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힘들지만 가야 할 길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4-20   |  발행일 2018-04-20 제22면   |  수정 2018-04-20
일본 중소기업 사례 보면
사람 소중히 여기는 기업
불황과 관계없이 이익 내
임금상승 없는 성장 지속
내수 위축되고 기업 불황
[경제와 세상]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힘들지만 가야 할 길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동시에 진행돼 업계의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상승한 7천530원으로 인상되었는데, 업계가 느끼는 체감 현실이 심각하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 인력난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임금상승률은 3.8%가 될 전망이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최근의 임금상승은 그동안 누적된 생산성 상승과 격차를 아주 일부 회복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2007~2012년 실질임금 연간 상승률(1.1%)은 생산성 증가율(3.0%)을 크게 하회했다. 그래서 2014년 노동생산성은 2007년에 비해 12.2%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은 4.3% 상승했을 뿐이다. 이런 격차가 계속되면 경제성장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 2007∼2013년 사이 법인의 가처분소득은 109.5% 증가한 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3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금상승 없는 성장’ 현상이 지속되면 내수가 위축되고 결국 기업 소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양호한 경영실적을 올리는 중소기업가들은 “기업의 ‘기(企)’자가 사람(人)이 머무르는(止) 것”이라고 풀이한다. 최근 일군의 경영학자들이 출간한 책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에서는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설 때에는 양질의 노동력 투입이 중요하고, 2만달러를 넘어설 때에는 양질의 자본설비 투입이 중요한데, 3만달러 고개에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혁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한데, 오늘날과 같이 소비자에 대한 혁신적 서비스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창의력은 기업주뿐만 아니라 종업원의 자발적 헌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갤럽이 세계 142개 나라의 직원 근무태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직원 비율이 미국이 30%였고, 한국은 평균(13%)에 못 미치는 11% 수준으로 나왔다고 한다. 스타트업에서도 정당한 대우 없이 열정만을 강요할 때 퇴사가 많아서 평균 근무기간이 21개월에 불과하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기업가가 하지만 스케일업은 직원이 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일본에서도 지난 40년간 7천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불황과 관계없이 이익을 내는 중소기업은 ‘사람을 끝까지 소중히 하는 것’을 경영의 핵심으로 삼는 기업이었다. 며칠 전 일본 기업들이 최근 호황에서 얻은 이익을 자발적인 임금인상으로 환원하고 있다는 뉴스는 그래서 주목을 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장비에 대한 투자도 시급하다. 아직도 맨몸의 근육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 작업장이 많고, 여기에 자동화·디지털화를 통해 생산성과 작업환경을 개선하면 시장경쟁력을 높이고 찾아오는 젊은 인력이 많아지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 정부에서는 스마트공장 보급을 지원하고 독려하고 있는데 그 사업단장의 경험담을 들으면 스마트공장 전환을 꺼리거나 그냥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려는 중소기업주가 많다고 한다. 설득 끝에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후 경영에 획기적인 성과(생산성 23% 상승, 불량률 46% 감소, 원가 16% 절감, 납기 35% 단축)를 겪고 매출과 고용을 오히려 늘리면서 다른 중소기업에 참여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슘페터가 강조한 혁신지향적 기업가는 철학자 니체가 말한 ‘초인(위버멘시)’과 연결된다. 이제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구성원 전체가 위버멘시가 되어야 한다. 기업가와 직원들이 함께 ‘낙타와 같은 인내’로 기존 지식과 기술을 흡수하고, ‘사자와 같은 용기’로 일탈을 감행하고, ‘어린아이의 천진함’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때 난국을 돌파하는 놀라운 경영성과를 올릴 수 있다. 사람중심(Humane)의 경영은 혁신(Innovation)을 낳고, 혁신은 시장(Market)의 확장을 가져와서 선순환(HIM)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우리 국민은 신바람 기질을 갖고 있어서 여건만 갖춰지면 모두가 놀랄 만큼의 자발적 헌신과 창의력을 발휘하곤 해왔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