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發 ‘신흥국 6월 금융위기說’…한국은?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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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2   |  발행일 2018-06-02 제11면   |  수정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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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심상찮다. 특히 신흥국들의 6월 금융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해오는 게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신흥국 금융위기설은 최근 아르헨티나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촉발됐다. 이어 터키·인도네시아·필리핀 등지로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분위기다. 설상가상 국제유가도 초과 수요탓에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수 감소 등 각종 고용지표 악화로 경기가 좋지 않은 우리나라로서는 이 같은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로선 2018년 하반기 글로벌 시장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긴 터널에 갇혀 있는 형국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달러 강세 지속, 엄습해 오는 신흥국 금융위기

세계 금융시장이 최근 요동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신흥국들의 위기설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저금리 환상에 의지해오던 신흥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신흥국들의 금융위기가 심화되면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아르헨티나·터키·인도네시아 등이 고위험군으로 지목된다. 주로 미국 금리인상→달러 강세→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 수순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8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동안 아르헨티나는 외채를 끌어들여 경제 부흥을 모색하려고 했다. 이에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고금리 단기채권 발행에 적극 나섰다. 한동안 약발이 받는 듯했다. 달러가 저평가된 시기였던 탓에 금리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3월 정책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위기가 찾아왔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페소화 가치는 곤두박질쳤고, 물가상승률도 25%에 육박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뒤늦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달 초 기준금리를 40% 가까이 끌어올렸다. 불과 일주일 새 3번이나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감당하기에는 이미 역부족이었다. IMF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대외부채는 올해 218조566억원에 이른다. 미국이 추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채 이자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23일 기습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물가안정을 지지하기 위해 강력한 통화긴축정책을 펴기로 한 것. 달러화 강세로 자금유출 가능성이 커진 데다 10%대 인플레이션이 악재로 작용했다. 물론 이는 자국 리라화 가치 급락을 막아보기 위한 방편이다.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기업부채가 늘면서 경제부담이 가중된다.


아르헨, 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설
美 금리인상→달러 강세→신흥국 통화가치 폭락 수순
아르헨 일주일새 3번 금리인상 등 특단 조치 무용지물
터키·인니 등도 고위험군…글로벌경제 불안정성 확대

美 이달 올 4차례 금리인상 땐 韓 수출 타격 등 불가피
석달째 10만명대 취업자 등 수많은 경기 하방리스크 속
신흥국 모니터링·외환고 관리·통화스와프 확대 신경



아시아 지역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말 또 기준금리를 올렸다. 인상한 지 채 2주도 되지 않았다. 오는 12~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자 자금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4.50%에서 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필리핀은 지난달 19일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인상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인도 역시 조만간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미국의 이달 중순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분위기다. 양호한 미국 경제흐름을 바탕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 전후대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화 지수도 지난 2월 중순 88.6포인트까지 하락했지만, 지난달 23일에는 93.7포인트로 상승했다.

지난달 중순 블룸버그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조사했다. 4회가 40.8%로 3회(35.2%)보다 높아졌다. 5회 이상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도 16.5%나 됐다. 시장에서는 확실히 4회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정책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주요국과의 금리차가 0.25%~1.8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향후 미 금리인상 가속화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는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고용사정 악화와 신흥국 불안 등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시킨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이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신흥국으로부터의 위기전염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면서 “신흥국 리스크 모니터링, 외환보유고 관리,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 등으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신흥국 투자에 대한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방리스크 많아 국내 경기 여전히 불안해

국내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올 하반기 경기 상승 요인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많아서다. 그만큼 경기회복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고용지표를 살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30만명대를 웃돌던 취업자 수는 지난 2월엔 10만4천명으로 급감했다. 이어 3월(11만2천명), 4월까지 석 달째 10만명대에 머물렀다. 3개월 연속 취업자수가 10만명대 초반에 그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올 1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수도 18만3천명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론 이는 비교 대상 시점(기준 시점)의 상황이 현재 상황과 너무 큰 차이가 나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인 기저효과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고용사정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SOC 투자예산 감소 등은 건설업 취업자수 증가폭 둔화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청년고용지원,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확보 등과 중국 관광객 증가추세로 일부 관련 부문에선 고용이 개선될 여지도 있지만 그 효과는 예단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근로장려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6~9개월 후 경기전망을 예측하는 ‘OECD 경기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 100(기준치)포인트 미만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예상됐던 경기 하강국면이 이젠 수축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수출은 지나치게 반도체에 쏠려 있다는 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국내 전체 수출품목 중 반도체 비중은 2016년 12.6%에서 올해 1∼4월 20.1%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와 대비해 고작 0.4% 증가에 그쳤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중국 등 후발업체의 신규 공급이 본격화될 경우 성장세가 서서히 약화될 우려가 높다.

중국과 미국 간 무역갈등과 국제유가 상승도 수출전선에선 부담스럽다. 특히 유가상승 요인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OPEC 감산 재연장 가능성, 베네수엘라 생산 감소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가상승이 단기적으론 수출 단가 상승을 통해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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