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활용 상품 SNS 홍보로 ‘날개’…매출, 대기업연봉 웃돌기도

  • 글·사진=문경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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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2   |  발행일 2018-10-12 제8면   |  수정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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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청년과 청년사업가 등이 함께 모여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도원우(리플레이스)·윤동희(청년활동가)·최병대씨(청년사업가). 앞줄 왼쪽부터 김원환(청년활동가)·박도희(디자인스위치)·박현희(디자인스위치)·김이린씨(리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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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옥을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로 운영 중인 문경 산양면 현리 ‘화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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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를 패러디한 ‘오!미자네’ 청년몰에 입주한 음식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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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디자인한 사과즙 상품을 자랑하고 있는 민정화씨.

낯선 곳 그리고 적은 자본과 경험. 문경이라는 작은 도시. 이곳에서 청년들의 용기있는 실험과 도전이 시작됐다. 그들은 각자의 장기와 특기를 살려 ‘창업’이라는 도구로 새로운 세상과의 소통에 나섰다. 농업 말고는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는 인구 7만3천여 명의 문경에서 도시 청년들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농촌의 고질적 문제인 청년층 부재와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주민과 당국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젊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의 희망을 갖고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통해 문경에 정착한 청년들과 정부 청년몰 정책에 힘입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청년들이 어떻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젊은이가 모이는 도시로 만들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 또 자발적으로 귀농하거나 귀향한 청년의 사례도 소개한다.

 道 일자리사업 ‘시골파견제’로
3개팀 10명의 젊은이 문경 정착
한옥개조·적산가옥·역사 활용
화수헌·다카포·디자인스위치
빈 점포 활용‘오!미자네청년몰’
지역환경 연계 비즈니스로 성공
‘청년 농부’ 이소희·민정화씨는
산나물·사과활용 상품으로 대박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경북도의 지역 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인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통해 문경에 정착한 청년들은 모두 3개 팀 10명이다. 지난해 7월부터 전국 공모를 통해 이 사업에 선발된 청년들은 전통 한옥을 활용한 게스트 하우스 운영을 비롯해 근대문화유산을 이용한 청년카페, 견훤 탄생지와 연계한 디자인 상품 개발을 하는 기획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5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리플레이스’는 문경의 대표적 양반촌인 산양면 현리 채씨 집성촌의 전통 한옥을 리모델링했다. 사랑채를 ‘화수헌(花樹軒)’이라는 게스트 하우스로 꾸며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화수헌은 다소 이견은 있지만 1800년대 지어진 채철재 고택으로 꽃과 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마당 한편엔 작은 무대도 마련돼 있어 청년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인다. 안채는 한옥 카페로 간단한 먹거리와 커피·전통차 등 음료를 판매한다. 한옥 대청마루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도원우·김이린 부부를 중심으로 한 리플레이스팀은 젊은이답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홍보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이면 100명 이상의 손님들이 다녀간다. 이들은 화수헌과 가까운 주암정·농청대 등 석문구곡 몇 곳을 연결하는 산양 소풍길을 만들어 역사길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주먹밥·돗자리 등으로 꾸린 피크닉 키트를 만들어 이곳을 둘러보는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계획도 있다.

이 소풍길은 다음에 소개할 청년 카페와 공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2명의 청년들이 운영하는 다카포는 ‘연주에서 처음부터’라는 뜻과 ‘초심을 잃지 않게’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청년들이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카페 명칭부터 초심을 잃지 않는 진중한 자세로 임하는 것을 보여준다. 화수헌에서 2㎞ 정도 떨어진 산양면사무소 뒤편에 있는 옛 금융조합 사택을 개조해 문을 연 이 청년카페는 산양면 특산물을 활용한 음료 메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여기에 마을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편집 숍의 기능도 갖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289호인 옛 금융조합 사택은 1945년 건립된 60㎡ 가량의 작은 건물로 지붕은 한국 전통의 우진각 지붕이지만 나머지는 일본식 주택 양식으로 돼 있다. 일제 강점기 후반에 지어진 사택 건물의 건축 구조와 기법을 알 수 있는 자료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후백제의 견훤이 태어나고 자란 문경을 배경으로 견훤 역사유적 콘텐츠 발굴을 통한 관광자원 개발과 지역환경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운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디자인스위치의 주요 사업이다. 3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문경시내 사무실을 임차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아트 개발에 나섰다. 컬러링 북과 보드게임 등 아트상품을 만들었다. 지난 3월 제8회 의병의 날 기념행사 CI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다.

◆청년몰 조성사업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와 더불어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청년몰 조성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점촌 중앙시장 ‘오!미자네 청년몰’ 조성사업은 빈 점포 20개를 리모델링해 청년상인을 입점시키는 것이 목표다. 현재 청년들이 운영하는 점포 8곳과 일반 상인 2곳 등 10곳이 영업 중이다. 지금도 함께할 청년들을 모집 중이다. 수제어묵·스테이크·돈까스·찜닭 등 먹거리부터 로컬푸드·피부관리·떡케이크·네일아트·광고업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들이 모였다.

올해 5월 5명이 처음 영업을 시작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 직장인·상인은 물론 외지에서도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청년들은 저마다 SNS를 통해 단골 고객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들은 청년 창업의 성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외에도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활성화도 함께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귀농 청년들의 성공 사례

창업만이 청년들의 관심사는 아니다. 농암면 이소희씨는 유기농 산나물 재배와 소포장 상품 개발, 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소문이 자자한 청년 농부다. 지난해 매출 8천만원을 올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씨는 마을 주민과도 잘 어울리는 재간둥이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1월 고향인 마성면 남호리로 돌아온 민정화씨는 부모가 농사지은 사과로 사과즙을 만들어 대박을 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모은 자금으로 ‘정사과’라는 업체를 세우고 ‘내 몸에 사과하세요’라는 이름으로 사과즙을 만들었다. 포장 디자인부터 마케팅·홍보까지 모두 혼자 힘으로 했다. 홍보는 주로 인스타그램을 이용했지만 첫해 매출이 대기업 연봉을 훨씬 웃돌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자연이 만드는 정직한 사과즙을 모토로 생산과정 등을 낱낱이 보여준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것 같다”는 민씨는 아침을 거르는 젊은층을 겨냥해 오곡선식과 문경 특산품인 오미자청 분야에서도 상품을 개발했다. 번듯한 식품회사를 만들 꿈을 갖고 있는 그녀는 “행정당국이 창업에 나서는 청년들에게 이것저것 제약 요인을 들이미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청년창업지원사업을 펼쳐온 문경시는 지난해까지 29개 팀에 3억3천9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4개팀을 선정해 창업공간·창업활동비를 지원해주고 컨설팅까지 해주고 있다. 당국의 도움으로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은 “정부가 보여주기식 청년정책을 펼쳐선 성공하기 어렵다”며 “청년정책 네트워크가 미흡하고 다양한 청년층의 활동을 지원할 청년 활동가의 활용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그들의 앞날은 밝다. 기성세대의 벽을 넘어 더 넓은 곳과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문경에 자리잡거나 둥지를 틀기 시작한 청년들이 문경 땅에 젊은이가 넘쳐 나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글·사진=문경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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