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경제제도 개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6-15   |  발행일 2018-06-15 제22면   |  수정 2018-06-15
노동시간 단축 워라밸 가능
출산율 상승, 산업재해 감소
생산성 상승, 여가시간 증가
문화·관광·레저산업 발전 등
성장률 향상의 선순환 효과
[경제와 세상] 경제제도 개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북미 간 세기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지방선거도 끝났다. 현 시기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온 국민이 함께 확인할 계기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 기간 중 마지막에도 쟁점이 되었지만 궁극적으로 이 모든 일은 우리 국민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오랫동안 관행으로 되어온 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그 결과가 단기적으로는 나타나지 않고 몇 년간의 시차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1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었으나 실제 투자가 이루어진 것은 화폐개혁·세제개혁 등을 거쳐 1965년께부터였고, 1973년 중화학공업화가 선언되었으나 역시 1975년경부터 실제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미국을 중심으로 정보통신(ICT)혁명이 시작되었으나 당시에는 생산성 상승 여부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지나서 보니 그것이 ‘신경제’라고는 평가할 수 없으나 1990년대 중반 생산성의 급격한 상승이 나타나서 오늘날에 와서는 제3차 산업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이때 생산성 상승이 지체되는 요인으로 ‘시차 가설’이 제기되었다. 새로운 기술이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신기술이 효과를 발휘할 만큼의 제도 변화가 사회문화적 관성의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지 아직 몇 달 되지 않았는데,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후 소득주도성장 전반에 대한 평가로 확장된 것도 뭔가 성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분위 소득계층의 빈곤이 더 증가되었다면 그 계층의 구성이 어떠한지, 빈곤 고령층의 증가가 중심이면 고령층에 대한 소득보장을 더 강화하는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가 필요하면 고령층을 위해 제한적으로 최저임금을 우회하는 제도가 가능한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고령층에 관해서는 기존의 소득보장제도가 근로의욕을 저해하지는 않는지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고소득층의 소득이 오히려 증가했다면 그 증가분에 대한 세제 대책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검토할 일이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실업이 증가했다면 혁신성장정책 혹은 산업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더 창출하도록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실제 노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정책 집행책임자가 논쟁만 하고 있으면 국민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체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노동현장에서는 인력난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부족이 26만6천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기존의 느슨한 현장 작업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력부족은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사업의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기도 할 것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전략으로 2022년까지 스마트 공장 2만개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해당 투자금의 50%를 지원하는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중소 제조기업의 인지도는 응답자의 20%에 불과하다. 실제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에서는 불량률 감소, 납기 단축, 매출액 증가를 겪으면서 인력 채용을 늘렸다는 보고가 있다.

경제사학에서는 근대 산업혁명이 아시아는 물론 유럽 여러 나라 가운데 하필 영국에서 일어난 이유를 높은 노동비용에서 찾는다. 미국에서 1920년대 이후 포드주의로 불리는 자동화생산이 발달한 원인도 노동력 부족, 높은 인건비에서 찾아진다. 우리 사회도 2000년대에 5일 근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 그때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았으면 지금보다 취업자 수가 훨씬 적었을 것이라 평가된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출산율 상승, 산업재해 감소, 생산성 상승, 여가시간 증가로 인한 문화 관광 오락 레저산업의 발전 등 잠재성장률을 높이게 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되는 한국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한 제도개혁들이 당초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되어 우리 삶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