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Ⅲ-이스라엘을 가다 .5] 히브리대학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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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0   |  발행일 2019-08-20 제6면   |  수정 2019-08-20
100년 전통 최고 명문대…총리 4명·노벨상 수상자 15명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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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대학교 기부자 명단.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학교(The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는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이 그들 조상의 땅인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 국가를 건설하려는 민족주의운동 결실 가운데 하나다. 19세기 후반 처음 히브리대가 제안될 때부터 유대 민족의 성지(聖地)인 예루살렘에 입지를 검토하면서 진행됐다. 1918년 히브리대의 초석이 놓였고, 7년 후인 1925년 4월1일 히브리대 스코푸스 캠퍼스가 완성되었다. 1949년 5월 의과대학을, 1949년 11월 법과대학, 1952년 농업연구소를 설립했다. 1925년 같은 해에 개교한 테크니온공대와 함께 이스라엘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대학이자 이스라엘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랭킹 100위 안에 포함된 최고 명문대학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총리 4명, 노벨상 수상자 15명, 필즈상 수상자 2명을 배출했으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국제 학계에 영향력이 큰 유대인 학자들이 학교 설립에 크게 기여했다. 개교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구상된 히브리대는 도서관에 방대한 유대인 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부흥의 꿈을 실현하는 대표 연구·교육기관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히브리대는 학문 및 교육에 있어 최고를 지향하며 인류학, 사회과학, 기초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업적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 대학 및 학술기관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이스라엘에서 연구보조금의 3분의 1이 히브리대 연구자에게 주어지며, 유럽연합의 젊은 연구원 지원금에서 유럽 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연구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기술이전회사를 설립했으며,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온라인 학습을 제공하는 코세라(Coursera)에 최초로 가입한 기관 중 하나다. 현재 2만3천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학부생이다. 외국인·유학생은 2천명이 넘는다. 히브리대의 비전은 공공성, 과학발전, 교육 및 전문지도자 육성이다. 또 유대인의 문화와 지식·전통의 보존 및 연구에 목표를 두고 있다. 나아가 모든 인류를 위해 지식의 영역을 넓히는데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애셔 코헨(Asher Cohen) 총장은 “우리에게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그때까지 히브리대는 혁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유럽내 젊은연구원 지원금 1위
온라인학습‘코세라’최초 가입

4차 산업혁명시대 중요성 부각
컴퓨터과학 전공학생 2천명 육성

세계 대학 첫 기술이전회사 설립
지난 55년간 1만여건 특허 등록
모빌아이, 인텔에 153억달러 매각

개교 100돌 맞아 경쟁력 더욱 강화
코헨 총장 “혁신·도전 멈추지않아

◆도전 100년

대부분 오래된 대학들은 면면히 내려오는 전통을 계승하고 관례를 따르는 것에 익숙하다. 긴 시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학교를 존속할 수 있는 힘이 전통과 관례 속에 녹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히브리대는 지난 100년 동안 전통과 관례를 깨트리며 도전적인 학교 운영을 해오고 있다. 전통과 관례를 따르면 그동안 해온 것처럼 지식 창출이 일부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는 학교혁신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히브리대는 세계 최고를 추구하고, 불가능에 도전하기 위해 전통과 관례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을 해오고 있다. 히브리대는 그들의 가능성이 끝나는 곳이 어딘지 알지 못한다. 그곳이 어딘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난 100년 동안 질문하고, 도전하고, 혁신을 계속해왔다.

히브리대는 예루살렘에 캠퍼스 조성 후 건조한 기후를 위한 새로운 관개(灌漑) 방법을 개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의 알츠하이머 및 난소암 치료법, 농업발전, 법률 시스템, 정치·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론, 생명을 구하는 스마트 차량기술 등 도전적인 연구로 획기적인 성과를 얻었다.

◆새로운 100년 도전-혁신 가속화

4차 산업혁명과 마주한 현재 히브리대는 지난 100년과 같이 전통과 관례를 깨트리고 계속해서 질문하고, 도전하고, 혁신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도전과 혁신의 100년 전통을 이어받아 앞으로 100년도 도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히브리대 전통이라고 애셔 코헨 총장은 힘주어 말했다.

히브리대는 세계는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점점 더 상호 연결된 관계 속에서 사이버 범죄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기근과 가뭄 등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도전적인 과제에 인류가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히브리대는 우수한 교수진 등 학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차세대 의료인, 과학자, 혁신가를 육성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끌고 인류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지난 100년보다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4차 산업혁명시대 그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컴퓨터사이언스(Computer Science) 전공학생을 5년 뒤 2천명으로 늘리는 학사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기반지식이 필요한 만큼 현재 1천300명인 전공학생에 학과정원 증원, 문과 및 예술계통 학과의 융합전공 신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공학생을 늘리고 있는데 이미 5년 뒤 목표인 2천명 육성을 넘어섰다고 한다.

두 번째는 야심차게 조성 중인 이노베이션 파크. 사이언스캠퍼스 내에 매머드급으로 조성 중인데 완성되면 5천개의 포지션(공간)이 생긴다고 한다. 하이테크, 바이오테크, 나노테크 등 이노베이션 파크 내에서 모든 게 가능할 정도로 혁신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캠퍼스 내에 있기 때문에 입주기업은 교수진, 연구원, 학생 등과 교류하면서 혁신적인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이다. 기존 프로그램을 지난해 추가적으로 보완했다고 한다. 교수진, 연구원, 학생 중심에서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와도 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베짤레(Bezalei)디자인 아카데미와 아즈리에일리(Azrieli)공과대학과 협력해 예루살렘 시내에 기업가정신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최근 고등교육위원회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

히브리대가 이처럼 혁신에 적극적인 것은 현재의 산업 흐름을 볼 때 21세기 학생은 평생직장이 아닌 상황 변화에 맞게 여러 직장을 옮겨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금의 직업군보다는 혁신적인 노력을 통해 도전적인 직장을 탐색하는 능력도 필요한 환경이다.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잠재능력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직업창출에 성공할 수 있도록 혁신과 기업가정신에 대한 인식전환을 돕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 관심있는 분야에서 혁신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있다.

◆이슘(Yissum)

히브리대는 1964년 전세계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기술이전회사인 이슘(Yissum)을 설립했다.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을 포함하면 세 번째다. 이슘은 지난 55년간 1만여건의 특허를 등록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하고 성공적인 기술이전회사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이슘은 현재 기술이전과 공동창업 등을 위해 광범위한 외부 파트너십을 장려하면서 기술 이전 전략의 구조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슘은 각기 다른 분야에 중점을 둔 3개의 전용 종자 투자 자금과 교수, 학생 및 지역 사회 간의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는 수많은 플랫폼을 관리하고 있다.

이슘의 분사 회사에는 인텔(Intel)이 153억달러 이상을 주고 인수한 모빌아이(Mobileye)가 최근에 가장 돋보인다. 모빌아이는 고급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으로 충돌 방지 및 완화기능이 있는 자율시스템이다. 이 매각 금액은 현재 이스라엘 기술이전 역사상 가장 큰 금액으로 기록돼 있다. 히브리대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는 모빌아이 외에도 엑셀론(Exelon-알츠하이머 병의 초기 또는 중간 단계의 사람들에게 증상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약), 독실(DOXIL-난소암 환자 치료), 전세계 미식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방울토마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현재 약 30여개의 기술회사가 육성 중에 있다. 알려진 다른 회사로는 Merck가 인수한 Qlight와 Canon이 인수한 BriefCam 등이 있다. 때문에 히브리대는 최고의 창업대학(Start Up off Start Up)이라 불린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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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극장. 작은 사진은 애셔 코헨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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