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울릉도 산나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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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03

울릉도에서 나는 봄 산나물은 우리나라 최고의 약초 산나물로 꼽히고 있다. 청정지역에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타종과 교잡(交雜)되지 않고 눈 속에서 싹이 올라오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면서 울릉도 청정 산나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해 그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명이나물은 지난해 기준 1㎏에 1만8천~2만원에 팔린다. 삼나물·참고비 등은 1㎏에 15만~1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른바 ‘금나물’이 된 것이다.

지금 울릉도에선 ‘산나물 잘만 캐면 하루 40만~50만원 벌 수 있다’는 얘기가 퍼져 있다. 어르신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산나물 채취 얘기뿐이다. 문제는 남녀노소 앞다퉈 채취에 나서면서 각종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특히 산나물 채취를 본업으로 하는 주민과 채취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일부 외지인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채취하고 있다.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명이나물·삼나물 등을 채취하기 위해 절벽 등을 예사로 오르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나일론 밧줄 하나에만 의지한 채….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다. 지난달 19일 한 계곡에서 산나물을 캐던 주민이 숨진 채 발견됐다. 험준한 산악지대까지 들어갔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 추락 지점은 구조대원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산나물을 캐다 목숨을 잃은 울릉 주민은 2명이다. 4명은 부상을 당해 육지 병원으로 옮겨졌다.

해마다 봄철만 되면 울릉도는 이른바 ‘산나물 채취 전쟁터’가 된다. 이로 인해 산나물 가운데 특히 명이나물·삼나물·참고비 등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더욱더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고 있다.

산림청·울릉군·울릉군산림조합은 합동으로 울릉도 주민에 한해 산나물 채취 허가증을 발급하고 있다. 해마다 4월 초~5월 초까지 기간을 정해 채취를 제한하고 있다. 또 하루 20㎏ 이내로 채취량을 제한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 채취를 하다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울릉도 산나물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나선 안 된다. 무엇보다도 돈벌이 수단으로써의 산나물이 아니라 가꾸고 보존해야 할 울릉도의 소중한 천연자원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확립돼야 한다. 산나물에 대한 주민의 애정이 확산돼야 함도 물론이다. 자연은 한 번 파괴되면 회복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최악의 경우엔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소중한 울릉도 산나물의 맥을 잇고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선 주민들의 의식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관계기관이 지혜를 모아 산나물 채취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한다.

정용태기자<경북부/울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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