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차차차’ 정책과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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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09


기초과학 노벨상의 비법은

발견의 3가지형태 ‘차차차’

R&D예산 기계적 배정말고

특정분야 천착 연구자 우선

지방도 차별없게 지원돼야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장
노벨상이 발표됐지만, 이번에도 우리는 한명도 없었다. 일본은 다스쿠 교수가 상을 받아 23번째 노벨상을 배출했다. 민간 기업이 발표한 후보 명단에 올랐던 울산과학기술원의 루오프 교수는 선정되지 못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논문의 피인용수가 전세계 상위 0.01%에 들어야 한다. 초일류급 연구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먼저 초일류급 연구자 후보군인 1% 집단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는 2040년까지 HCR(Highly Cited Researchers)를 100명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HCR는 10년간 국제저명 학술논문 중에서 인용지수가 1%에 포함된 논문을 다수 발표한 사람들이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을 측정하고 국가 간 최우수 연구자 보유 비중을 비교·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 18명이 선정된 이후 2017년에 29명으로 약 61%포인트나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영국, 중국, 독일,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의 순서이다. 놀라운 것은 연구 규모가 유사한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의 HCR가 상대적으로 적다. 논문 1만편 당 HCR에서 미국이 2.8명이며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도 2명 이상을 배출했다. 그러나 우리는 0.5명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경제 규모와 연구 논문 수를 고려하면 90명 내외의 HCR가 선정되어야 한다.

연구개발(R&D) 예산이 20조원에 육박하지만 노벨상은 없다. 선행지표인 HCR를 보더라도 최우수 연구자의 수는 예상보다 저조하다. 특히 노벨상이 주어지는 기초과학은 ‘차차차(Cha-Cha-Cha)’ 과정을 따른다는 점을 자주 간과한다. ‘차차차’는 영어 차아지(Charge)-찰런지(Challenge)-찬스(Chance)를 축약한 것이다. 사이언스 편집장을 10년이나 지낸 코쉬랜드 교수의 이론이다.

첫째, ‘차아지’ 발견은 누구나 알고 있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본 것과 다르게 인식하고 생각하여 나온 발견이다. 대표적으로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에서 중력을 발견했다. 멘델은 자녀가 부모와 닮았다는 지나칠 수 있는 사실에서 유전법칙을 찾았다. 둘째, ‘찰런지’ 발견은 이상 징후를 찾아내고 해결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 패턴에서 벗어난 현상을 인지하지만 대개는 간과한다. ‘찰런지’ 발견자는 이러한 불규칙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새로운 개념을 찾는다. 광속불변의 원리에서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이론을 고안했다. 왓슨과 크릭은 유전자 복제와 전이과정에서 더블헬릭스의 염기쌍형성규칙을 제시했다. 셋째, ‘찬스’ 과정은 뜻밖의 발견이라고 알려진 세렌디피티를 말한다. 흔히 우연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지만, 파스퇴르가 주장했듯이 ‘준비된 마음’ 없이 불가능하다. 포도주 병 바닥에 침전된 타타르산 결정체에서 파스퇴르는 분자들이 광학 이성질체를 띤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플레밍은 오히려 지저분한 실험실 환경 덕분에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차차차’에서 보면, R&D 행정은 누구에게나 개방적이면서 특정 분야에 오랜 기간 몰입한 연구자를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서도 기계적 예산 배분과 형평성을 고려한 관료적 조정은 여전하다. 설상가상으로 인 서울(in seoul)에 집중된 인적, 물적, 지적 자원의 균형적 배분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비학술적 행사에 수시로 호출당하는 서울에 비교하면 지방은 ‘차차차’ 발견과정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박주현 영남대 교수와 이상문 경북대 교수가 HCR에 포함된 것을 보더라도 서울만 바라보는 R&D 정책은 시정되어야 한다. 초일류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후보자들을 많이 보유한 국가일수록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R&D 예산이란 창조적 과정을 이해하고 새로운 지식축적과 첨단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인 만큼 서울과 지방의 차별 없이 지원되어야 한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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