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농심도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2주일 넘게 지속된 폭염으로 과일 등 농작물의 화상 피해가 확산되고 가축폐사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지역 농가는 몇 달 전 우박과 저온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이번에 폭염 직격탄까지 맞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농작물 중에서도 과수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사과는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볕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되고 썩는 햇볕 뎀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수박도 속이 검게 변하고 물러지는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 수확기를 맞은 자두와 포도 역시 잎이 타들어가 상당수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본격 출하 중인 복숭아도 제대로 굵어지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져 울상이다. 고추와 참깨 등 밭작물도 폭염과 가뭄에 바싹 말라 시듦 현상을 보이면서 생육상태도 좋지 않다. 풍기지역의 인삼밭은 어린뿌리가 수분 부족으로 마르면서 잎과 줄기가 누렇게 변했다. 과수는 한 해 피해로 끝나지 않고 내년 봄 개화와 수분에까지 영향을 미쳐 농민들의 걱정을 더한다.
가축 피해도 잇따라 25일 오전 현재 전국에서 총 217만7천여 마리가 폐사했다. 종류별로는 닭이 204만2천여 마리로 가장 많고 오리 10만4천여 마리, 메추리 2만마리, 돼지 9천430마리 순이다. 경북에서는 26만6천여 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혹서기 가축 폐사는 매년 반복되는 문제지만 고질적인 밀집사육은 좀처럼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바다 수온이 계속 오르면서 경북 동해안 양식 어민들도 비상이 걸렸다. 장기간의 폭염으로 동해안 표층 수온이 이달 들어 평년 이맘때보다 2~3℃ 높은 24~25℃를 기록해 어패류 폐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북은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전남과 제주에서는 돌돔·넙치 등 폐사가 잇따르고 있어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태풍 등 기상적인 변수가 없는 한 올여름 폭염은 내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와 경북도 등 관련 당국은 때를 놓치지 말고 농수축산 분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제적 대응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농작물·가축 관리 등 상황별 대응 요령을 신속히 농가에 알리고 살수차 등 가용 가능한 장비를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도 이제 상시화되고 있는 만큼 식량 안보 차원에서 농업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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