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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경모기자<서울취재본부> |
성주 사드(THAAD) 배치는 미·중 패권전쟁의 예고편이었다. 당시 중국은 해군력 증강 의지를 대내외에 내비친 상태였다. 나아가 중국은 남중국해 섬과 암초를 자국 영토라 주장하며 군용 비행장과 레이더 기지를 만들고 있다. 미국으로선 한반도 사드 배치를 통한 대중(對中) 견제는 당연한 전략적 귀결이다.
미국 입장을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한반도의 운명은 여전히 외세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중국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봐도 알 수 있다. 무기력했다. 120여년 전 청일전쟁 당시와 비슷하다.
마찬가지다. 성주 군민들의 분노가 먹힐 리가 없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내세우며 사드 배치 결정을 지연시킨 것은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본 약자의 생존전략일 뿐이었다.
지방정부 또한 약자의 생존전략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사안이 터질 때마다 궐기하고 분노한다. 지자체장이 눈물을 흘린다. 직(職)을 걸겠다고 다짐한다. 익숙한 패턴이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는 얼마나 있었던가.
몇 개월 전 감감무소식이 된 성주 사드 보상 문제를 두고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관계자는 “지역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협상 동력 자체를 잃었다”고 했다. 지역에 책임을 전가한 듯한 발언이다. 하지만 지역이 사드 배치는 피할 수 없는 대세란 점을 인정하고 성난 민심을 지렛대로 일찌감치 정부와 협상에 나섰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구시와 구미시 간 협의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을뿐 아니라 부산 등 인근 지역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협상에 하세월일뿐더러 이전이 결정되더라도 해당 지역의 또 다른 반발을 불러올 것은 뻔한 일이다. 오히려 ‘분기탱천(憤氣天)’한 지역 민심을 협상 지렛대로 삼는다면 어떨까.
정부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물산업클러스터에 대한 정부 확답과 기술 지원은 물론 관련 기업들과 함께 물산업 비전 창출을 도와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취수원 이전 문제에 천착하지 말고 불명예스러운 낙동강 취수원 문제를 물산업 중심도시 대구만의 훌륭한 브랜드 스토리로 탈바꿈시킬 전략을 고민해보면 어떨까란 제안이다.
삼성전자의 구미 이탈 역시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려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달러 대(對) 위안화의 패권 전쟁이다. 승자가 누가 될진 모르지만 중국의 ‘일대일로’가 진전되면서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이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위안화 직거래 능력을 갖추지 못한 많은 지역 기업들은 환리스크 관리와 ‘일대일로’ 내 개도국들의 저임금 노동력 이용을 위해서라도 기업 이전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삼성전자의 구미 이탈은 지역 기업 이탈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기업 이탈의 위기감을 지역 전체가 공유하고 대책 마련에 힘쓰는 것이 적합한 생존전략일 수 있다.
약자의 생존전략은 대국(大局)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대국을 관망하며 발상의 전환을 도모하는 것, 약자의 생존전략이다.
구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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