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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미씨 가족이 지난 15일 오후 8시 한자리에 둘러앉아 책을 읽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최영미씨 가족은 밥을 먹으며 하루 이야기를 쏟아내는 ‘밥상머리 일기’를 쓴다. 이 시간을 통해 자녀들은 부모에게 일상을 털어놓는 것은 물론 학습 상담까지 자연스럽게 하며, 부모는 자녀의 사소한 즐거움, 고민을 함께하게 된다.
#1. 요즘의 아이들은 아침엔 시리얼로 간단히 때우고 점심엔 학교 급식으로, 하교 후에는 학원으로 향한다. 학원을 마치고 오면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논다. 학원 시간이 저녁 식사 시간이면 가족이 얼굴을 보며 식사하는 시간은 없다. 이렇게 의식주는 많은 변화를 하였다. 우리 가족은 경찰관 남편과 수능을 앞둔 고3 딸, 북한의 김정은도 무서워하는 중2 따님, 에너지가 우주를 찌르는 초등 5학년 아들이 있다. 세 명의 아이들은 학원보다 가정에서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 초중고가 모두 포진되어 있기에 많은 다툼이 있었다. 하교 후에는 가정에서 많은 생활을 하기에 생활방식이나 학습의 대립 등 여러 문제점에서 충돌을 하였다. 내가 직접 학습을 지도했기에 다른 가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돌이 연이어 발생했다.
밥상머리 교육 의미 알던 남편이 시작
일상 이야기 넘어 학습 고민까지 털어놔
식사 준비때부터 대화 기대 부푼 아이들
스마트폰 놓고 나와 “오늘 저녁은 뭐야”
#2.아이들과 내가 해결되지 않는 날들을 보낼 때, 남편은 저녁 식사 시간에 언제나 밝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였다. 학습을 지도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채찍보다는 당근을 거대한 우주보다 더 많이 하였다.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였다. 내가 듣기에는 별일 아닌 일을 남편은 매우 크게 반응하며 호응하였다. 아이들은 신이 났고 어느새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맴돌았다. 식사시간의 이런 작은 변화가 학습하는 중에도 나타났다. 서로가 이야기하면서 학습량을 조율하고 타협점을 찾아갔다. 이제까지는 나의 일방적 대화였다면 이제는 쌍방의 대화와 소통이었다. 초중고의 포진은 고통이 아니라 모든 학교의 이야기를 듣고 웃을 수 있는 샘물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남편은 밥상머리 교육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가 아닌 마음도 행복하게 채우는 시간을 말이다. 이렇게 저녁 식사시간의 분위기가 변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이 서로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3. 전업주부인 나는 오전에 체육관에서 운동한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마트에 간다. 항상 오후가 되면 가는 곳이다. 주변사람들은 매일 장을 보는 나를 부지런하다고 말한다. 먹성이 좋은 탓도 있지만, 식구가 많다 보니 좋아하는 메뉴도 제각각이다. 더불어 먹기 경쟁도 한몫을 차지한다. 세 살 터울의 둘째와 셋째는 언제나 경쟁이다. 시대에 맞지 않게 반찬의 종류도 많고 매일 다른 반찬을 하기에 마트가 참새 방앗간이 되었다. 참새 방앗간에 가면 식구들을 생각한다. 이제 마트에서 사온 재료로 밥상머리 일기를 위한 식사 준비 시간이다. 주방에서 음식 냄새가 나고 칼 화음이 들리면 슬그머니 옆구리를 만지는 친구들이 등장한다. “오늘 저녁은 뭐야” 하며 기대와 행복을 표현하며 스마트폰을 놓고 수저와 반찬들을 놓는 손길들이 바쁘다. 물론 나의 환상적인 음식을 음미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드디어 신나게 ‘밥상머리 일기’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2 둘째가 학교 점심시간 매점이야기를 필두로 일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고민뿐 아니라 오지랖 넓게 친구의 고민도 함께 말이다. 하지만 곧 아들이 질세라 점심시간에 축구했던 걸 중계한다. 마치 월드컵처럼 바람과 먼지를 가르며 자신이 메시가 된다. 누나가 수업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 자신도 수업시간 이야기를, 선생님에 관한 얘기를 하면 본인도 같이한다.
#4. 이렇게 경쟁하듯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사실 밖에서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언젠가 “왜 밖에서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점잖은 아이야”라고 물었더니 “집에서 가족에게 모두 이야기하잖아. 하루 일정량의 수다를 집에서 다 하는데 뭐”라며 웃는다. 이런 모습들이 학교생활에서 친구와의 관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언제나 우리 아이들 곁에는 많은 친구가 있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이해심이 많고 비밀을 이야기할 수 있고 리더십이 있는 친구로 통한다. 만약에 우리 가정에 ‘밥상머리 일기’가 없다면 어떤 모습일까? 나의 일방통행의 대화법은 계속, 아니 더 심해졌을 것이고 아이들 역시 자신의 이야기만을 고집했을 것이다. 소통이 아닌 지시와 고집뿐인 대화일 것이다. 사춘기 딸이 이마의 여드름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부 관리를 하는지, 50㎏을 넘지 않으려고 어떤 노력을 하는지, 강다니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생긴 남학생을 보면 어떻게 가슴이 두근두근하는지 모른 채 그저 자신의 방에서 혼자 외로이 지내지는 않았을까?
#5. 밥상머리 교육이란 무엇일까? 자신들의 기쁨이나 고민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매개체다. 무엇을 먹고 어디서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 언제 얼마나 자주 먹는 것도 아니다. 누구랑 어떤 이야기를 하며 먹는 것이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우리는 이런 행복함과 풍요로운 마음을 가정에서 찾아주어야 한다. 매일 먹는 우리네 식사에서 배도 불리고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고 배려하고 위로하는 마음도 불려야 한다. 따뜻한 밥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을 아이들에게 준다면 세상은 따뜻한 곳이 될 것이다. 모든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되고 그 시작은 밥상머리 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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