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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28일 안동 와룡면 한 축산농가에서 돼지 구제역이 발생했다. 10여일 뒤 경기 양주·연천 등 돼지농가에도 구제역이 전염됐다. 1개월도 되지 않아 강원·인천 강화까지 4개 시·도로 확산됐다. 결국 방역당국은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백신 접종을 전국으로 확대했지만 이듬해 1월 구제역은 충남·충북·대구·경남 등 7개 시·도로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당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게 된다. 2010년 11월28일부터 145일간 지속된 구제역으로 전국의 소와 돼지, 염소 등 347만9천962두가 살처분됐고, 2조7천383억원의 피해액이 났다. 가축 전염병 전문가들은 2010년 구제역 악몽과 같은 일이 언제든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돼지 흑사병·콜레라’ 불릴 만큼 파괴적
바이러스는 냉동육서 1천일 동안 생존
국내 온 中여행객 가공품서 유전자 확인
경북 669농가서 돼지 141만여두 사육
‘철저한 대비가 최선’ 강도 높은 방역
2년간 발생 않았던 구제역·AI도 대처
예찰 활동과 백신접종·농가소독 실시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ASF’
이미 우려의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돼지 흑사병’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다.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로도 불리는 ASF는 바이러스로 전파되는 제1종 가축 전염병이다. 연진드기를 매개체로 감염된 야생 멧돼지를 거쳐서 그 분비물이나 피·고기 등에 접촉한 집 돼지로도 감염된다. 바이러스에 접촉한 자동차·옷·신발 등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ASF 바이러스는 냉동육에서 1천일, 건조육에서 300일, 부패한 혈액에서 15주, 오염된 돼지우리에서 1개월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형 ASF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 림프샘과 내장 출혈 등으로 1~2주 안에 100% 죽는다. 사람이나 다른 가축에겐 전염되지 않지만 전세계적으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한번 발병하면 삽시간에 확산된다. 방역 전문가들은 “만약 국내에 ASF가 발생하면 해당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을 제외하면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첫 보고된 ASF는 1960년대 유럽에서 유행하다 1990년대에 사라졌다. 하지만 2007년 조지아에서 다시 발병하면서 현재 동유럽과 러시아 등지에 남아 있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에선 이미 풍토병화됐다. 올 1~5월 ASF 발병을 보고한 나라만 해도 유럽 10개국, 아프리카 4개국 등 총 14개국에 이른다. 폴란드는 주변 국가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넘어 오지 못하도록 국경에 멧돼지 장벽까지 설치했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ASF는 우리나라 코앞까지 다가왔다. 지난달 3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발생한 ASF는 장쑤성·안후이성·허난성·저장성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ASF에 감염된 돼지 3만7천마리 이상을 도살하고, 감염 농장을 격리 조치했지만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인천공항과 같은달 26일 제주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의 여행객 휴대 물품인 돈육가공품 2건(순대·소시지)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확인됐다. 지난달 7일 대한한돈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ASF가 국내에서 발병할 경우 300만 두 이상의 돼지를 살처분한 2010~2011년 구제역 대란 이상의 한돈산업 붕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41만3천여두(669농가)의 돼지를 사육 중인 경북도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ASF 발병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는 축산 관련 종사자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ASF 발생국 해외여행 자제, 출입국 때 반드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고 및 소독조치 후 최소 5일 이상 농장 출입을 금지하도록 홍보하고 있다. 또 해외 질병발생 상황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속히 전파하고 축산 종사자를 대상으로 ASF 방역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양돈농가 입장에선 ASF 발생 유무가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현재로서는 철저히 대비하는 것 빼고는 방법이 없다”며 “농가에서도 사육 중인 돼지에서 발열·식욕부진·신경증상 등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동물위생시험소(1588-4060)에 신고해 신속한 방역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잊을 만하면 또…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가축 전염병은 ASF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더위가 물러가면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같은 가축질병이지만 구제역과 AI에 대한 방역당국의 대응방법은 백신접종과 예찰활동으로 구분된다. 구제역은 백신접종을 통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어 백신접종이 핵심 포인트다. 반면 AI는 한번 발생하면 사실상 모두 살처분을 해야 한다. 때문에 철새의 분변이나 사체를 수거해 AI바이러스가 있는지 확인 후 있다면 방역활동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예찰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70여만두의 소(한우·젖소 포함)가 있는 경북에는 구제역이라는 트라우마가 있다. 2010년 구제역 창궐의 출발점이 안동이기 때문이다. 당시 경북에서 출발한 구제역은 전국을 휩쓸었다. 도내 공무원들은 소와 돼지, 염소, 사슴 등 살아있는 가축 42만8천738두를 살처분 하느라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2000년 이후 구제역으로 인해 국내에서만 391만7천447두가 살처분되고, 정부 재정소요액은 3조3천336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지역에는 지난 5월 현재 닭 2천959만여 수, 오리 8만3천200여 수가 사육 중이다. 양계농가 입장에서는 철새 등 야생조수에 의해 감염되는 AI가 가장 두렵다. AI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구분된다. 야생조수에서 오리농가→산란계→토종닭 등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는 AI는 저병원성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고병원성이라면 발생 농가에 대해선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해야 한다. 실제 2014~2015년 경주 등 3차례에 걸쳐 AI가 발생해 도내에서만 35농가 53만2천 수를 살처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다른 어떤 지자체보다 구제역과 AI 방역에 철저히 대처하고 있다. 오히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은 방역활동을 한다. 오죽하면 경북도 방역대책 구호가 ‘매우 빠르게 매우 지나치게’일까.
경북도는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을 구제역·AI 특별 방역기간으로 정하고 연인원 8만3천여명을 투입해 예찰활동과 백신접종, 농가 소독까지 실시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해마다 발생하는 구제역이 경북도에선 2016년부터 지금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올해도 다음달부터 특별 방역활동에 들어간다.
경북도는 맞춤형 AI 방역대책을 수립해 선제적 반입금지 조치, 철새도래지 7곳 자체 지정 관리, 산란계 밀집사육지역 6곳에 대한 방역관리 강화, 오리 등 취약축종 특별관리 및 방역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일제방역의 날 운영, 거점소독시설 및 계란집하장 검사 강화, 전통시장 가금거래상인 인증제 도입 추진, 가금농가 입식 전 사전 신고제 등 고강도 방역정책을 실시해 도내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소브루셀라병과 소결핵병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보다는 약하지만 축산농가를 눈물짓게 하는 가축질병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소브루셀라병과 소 결핵병이다. 소브루셀라병도 소규모지만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경북에선 16개 시·군(구미·영천·경산·군위·청도·성주·상주·칠곡·안동·영주·의성·예천·김천·경주·봉화·포항)에서 299두의 소브루셀라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북에서 발생한 소브루셀라는 전국 발생 마리수(686두)의 43.6%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는 2015년부터 경북지역 브루셀라병이 일부 시·군 집단사육지역을 중심으로 집단 발생 및 재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 발생 농가에 대한 집중관리를 하고 있다. 법정 제2종 가축전염병인 소 결핵병도 축산농가엔 골칫거리다. 수개월 내지 수년에 걸쳐 만성적 쇠약·유량 감소 등을 특징으로 하는 소모성 질병이다. 도내 소 결핵병 발생 마리수는 2014년 790두에서 2015년 557두, 2016년 574두, 2017년 348두로 줄어들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대한 일제검사를 추진하고, 소 결핵병 음성농장 인증제도를 홍보하고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또 결핵병 차단을 위한 농가 교육을 강화하고, 소 구입 전 질병 발생 여부 확인 및 소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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