 결과 쓰레기통이 많으면 사람들이 꼭 필요하지 않은 쓰레기도 마구 버리기 때문에 길거리가 더러워지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쓰레기통을 없애서 아예 쓰레기를 버릴 수 없게 만들면 청결하고 친환경적인 선진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야말로 실제 삶의 현장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권위주의적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모든 사람은 매일 다양한 쓰레기들을 만들어내는데 그중 상당수는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길거리에서 발생한다. 길을 가다 갈증을 느껴 음료를 사서 마시면 빈 병이나 캔과 같은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집이나 사무실로 귀환할 때까지 하루 종일 들고 다닐 수는 없으므로 어디엔가 버려야 한다. 그런데 쓰레기통이 없으면 길가에 무단 투척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릴 필요가 있어도 절대 못 버리도록 쓰레기통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접근은 지극히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선진국일수록 국민들의 실제 일상 생활을 편리하도록 만드는데 행정의 초점을 맞추므로 당연히 쓰레기통이 더 많이 배치되어 있다. 오히려 국민들이 자유롭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하고, 이를 비우고 정리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고용창출 효과를 누리는 것이 선진국들의 보편적 추세다.

기업경영에서도 실제 가치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 숫자놀음만 하는 경영자는 반드시 기업을 위기에 빠뜨린다. 반대로 현장으로 내려가보면 사무실 책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부한 기회와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맨손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항상 경영자들에게 ‘된다, 안된다’ 논쟁만 하지 말고 즉시 현장으로 나가보라고 주문했다. 해외 기업들 사이에도 잘 알려진 그의 유명한 “해봤어?”라는 말버릇은 바로 이런 현장중심성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표현이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이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실제 현장의 상황과 괴리된 것이 많아 우려된다. 그 어떤 정책도 실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면 결국 사상누각으로 사라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광화문 대통령시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대통령상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실제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현장으로 내려오겠다는 현장중심성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이 진정한 광화문 대통령의 자세로 이념적 입장이나 정책적 테크닉보다는 국민들의 삶의 현장에 충실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해본다.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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