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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을 도입한 공장 자동화로 직원 4명이 일하면서도 생산성은 기존보다 2배 가까이 향상시킨 완성차 2차 협력 업체<주>유원의 박경운 대표(왼쪽)와 정재훈 차장이 생산이 한창인 로봇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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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들도 로봇을 시작으로 4차 산업의 틀을 만들고 있다. 아직 독일의 산업 4.0과 같은 완성단계 수준은 아니지만, 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하드웨어는 갖춘 셈이다. 여기에 로봇뿐만 아니라 각 산업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까지 갖출 경우 독일과 같은 제조업 강국으로 가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영세한 자동차 2차 협력업체 또는 대기업 등에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이들이 늘어난 수익으로 또다른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관련업계는 지적했다. 정부 등이 나서 대기업 또는 상위 협력업체들이 이들의 기술을 도용하는 것을 막고, 위험을 감수하며 얻어낸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효과를 노력한 기업이 제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줘야 투자를 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이런 강소기업이 늘어나야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퀵보드 타고 근무 ‘유원’
제조업용 로봇으로 생산자동화
산업재해율 3분의 1수준 떨어져
생산량 90% 향상·불량률 절반 뚝
스마트한 환경에 자긍심도 높아져
로봇도입 재도전 성공 ‘연우’
자체 자금으로 도입했지만 실패
로봇산업진흥원 지원으로 재도전
다관절 로봇 등으로 자동화 설비
공정 불량률 2.7%→0.12% 줄어
◆전동 퀵보드로 이동하는 ‘유원’
지난 18일 성주일반산업단지 내 완성차 2차 협력업체 <주>유원 공장 내 주차장. 20대가량의 주차면이 확보돼 있었지만 차량은 단 2대뿐이었다. 취재를 위해 대구 본사에서 이곳으로 온 이 회사 박경운 대표(60) 차량을 빼면 직원 차량은 단 1대뿐. 의문은 공장 내부에 들어간 순간 풀렸다. 전체 부지는 3만3천57㎡(1만평가량), 공장 면적만 1만570㎡(3천200평가량)인데 일하는 직원은 4명이 전부였다. 넓은 공장을 이들은 전동 퀵보드를 이용해 오가고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덕분이다.
지난해 말 성주 공장을 준공한 박 대표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지원금 7억원과 자비 등 47억원을 들여 프레스 공정용 로봇 32대, 용접·검사용 로봇 10대 등 총 42대의 제조업용 로봇으로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대부분 과정을 자동화한 덕에 공장 면적 6천610㎡(2천평가량)에 80명 내외가 근무하는 대구공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4명만으로도 공장 운영이 가능한 것. 단순히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로봇 도입 시 스마트공장 솔루션(제조관리시스템)과 연계한 자동화 생산라인 구축으로 생산량이 갑절 가까이(94%) 향상됐고, 공정불량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산업재해율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위험하고 무거운 것을 옮겨야 하는 공정은 로봇이 대체했고, 여기에서 빠진 인력은 생산에서 로봇시스템 관리 및 운영 업무로 역할이 바뀌면서 직원들의 자긍심도 높아졌다.
이 회사는 100% 자부담으로 먼저 로봇 도입에 나섰다. 프레스 업종은 ‘10원짜리’ 마진이 남는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자장면 먹을 때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투자해 로봇을 도입한 것. 박 대표는 2015년까지 100% 본인의 힘으로 로봇 6호기를 도입했고, 이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확대했다.
박 대표는 “로봇이라고 해서 어려워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별것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데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면서 “더욱이 이 정도 규모 기업이 로봇 도입에 한 번 실패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만큼 정부 등이 나서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실패에 따른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정재훈 차장(34)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업보다 앞서나가는 기업이라는 생각에 공장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생겼고, 로봇을 도입해 생산량을 높인 것보다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게 보이지는 않지만 더 큰 효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270억원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5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재도전에 성공한 ‘연우’
모든 공장이 로봇도입을 한 번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종합 포장재 전문기업인 <주>연우는 직원이 수작업으로 하던 금속화학 연마공정(아노다이징)을 자동화하기 위해 자체 자금을 투자해 로봇 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황산·인산 등 강산(强酸) 화학약품들을 사용하다보니 기계나 설비가 부식되거나 호스가 녹아 내렸다. 게다가 공정마다 차이가 나는 생산조건을 표준화하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배합비율과 세척 시간 등을 담당하던 근로자들은 자신의 기술을 공개할 경우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했고, 회사도 이들에게 기댄 탓에 제대로 된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로봇 활용 중소제조 공정혁신 지원사업에 참여해 로봇 도입에 성공했다. 실패를 경험한 회사 측은 내부 담당자가 몇 개월에 걸쳐 표준화 작업을 진행, 시간 체크 및 배합비를 분석해 표준화된 공정을 만들었다. 또 회사 내에 다관절 로봇을 이용해 박스로 시험 공간을 만들어 놓고 반복 실험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올해 금속화학 연마 공정을 국내 다관절 로봇 2대와 자동화 설비를 갖춘 자동화 1·2 라인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 생산성은 50% 이상 증가했고, 공정 불량률은 2.7%에서 0.12%로 확 줄었다. 더욱이 산업재해율이 2.8%에서 제로가 됐다.
7명이던 작업인력은 2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은 아니다. 전처리 공정에서만 생산성이 50% 이상 향상되면서 후처리 공정에 일손이 모자라 역할이 사라진 이들에게 재교육을 진행해 이 부분의 업무를 맡겼다. 그리고도 인력이 모자라 2명가량을 신규 채용했다. 연봉 등 수입에는 변화가 없지만 근무환경은 개선된 데다 버튼 하나로 공정을 관리하는 관리형으로 바뀌면서 근무 만족도도 올라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 일자리가 없어진 대신 양질의 다른 일자리가 공장 내에 새롭게 생겨난 것.
황창희 이사는 “지금은 각종 공정에 대한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 분석과 사물인터넷을 통해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로봇 도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출시 후 소비자가 만족도가 높았을 때 생산 과정을 분석, 이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로봇 활용 중소제조 공정혁신 지원사업을 진행한 결과 42개 기업이 신청, 이 중 11개 기업이 선정됐다. 선정된 기업들에게는 총 25억원을 지원, 로봇을 도입했다. 그 결과 기업의 생산성은 55.4% 향상됐고, 불량률은 6.82%에서 1.18%로 5.64%포인트 줄어들었다. 또 총원가 절감률은 56.8%로 줄어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게 됐고, 납기준수율이 93%에서 99.64%로 6.64%p 상승해 기업의 신뢰도도 높아졌다. 산업재해율도 1.8% 감소해 고위험군 인력 수급에도 큰 도움을 줬다.
남은 숙제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이뤄낸 생산성 향상과 절감된 비용을 재투자하고, 상대적 ‘갑’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이들의 기술력과 노하우 등을 침범하지 않도록 방어막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번 사업을 진행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정부가 로봇 보급 사업을 진행하기 이전에 일부 완성차 브랜드들은 1·2·3차 협력업체의 로봇시스템 도입을 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고, 정부가 이를 보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게 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2·3차 협력업체들이 위험을 안고 투자해 확보한 기술력을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가로채려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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