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대구서 구순 잔치 “내 나이 아흔 살…아베에 사과받기 딱 좋은 나이”

  • 양승진
  • |
  • 입력 2018-11-10 07:49  |  수정 2018-11-10 07:49  |  발행일 2018-11-10 제10면
시민모임 등 5개단체 잔치 열어
“살면서 오늘이 가장 기쁜 날
세계·여성 평화위해 힘낼 것”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대구서 구순 잔치 “내 나이 아흔 살…아베에 사과받기 딱 좋은 나이”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 남구 프린스호텔 별관에서 열린 자신의 구순잔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내 나이 이제 아흔 살입니다. 아베 사과 받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구순(九旬)을 맞은 이용수 할머니가 잔칫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일본 정부로부터 책임 있는 사과를 꼭 받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 5개 단체는 9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프린스호텔 별관에서 ‘이용수 할머니 구순잔치’를 열었다. 행사장 일대에서는 ‘그녀, 용수’ 사진전이 열렸으며 이 할머니가 평화운동가로서 수상한 상장·트로피 등이 전시됐다. 또 이 할머니의 건강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기원하는 한·일 양국 국민의 손편지도 곳곳에 게시됐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이 할머니는 “오늘이 가장 기쁜 날”이라며 “지금까지 많은 걸 모른 채하며 살아왔지만 이렇게 아흔이 돼 잔치까지 하게 되니 너무 기쁘다”며 “여러분이 힘을 주신 만큼 앞으로도 변함없이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세계여성의 평화를 위해서 힘쓰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세계의 여성들이 반드시 기쁘고 평화롭게 사과를 받을 수 있는 날이 다가오는 것 같다”면서 “(아흔은)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다. 세계를 위해서, 여성들을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 힘을 내겠다”고 했다.

최근 한국인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해서도 긍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그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라도 밝혀져서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서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지만 아베가 꼭 사과를 하도록 여러분이 끝까지 함께해 주길 바란다”며 “조만간 공식 사죄하고 배상할 것이다. 죄를 짓고는 살 수 없다. 아직 시작이다. 이 문제를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행사장에는 일본인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히로시마네트워크 오카하라 미치코 사무국장(69)은 “이 할머니는 지난해 히로시마에서 직접 피해증언을 해 우리 단체에 많은 용기를 줬다”며 “생일잔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축하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고 했다. 나고야에서 온 오노 마사미씨(70)는 “1992년 일본에서 이 할머니가 피해 증언을 직접 준비하면서 당당했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괴로운 상황에서도 이 할머니는 ‘돈이나 받으러 온 게 아니다.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바란다’고 확실하게 말했다”고 했다.

1928년 12월 대구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944년 16세 나이에 대만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광복되던 해 귀국한 이 할머니는 1993년 일본군 위안부로 등록했다. 20년 넘게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있으며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에 맞서 전 세계를 돌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글·사진=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양승진 기자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