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묻다 .4] <끝> 김도연 포스텍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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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문기자 손동욱기자
  •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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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이 4차 산업혁명 키워드…한국 각자도생 문화 바꿔야”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포항을 기존 제철산업에 제약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6일 포스텍(POSTECH) 총장실을 찾았다. 훤칠한 키의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부드러운 미소로 맞았다. 선비같은 학자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꺼내자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게 많은데 잘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난 50년간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지만, 지금부터는 차원이 다른 대응을 해야 하는데…”라며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새 에너지 발굴이 관건”
이세돌 밥 한공기 에너지 쓸 때
AI는 아파트 단지급 전력 사용
국가·기업간 부익부빈익빈 심화
한국 1등칸 탈지 3등칸 탈지 기로

“신뢰·배려·협력사회 돼야”
10년 넘게 소득 2만弗대 머물러
상호불신 극복해야 침체 벗어나
장기적 관점서 교육행정 꾸려야

“포항 제약도시로 육성하자”
4세대 방사광가속기 활용 등
포스텍·포항시·경북도 손잡아

▶포스텍은 우리나라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이자 세계적인 이공계대학입니다.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오고 있습니다. 총장님은 4차산업혁명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이미 현실이 된 미래죠. 이 변화의 핵심엔 초연결·초융합·초지능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가 이미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의 판단이 인간의 판단을 앞서기 시작하고 컴퓨터가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할 때가 오면 삶이 어떻게 될까요. 엄청난 변화가 올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산업을 궁극적으로 지배하는 에너지의 측면에서는 석탄이나 석유같은 새로운 에너지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주 근본적으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은 에너지인데 새로운 에너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전에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AI와 이세돌이 바둑을 둘 때 이세돌은 밥 한공기 먹는 에너지 정도 약 20W 소비했는데 AI는 1천㎾로 큰 아파트 단지 하나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소비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많은 것이 바뀔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세계 평균 수명이 머지 않은 미래에 120세, 140세가 되는 초장수사회가 될 겁니다. 둘째는 초연결사회입니다. 1993년 인터넷이 처음 나올 때 연결점(node)의 숫자가 전세계 100만개 정도인데, 현재가 180억개, 앞으로 3~4년 후에는 500억개가 된다고 합니다. 문화와 국경을 넘어 사람끼리 다 연결되고,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가 연결되는 그런 사회가 되겠죠. 어떤 측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배려해 주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또 하나는 제가 키워드처럼 생각하는 게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더 심화될 거라는 점입니다. 개인은 물론 국가·기업 간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질 것입니다. 2045년을 목표로 인간불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영원히 죽지 않으려면 그만큼 돈이 많이 필요하겠죠. 지금도 정확하게 국가의 국민소득과 평균기대수명이 비례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중요합니다. 지금 선진국이 1등칸에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이 1등칸에 올라탈 것인가 고달픈 3등칸으로 돌아갈 것인가 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미래를 만드는 것(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산업기술 발전면에서 4차 산업혁명은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현재까지 학문 발전은 분화의 역사입니다. 신학에서 철학과 물리학이, 철학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이 분화했습니다. 물리학은 기계공학, 전기공학, 토목공학, 컴퓨터공학 등으로 분화하면서 학문적 성취를 했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학문과 기술의 융합으로 촉발됐습니다. 키워드가 융합입니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은 근본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기적같은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철저히 각자도생·각개약진의 문화가 깔려있습니다. 이 문화를 바꿔야 되는데 힘든 과정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나서서 힘을 합쳐야 되는데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큽니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닦는 자 흥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정부 움직임은 어떻게 보십니까.

“전 세계 정부 중 정부기구 내 4차 산업혁명위원회 같은 공식기구를 갖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이 기술혁명은 정부가 주도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4차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자율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제를 철폐해 기업에 압도적인 자율을 줘야 합니다. 지금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야동문제로 인터넷을 금지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가 해야 될 일과 안해야 될 일을 잘 구분해야 됩니다. 잘못하면 기술의 씨앗을 자를 위험도 있습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 의견을 많이 들었으면 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우리나라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우리가 그렇게 앞서는 게 많지 않습니다. 전세계 과학기술분야 투자 연구비에서 우리나라 비중은 3%가 안됩니다. 잘 교육받은 창의적인 인력도 굉장히 부족합니다. 전세계에서 18세짜리 학생 모아놓고 하루에 시험치고 그걸로 인생을 결판내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모두가 아니라고 하면서 못 고치고 있지 않습니까. 진짜 아쉬운 일이죠.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가 1등칸에 올라타는 게 용이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정해진 코스를 열심히 뛰어 결승선에 도착하면 인생성공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경기를 해야 되는데 전혀 익숙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교육하고 있으니 큰 일 났습니다.”

▶지금의 청년실업문제나 혁신적인 기업이 태동하지 않은 것은 과학기술면에서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흐름을 놓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조선·철강·전자·석유화학 같은 우리나라 주력산업은 다른 나라에서 뺏어 온 것들입니다. 그걸 영원히 유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걸 (추격하는) 다른 나라에 뺏기기 전에 다른 분야로 치고 나갔어야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지 못했습니다. 2007년 이스라엘이 국민소득 2만5천달러였고, 우리나라는 2만3천달러였는데 2016년에 이스라엘은 3만7천달러인데 반해 우리는 2만8천달러에 머물렀습니다. 10년 넘게 2만달러에 머무는 나라가 없습니다. 사실 침체에 빠진 거죠. 각자도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화합하고 서로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서로 불신하고 과거를 부정해서는 앞으로 못나갑니다. 지난 10년간의 어두운 그림자들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신뢰사회, 배려사회, 협력사회가 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게 문제입니다. 1등칸 문턱까지 갔다가 3등칸으로 밀려난 남미의 전철을 답습해서는 안됩니다. 미래세대 교육도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은 대학예산을 6년 계획으로 편성한다고 합니다. 정권에 관계없이 예측가능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행정을 하는 것이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경북도와 포항시, 그리고 포스텍이 협력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경북도지사께서 발빠르게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고 기업 지원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항은 지금까지 제철도시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30년 뒤에도 제철만으로 살아가기에는 힘들 거라고 봅니다. 제철산업에 버금가는 걸 새로 더해야 국제적인 선진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 대학에서 포항을 기존 제철산업에 제약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자는 플랜을 세웠습니다. 포항시와 경북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포스코는 연관산업 다 합쳐서 매출이 연간 50조원입니다. 전세계 제약산업 시장은 연간 1천200조원입니다. 조선산업의 12배입니다.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합니다. 저희 대학과 포항시, 경북도가 손잡고 세계 제약산업시장의 10%를 가져올 계획입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정밀화학분야 등에 활용할 수 있어 가능하다고 봅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서울대 공과대학(재료공학사), KAIST(재료공학석사),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 대학원(공학박사))을 졸업했다. 서울대 교수(재료공학부), 재료미세조직 창의연구단장, 서울대 공과대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울산대 총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을 역임했다. 과학기술훈장과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을 수상했다. 2015년 9월부터 포스텍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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