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별 지역특성을 살려 새로운 사업을 파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역특구법안이 여당과 야당,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입장차가 중복적으로 엇갈리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8월 임시국회 법안 심사과정에서 드러난 견해차가 만만치 않아 9월 정기국회에서도 법안 통과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초 지난달 16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이 법안을 발의할 때는 앞서 3월에 발의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현 경남도지사) 법안과 규제완화에 대한 시각차만 조율하면 될 걸로 봤다. 하지만 이후 한 주 사이에 민주당 정성호 의원과 한국당 홍일표 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이 잇따라 같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법안은 수도권 대(對) 비수도권 간 입장차까지 겹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이들 4개 법안은 모두 광역단체별로 지역특성을 반영한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특구를 지정한 뒤 그곳에선 과감한 규제 특례를 적용해 적극적으로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먼저 발의된 영남권 출신인 김·추 의원 법안은 특구 대상지역으로 수도권을 배제하고 비수도권으로 한정했다. 이에 경기도 양주 출신의 정 의원은 접경지역 등 특수상황지역과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을 추가해 발의했고, 홍 의원은 산업단지·경제자유구역·항만배후단지 등을 추가해 수도권도 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지방경제 활성화 취지 ‘무색’
수도권도 포함하려는 움직임
같은 당서도 이견 중복 입장차
특구 사업 선정방식도 엇갈려
법안소위 심사과정에서도 인천 출신 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충북 출신 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에 한정해야 한다”고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구에 맞는 ‘지역혁신성장사업’을 선정하는 방식에서도 여야의 입장이 엇갈렸다. 한국당 법안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지역발전위가 의결한 27개 ‘지역전략산업’을 기본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27개 지역전략산업은 비수도권 14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신산업을 지적한 것으로, 대구에는 △자율주행자동차 △IoT(사물인터넷) 기반 웰니스산업, 경북에는 △스마트기기 △타이타늄 등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 의원안은 법 통과 이후 백지상태에서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새로 지정하자는 입장이다. 이후 소위 심사 과정에서 민주당 안에 힘이 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의 핵심사항인 ‘규제혁신 3종세트’ 운용 방식에서도 여야 간에 이견을 보였다. 민주당 안은 민간의 새로운 사업 구상에 대해 ‘법령상 기준이 없지만 안전성이 실증된 경우’라면 최대 4년(2+2)간 임시적으로 허가해 주도록 했다. 대신 이 기간 사업자의 ‘무과실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고의든 과실이든 상관 없이 사고가 나면 배상책임을 져야 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책임보험 의무 가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 안은 같은 조건에 대해 기간 제한없이 영구적으로 허가를 의제해줘 시장 출시를 허용토록 했다. 또 사업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했다. 민주당 안보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사업을 위해 보다 우호적인 기업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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